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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제품을 국내서 구입할 때는 배송료와 수입업체의 이윤, 관세 때문에 당연히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 제품을 한국에서 구입할 때면 보상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수입제품보다 한국산 제품이 더 비싸다. 그냥 비싸지도 않다. 해외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비싸다. 이런 아이러니는 자동차부터 공산품까지 사례가 끝도 없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미련하게 해외직구를 통해 한국 제품을 다시 수입해 오고 있다.
가장 심한 분야는 TV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아마존과 이베이 등지에서 TV를 사느라 정신 없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닌 평소에도 가격차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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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면 삼성전자의 3D 스마트 LED TV인 UN55H6400은 미국 삼성전자 온라인 샵과 아마존에서 약 1,300달러(133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 오픈마켓에서는 245만원 정도가 최저가다. 모델명도 같고 디자인도 같다. 물론 A/S의 차이, 세금, 배송료, 부품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해도 가격차는 과도하다.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다.

LG의 55인치 울트라HD TV의 예를 들어보자. 55UB8500 모델의 경우 한국에서 329만원을 줘야 한다. 동일한 모델이 미국 이베이에서는 1848$다. 189만원 정도다.
배송비와 세금을 포함해도 200만원 초반대다.
전자제품이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비슷한 4K 모델인 LG 55LA695W 모델이 260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5년 워런티에 LG G패드까지 껴준다.
도대체 왜 이런 격차가 존재할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인과 원수를 졌는가?

 

 

1. 시장 규모가 달라서 한국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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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TV가 비싼 이유를 말할 때, 미국 시장의 규모를 얘기한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세계 1위이고, 가격경쟁도 극심하다. 맞는 말이다. 미국은 거의 모든 제품이 저렴하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LG TV는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것도 좋다. 한국인은 영어 쓰는 사람에게는 약하니까. 이번에는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살펴 봤다. 우리나라와 국민소득은 거의 비슷하고 인구는 절반인 타이완에서 LG의 55인치 4K TV모델인 55LA965T의 가격은 약 270만원 정도. 여전히 한국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시장규모가 작아서 한국에서는 비싸게 판매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

 

2. TV패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비싸다?

같은 모델인데 홈쇼핑에서 유난히 싸게 판매하는 모델이 있다. 그런 제품은 모델명이 살짝 다르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들어가는 부품이나 세부 기능 때문에 다르다는 업체 설명이다. 특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그러나 어느 패널을 어디에 썼는지는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설혹 다른 패널이 들어간다 해도 스펙만 같다면 소비자로써는 알 길이 없다. 또한 제조업체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왜 한국시장에 판매하는 TV만 유독 비싼 패널을 사용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일까? TV패널 차이를 없애고 해외와 같은 가격의 TV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들어줄까?

 

3. 사실은 수직적 유통망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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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제조업이 거의 사라진 나라다. 애플도 대만에서 생산하고,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중국을 이용한다. 얼마 전 모토로라가 스마트폰 조립공장을 미국에 설립 했지만 1년 만에 폐쇄 결정을 내렸다.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은 막강한 유통업체를 가지고 있다. 가전제품 같은 경우는 베스트바이, 온라인에서는 아마존이라는 공룡이 있다. 이 공룡 유통기업이 유통망을 휘어잡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유통기업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베스트바이가 이런 스펙으로 이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라고 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그 가격에 맞춰야 한다. 그래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디지털TV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시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은 디지털TV 생산은 물론 유통과 판매까지 제조회사가 담당한다. 삼성은 디지털프라자, LG전자는 베스트샵이라는 가전회사 대리점이 유통망을 꽉 잡고 있다. 물론 대형마트나 하이마트라는 유통망이 있고 온라인 판매도 있지만 절대적인 선도업체가 없기 때문에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유통망은 없다. 게다가 주요 제조사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뿐이다. 이 두 회사가 모종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3D기능이나 스마트TV 기능이 필요 없지만 선택할 수는 없다. 50인치 이상 TV를 구입하려면 3D나 스마트 기능을 울며 겨자먹기로 포함해야 한다. 제조사가 자신들의 실패한 기술을 억지로 한국인들에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4. 한국에서 TV를 싸게 사는 방법은 없다.

만약 베스트바이처럼 강력한 유통강자가 한국에 생긴다면 어떨까? 시장의 크기나, TV패널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가격은 많이 떨어질 것이다. 한국인이 샤오미같은 회사의 TV를 많이 구입하면 어떨까? 다양한 회사 제품들이 들어와서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은 내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외국처럼 저렴한 패널에 합리적인 기능을 갖춘 TV가 많이 출시된다면 가격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최고의 TV 회사 덕분에 경쟁 회사들이 발을 붙이기 힘들다. 유통망은 대기업들이나 관계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남은 것은 한국인들을 위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저렴한 TV를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인데 그럴 리가 없다.
세계 최고의 TV회사를 가진 한국인들은 그래서 불행하다.

 

썬 도그
"사진은 권력이다." 블로그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