3년 만에 다시 한국시장으로 돌아온 블랙베리. 이번에는 안드로이드 옷을 입은 블랙베리인 블랙베리 프리브와 함께 돌아왔다. 블랙베리 프리브 출시 행사를 다녀온 후, 블랙베리 프리브를 들고 카페를 찾았다. 처음엔 가볍게 블랙베리 프리브를 만져볼 요량이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너무 재미있잖아? 그래서 정리하는 블랙베리로 시간 때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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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슬라이드 키보드에서 느껴지는 손맛
–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쾌감
– 키보드 표면을 쓸어내리며 보는 웹툰의 참맛
단점
– 묘하게 따끈따끈해지는 화면
– 키보드만 쥐면 손에서 벗어나려는 묵직함

 

현실 도피하기 1. 슬라이드 키보드와 밀당하기

겉으로 보기에 블랙베리 프리브는 5.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커다란 안드로이드 폰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슬며시 밀어 올리면 안에 숨겨진 슬라이드 키보드가 나온다.

 

bpriv_2이 슬라이드 키보드가 나올 때 느낌이 참 좋다. 과거 피처폰 시절 느꼈던 슬라이드의 향수가 느껴진다. 어느 정도 밀면 알아서 착! 하고 슬라이드가 밀린다. 거꾸로 슬라이드를 당겨서 닫을 때도 마찬가지. 슬라이드를 밀고 당기다 보면 어느새 모든 것을 잊는 물아일체의 경지로 빠져든다.

 

bpriv_3bpriv_4슬라이드를 올리고 내릴 때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에 손이 닿는다. 그러다 보니 넋 놓다가 아이콘을 눌러버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자. 슬라이드와 밀당하다 아이콘 아래에 …이 있는 아이콘을 당겨봤다. 숨겨진 위젯 기능을 불러올 수 있었다. 앱을 켜지 않아도 일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왠지 횡재한 느낌이 들었다.

 

현실 도피 포인트
– 슬라이드가 착! 하고 내려올 때 효과음
– 슬라이드가 알맞게 닫히면서 느껴지는 만족감
강제로 현실에 돌아오게 하는 요소
– 바탕화면 앱 아이콘을 실수로 밀어버려서 뜨는 경고나 화면 효과
– 무거운 디스플레이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무게 중심의 이동
– 화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한 발열

 

 

현실 도피하기 2. 슬라이드 키보드의 쫀득함 느껴보기

슬라이드 키보드를 열었으면 뭐라도 써봐야지. 메시지 아이콘을 눌러 새로운 메시지를 열고 아무 글이나 작성해봤다. 메시지 아이콘 부분은 사실 메시지가 아니라 블랙베리 허브(Blackberry Hub)라는 이름의 다른 앱. 블랙베리로 받은 메시지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블랙베리 OS 특유의 기능이 안드로이드로 옮겨진 기능이다. 블랙베리 OS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모든 이메일과 메시지, 트윗 등을 모아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메시지 앱을 켜는 것보다 허브를 켜서 메시지를 관리하는 게 훨씬 편하다. 자체 검색 기능도 지원하므로 업무상 이메일 주고받는 일이 많다면 블랙베리 허브의 강력함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bpriv_5화상 키보드도 예측어 기능 지원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입력할 수 있다. 자판 위에 표시되는 예측 단어가 맞았다면 그대로 손가락을 밀어 올리면 된다. 예측 단어 기능은 매우 강력해 화상 키보드로 글을 쓸 때는 글자 몇 개만 누르고 손가락을 밀어 올려 단어를 완성하는 식으로 글을 쓰게 된다. 특히, 블랙베리 키보드는 이용자가 자주 쓰는 단어를 학습해 나중에는 손가락을 밀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문장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해진다.

 

bpriv_6하지만 양손에 느껴지는 만족감은 하드웨어 키보드를 따를 수가 없다. 하드웨어 키보드도 예측 단어를 표시한다. 맞는 단어가 있는 쪽의 키보드 표면을 쓸어 올리면 된다. 하드웨어 키보드도 터치를 인식하는 덕분이다. 반대로 키보드를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특수 문자를 입력할 수 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쓸면 단어별 삭제를 지원한다.

alt + 엔터 버튼이 한/영이라는 점. alt를 누르면 키보드에 적힌 특수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는 점. alt를 길게 누르고 있으면 alt가 고정돼 숫자나 특수 문자를 입력하기 편하다는 점. sym을 누르면 키보드에 없는 특수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점은 기존 블랙베리 이용자라면 익숙한 방식일 것이다. 게다가 블랙베리 시리즈에 적용된 키보드와 완벽하게 같은 방식이라는 점도 좋다.

 

bpriv_7아무 생각 없이 키를 누르다 보면 점점 나를 잊고 세상을 잊는다. 블랙베리 클래식만큼 쫀득쫀득한 느낌은 아니지만 도각도각하는 느낌이 즐겁다. 얇은 초콜릿을 손으로 부수는 느낌이 이와 비슷할까? 블랙베리 클래식과는 다른 프리브 만의 매력이다.

다만 블랙베리 프리브가 워낙 무겁다 보니 키를 누르다 보면 자꾸 휘청거려서 문득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키보드를 누르기 위해 끝부분을 손으로 쥐게 되는데, 무게 중심이 위에 있어서 손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줄다리기는 손가락이 좀 부담스럽다.

 

현실 도피 포인트
– 도각도각 눌리는 키보드 특유의 키감
강제로 현실에 돌아오게 하는 요소
– 무거운 디스플레이가 손 밖으로 쏟아질 것 같은 긴장감

 

 

현실 도피하기 3. 슬라이드 키보드 쓸어내리기

슬라이드 키보드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활용도가 높다. 슬라이드 키보드를 열어놓고 이 위를 슬슬 밀면 화면도 슬슬 밀린다. 키보드가 일종의 트랙패드 역할을 겸하는 셈. 스크롤을 쫙쫙 내리는 즐거움은 역시 웹툰 감상이 아닐까?

 

bpriv_8느긋한 자세로 앉아 스크롤을 슬슬 내리면서 웹툰을 본다. 보다 보면 웹툰보다는 키보드를 미는 촉감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적당한 재질감과 키보드 사이의 굴곡이 오묘한 느낌이다. 빠르게 밀어도, 천천히 밀어도 스크롤은 이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 경쾌한 촉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휙휙 넘길 수 있는 내용을 띄워서 넘겨보자.

 

bpriv_9세로로 휙휙 올리는 느낌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면 가로로 블랙베리 프리브를 돌려서 넘기면 좋다. 손가락으로 가리는 부분 없이 내용을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블랙베리 클래식을 쓸 때도 트랙패드로 인터넷 하다 보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는 트랙패드를 이용해 마우스처럼 커서를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프리브는 여기까지 지원하진 않는다.

쓱쓱 밀리는 촉감은 만족스럽지만, 손톱이 길다면 손톱이 키보드 사이에 끼일 것 같은 불안감은 문득문득 상념을 깨웠다. 그리고 한 손으로 들기에 192g은 조금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한 팔을 꼭 지탱한 후 보도록 하자.

 

현실 도피 포인트
– 키보드 표면의 독특한 촉감
– 화면에 지문 안 묻히고 보는 웹툰의 몰입감
강제로 현실에 돌아오게 하는 요소
– 손톱이 걸릴 것 같은 키보드 굴곡
– 한 손으로 보다보면 점점 저려오는 팔

 

 

bpriv_10블랙베리 프리브의 느낌을 느끼러 갔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블랙베리가 이렇게 무섭다. 현재 블랙베리를 쓰는 상황에서 블랙베리 프리브는 반갑고, 또 왜 이제야 나왔는지 섭섭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나 말고도 많은 소비자가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프리브 출시와 함께 일부 통신사에서는 물량이 매진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오늘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하드웨어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 보안 시스템에 좀 더 주력하기로 하면서 하드웨어는 다른 업체에 맡길 예정이란다. 곧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DTEK 폰은 중국의 알카텔이 제조를 맡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폰에는 하드웨어 키보드가 들어가 있지 않다. 다시 돌아온 블랙베리는 반가웠지만, 시간 때우기에도 특별한 재능을 발휘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론 역시 Q5, Q10, Q20(클래식) 디자인을 잇는 블랙베리를 원한다. 부디 블랙베리가 하드웨어 키보드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슬라이드의 손맛
위로 쏠린 무게 중심
은근한 발열
강력한 메시지 관리 기능
키보드 예측 단어 기능
특유의 키감
키보드 터치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