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이냐를 떠나 ‘북유럽’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뭔가 아련하면서 포근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북유럽’이 붙어있으면 가격도 달라집니다. 북유럽이라면 왜 한결같이 비싼 걸까요? 거리가 멀어서? 해외 여행을 가더라도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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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가 접했던 북유럽 또한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뱅앤올룹슨 (B&O)이나 리뷰를 진행했던 비파 헬싱키 (Vifa Helsinki) 역시 그렇죠. 항상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겨주는 북유럽, 이번에는 어떨까요? 지금껏 만난 북유럽 중 가장 부담 없었던 카이스터(Kaister)의 DECO 005 블루투스 스피커입니다.

 

장점
– 북유럽을 아주 잠시 느낄 수 있다.
– 북유럽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
단점
– 북유럽이 다 이런 줄 알게 된다.

 

온몸으로 북유럽을 외치다

언뜻 보더라도 북유럽을 강요하는 듯한 디자인입니다. B&O의 몇몇 제품이나 비파 헬싱키처럼 패브릭 소재가 돋보이는 모습이죠. 거칠게 바랜듯하지만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는 외관은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들의 플라스틱이나 메탈 소재의 그릴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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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쉽게도 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합니다. 실제로 표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비파 헬싱키에 사용된 크바드라트(Kvadrat)에는 한참 못 미치는 질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왠지 실밥이 풀릴 것 같기도 하고, 때가 잘 탈 것 같기도 합니다. 막말하면 옷감보다는 포대에 가까운 느낌이죠. 전면에 새겨진 Kaister 로고가 살짝 애처로워 보입니다.

 

외치다 마는 북유럽

위쪽 전체를 감싸고 있는 패브릭 소재만큼 눈에 띄는 게 있는데요. 바로 – / o / + 기호를 사용한 버튼입니다. 일반적이지 않고 장난친 듯한 디자인이 유쾌하게 보이죠. 색과 빛을 머금고 있는 패브릭 중앙에서 반짝거리는 버튼은 또 다른 디자인적 포인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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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많이 바란 걸까요? 왠지 손끝으로 터치하면 될 것 같았는데 꾹 눌러줘야 합니다. 반짝임도 단지 크롬을 흉내 낸 플라스틱의 그것이죠. 패브릭 소재의 옅은 패턴이 일정치 않으니 버튼도 왠지 삐뚤어져 보이는 것 같고…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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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디자인의 다른 모습이 기능성이기에 버튼쯤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패브릭을 덮여 있는 부분을 제외한 하단부 전체가 플라스틱 덩어리로 되어 있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635g으로 꽤 묵직한 편이라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도색을 마치지 않고 만들다 만 프라모델의 날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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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면에는 전원 스위치와 마이크로 USB 단자, 마이크, 3.5mm 오디오 잭이 있습니다. 전원 스위치의 경우, 전체 플라스틱과 동일한 재질로 되어 있어 일체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성의 없어 보이는 구조입니다. 마이크가 있어야 할 곳도 이곳이 맞나 싶기도 하죠.

 

그래도 북유럽인 만큼

북유럽 근처도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덴마크의 시골집 지붕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납작한 삼각기둥을 눕혀 놓은 듯한 형태인데요.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바로 이런 게 북유럽다운 모습이겠죠. 그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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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블루투스 스피커지만 야외에 휴대하며 사용하기 보다는 어딘가에 차분이 올려놓고 사용하는 게 잘 어울립니다. 물론 침대 머리맡이나 탁자 등에 올려놨을 때 주위가 북유럽으로 물드는 극적인 효과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른한 햇살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면 여기가 바로 북유럽인가 하는 착각은 가능할 겁니다. 물론 어떤 음악을 어떻게 들려주냐가 중요하겠지만요.

 

부족하지 않은 북유럽

음악을 듣기 전에 앞서 DECO 005의 내부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일단 스펙으로는 부족할 게 없습니다. 전면에 3.5W 출력의 풀레인지 드라이버 유닛이 2개가 나란히 배치되어있고요. 저음 보강을 위해 바닥 면에는 다이어프램(진동판)을 추가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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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날카로운 고음이나 강력한 저음에 진동이 우려되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꽤 묵직한 편입니다. 손으로 들어봤을 때 무게 중심이 낮은 게 느껴지는 데요. 음악 재생 시 스피커 전체를 안정적으로 받쳐 주는 구조입니다.

 

한계가 느껴지는 북유럽

DECO 005의 디자인을 한마디 요약하면 북유럽 흉내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 역시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죠. 북유럽 사운드라면 디자인도 그렇듯 뭔가 부드럽고 따뜻할 것 같은데요. DECO 005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부드럽다기보다는 둔탁하고, 따뜻한 게 아니라 미지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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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음악이든, 대편성 오케스트라든 표현되는 악기의 수에 분명한 한계가 느껴집니다. 해상력이 부족해 음악 자체가 뭉툭한 덩어리가 된 채로 귓속에 박히죠.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때려 박히지도 않습니다. 끝이 날카롭지 않고 무뎌진 고음의 디테일은 공격력을 상실했죠. 북유럽은 바이킹의 고향이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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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에 집중해보죠. 사실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 저음을 보강하기 위한 장치가 되어 있다고 했는데 타격감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어디론가 사라졌죠. 아예 새워놔도 바닥의 구멍에서 대체 어떤 저음이 흘러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힙합이나 EDM 등과는 궁합이 맞지 않죠. 차트에 올라온 쇼미더머니 음악은 제대로 즐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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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어울리는 게 보컬 위주의 잔잔한 발라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오버해서 락 발라드까지 가면 안됩니다. 어쩌면 북유럽다운 사운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절로 차분해지죠. 그렇다고 이것이 북유럽다운 사운드라고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북유럽이 정말 이렇다면 정말 안타까울 테니까요.

 

북유럽, 그냥 놓아두는 걸로

DECO 005는 디자인적으로나, 사운드 측면으로 볼 때 집 밖보다는 집 안에 놓아두는 게 좋습니다. 1,800mA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내장해 최대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요즘 블루투스 스피커와 비교했을 때 결코 넉넉한 편은 아니니까요. 또한 충격을 흡수하거나 방수를 지원하지도 않습니다. 패브릭을 벗겨서 빨고 말릴 수도 없죠. 마이크 위치가 애매해서 그런지 통화 품질도 별 볼 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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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O 005는 현재 온라인 최저가로 6만원대에 판매 중입니다. 북유럽치곤 부담 없는 가격이죠. 이 정도 가격의 북유럽이 또 있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앞으로 북유럽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제대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품 스펙

– 크기 : 231x71x100mm
– 무게 : 635g
– 출력 : 7W (3.5W x2)
– 주파수 대역 : 90Hz ~ 18KHz
– 임피던스 : 4ohm
– 감도 : 80dB±2dB
– 블루투스 : 블루투스 2.1 + EDR
– 배터리 : 1800mAh
– 단자 : 마이크로 USB 단자, 3.5mm AUX

 

사세요
– 부담 없이 북유럽을 느끼고 싶은 분
– 머리맡이 허전한 분
사지 마세요
– 제대로 북유럽을 느끼고 싶은 분
– 스피커라면 음질이 최우선인 분

 

북유럽을 가다만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 환경
북유럽을 잘못간 사운드
북유럽이라니 솔깃한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