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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는 제품의 고유 가치와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 아래에서 성립될 수 있다. 어제 80만원 하던 제품이 오늘 10만원으로 떨어지고, 내일 다시 80만원으로 올라간다면 그런 제품과 시장에 대해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아이폰이 출시한 지난달 31일, 아이폰 매장앞에는 개통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기줄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줄서기에는 즐거움과 기대감이 넘쳤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1일과 2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아이폰6가 10~20만원대 풀렸기 때문이다. 줄을 선 사람들에게는 초조함과 짜증이 묻어났다. 스마트폰을 사는 데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정보가 필요하다면 뭔가가 잘못된 거다.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팀쿡이 커밍아웃을 해서가 아니다. 이제 스마트폰의 가치가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의 변덕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회와 미래부의 멍청한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가치를 알 수 없고, 신뢰를 잃은 시장은 더 이상 시장 기능을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시장은 타짜의 영역이고, 음모와 비밀이 넘치는 암시장이나 다름 없어졌다.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비밀 메시지가 오고, 한 골목에서 비밀스러운 회동이 이어진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1. 통신사 순익이 너무 높다.

담배를 못 피게 하려면 담배값을 올리는 게 아니라 담배 생산을 안 하면 된다. ‘불법’보조금을 없애려면 불법보조금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가게 하는 게 아니라 불법보조금을 동원할 여력을 없애면 된다. 80만원짜리 제품을 10만원으로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이통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불법보조금 문제는 이통사의 순익을 저하시키면 서서히 사라질 문제다. 그런데 미래부는 오히려 이통사의 이익이 높아지도록 보조금을 제한하고, 보조금 체계를 이용요금과 연동시키는 악법을 탄생시켰다. 거기에 위약금 제도도 통신사의 이익이 늘어나게 바꿨다. 결과적으로 이통사의 이익은 늘어나고, 그 실탄을 통해 더 많은 불법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만약 정말 불법보조금을 없애고 싶었고, 정부가 굳이 개입해야 했다면 이통사의 이익을 줄이는 가입비와 기본료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만 했다. 그랬다면 불법보조금은 분명 줄었을 것이다. 만약 줄지 않았더라도 소비자들은 더 행복했을 것이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2. 시장경제에 역행했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비싸지고, 공급이 몰리면 가격이 저렴해 진다. 10월 달에는 각 회사의 플래그쉽 스마트폰이 쏟아졌다. 애플의 아이폰6는 화룡점정이다. 당연히 공급이 넘쳐났다. 그럼 이제 가격이 저렴해져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단통법이 가격 하락을 막았다. 쏟아진 제품들은 유통되야 하는데 가격은 고정되어 있다. 그러자 가장 잘 팔릴 가능성이 높은 아이폰6에 혜택이 집중됐다. 애덤스미스 시대에도 이해하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미래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너무 미래만 보고 있다. 수요와 공급법칙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미래가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3.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규제

이통사들은 단지 스마트폰을 싸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2~3개월간 영업제한 조치에 취해졌다. 위약금 제도도 버전이 계속 늘어나 이제 위약금4까지 생겨났다. 보조금 제한은 이용요금에 따라 연동되어 계산을 하도록 개악됐다.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은 누구나 쓰지만 규제는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졌다. 규제는 원칙적이고 원론적이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명확히 정해주면 된다. 그러나 너무 복잡해진 규제 때문에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도 되는지를 찾아야만 했다. 규제에 너무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개입되면 결과가 이렇다. 규제는 단순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비싸게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면 된다. 싸게 사는 사람을 막으면 이통사가 남은 돈을 비싸게 사는 사람을 위해 쓰리라는 순진한 상상을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기업은 탐욕스럽고 도덕책은 불태워 버린지 오래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자신이 아는 모든 네트워크와 정보와 편법을 동원 해야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스마트폰 가격 체크하느라 생산성이 저하되고, 가정의 단란함이 무너질 정도다.
우리는 그저 신뢰성 있는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납득할 제품을 사면 된다. 이런 정상적인 요구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책자들에게 우리의 세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 시민들의 비극이다.

김정철
레트로 제품을 사랑합니다. xanadu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