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좋다? 작지만 좋다?”

B씨는 아이폰을 씁니다. 그것도 아이폰 중에서 가장 최신 모델인 아이폰 6s를 쓰죠. 그런데 4인치의 화면에 각진 모서리 디자인의 아이폰 SE가 새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홍콩 비행기를 알아보기 시작하더군요. 아니 도대체 왜? 작은 게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요?

 

홍콩의 아이폰에선 무슨 냄새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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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 새 아이폰 사셨다면서요.
B : 네, 아이폰 SE 샀어요!

얼리어답터 : 앱등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홍콩까지 날아가서 진짜 사오실 줄은 몰랐네요.
B : 들르는 애플스토어마다 SE가 어째 하나도 없어서 큰일 날 뻔했어요.

얼리어답터 : 그럼 어떻게 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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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SE를 겨우 구했던 쑤닝 매장. 6s로 찍음…

B : 휴대폰 파는 매장이란 매장은 발바닥 닳도록 돌아다니면서 구했습니다. ‘두유 해브 아이폰 에씌? 씩스티포 기가바잇? 로즈골드?’를 수백 번 외쳤죠. 영어도 안 되는데… 아니 인기도 별로 없다면서 왜 가는 곳마다 없는 건지. 있어도 16GB라서 못 샀죠. 어휴, 그 놈의 16기가 진짜! 그러다 쑤닝(Sunning)이라는 매장에서 64GB 로즈골드가 딱 2대 남은 게 있더라고요. 간신히 샀어요. 한 대는 지인이 부탁한 거고요.

얼리어답터 : 그럼 얼마에 사신 건가요?
B : 하나에 4700홍콩달러 줬으니까…… 대략 70만원 정도네요. 정가 보다 500홍콩달러 정도 더 비싸긴 해도. 물건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그냥 샀죠.

얼리어답터 : 근데 6s 잘 쓰시고 계신데 왜 사셨는지……?
B : 점심 드셨죠? 이따 저녁도 드실 거죠?

얼리어답터 : 네, 먹었습니다. 때 되면 저녁도 먹어야죠. 그런데 갑자기 왜요?
B : 바로 그겁니다. 제가 아이폰 SE를 산 이유.

얼리어답터 : ……??

B씨의 얼굴에는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4인치 안 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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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 와, 정말 작긴 작네요.
B : 근데 당신도 몇 달 전까지 5s 썼잖아요.

얼리어답터 : 그렇죠. 그거 쓰다가 6s로 바꿨었어요. 아이폰은 역시 ‘s’ 시리즈가 진리!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 작은데요? 눈 안 아프세요? 4.7인치가 이렇게 다시 넓어 보일 수 있다니.
B : 적응하기 나름이죠. 어쨌든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자판 치는데 오타가, 어유, 좀 이렇게 나긴 해도, 으이구, 이건 적응하면 될 거예요.

얼리어답터 : 저는 이제 4인치는 작아서 못 쓸 것 같네요. 어우, 눈이 빠질 것 같다. 저한테는 6s가 딱 맞습니다.
B : 아이고, 확대 모드로 해놓으셨네. 무슨 글씨를 이렇게 크게 하셨어요, 노인네처럼.

얼리어답터 : 지금 노인 비하 발언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이게 크다고요?
B :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작은 게 좋네요. 이거 보세요. 한 손에 딱 쥘 때 쏙 들어와 감기는 편안함.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요. 바지가 덜렁 거리지도 않고. 바로 이거거든!

얼리어답터 : 그렇긴 하네요. 무게도 가볍고. 5s보다 겨우 1g 무거워졌다고 했나? 1g은 뭐지.
B : 역시 휴대폰은 이렇게 작고 가벼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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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 그러고 보니까 로즈골드 색상이 약간 다른 거 같기도 한데요?
B : 네, 6s보다 약간 더 분홍분홍한 느낌이에요.

얼리어답터 : 지난번 6s 사실 때도 로즈골드를 고르시더니. 핑크색을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B : 아뇨, 그건 아니고 사람들이 봤을 때 ‘아 저거 새로 나온 아이폰이구나’라고 해야 되니까요!

얼리어답터 : 아 네……
B : 이해하시죠?

얼리어답터 : 네. ㅎㅎ 그런데 디자인은 너무 똑같아서 질릴 법도 한데, 희한하게 그리 질리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요.
B : 디자인에 있어서는 가장 시크하고 잘 생긴 놈이라고 봅니다. 아이폰 4의 작고 단단한 깻잎통 디자인 이후로요.

얼리어답터 : 그래도 저는 6s의 둥글고 잡기 편한 디자인이 좋아요. 크기도 딱 적당하고요.
B : 하지만 절연띠가 나타나면 어떨까? 앙 절연띠!

얼리어답터 : ……네? ……어차피 저는 케이스 씁니다.
B : 아이폰 유저가 케이스라니. 애플의 디자인을 존중해야지 말이야.

얼리어답터 : 저 애플 정품 실리콘 케이스 쓰는데요. 그리고 애플 디자인을 존중한다면서 절연띠는 왜 그렇게 보시는 거죠?
B : ……

 

작지만 강한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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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배터리가 오래가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작아서 그런가? 기분으로는 6s보다 더 오래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얼리어답터 : 배터리 용량이 6s보다는 작아도 5s보다는 약간 늘었죠? 화면 자체도 작으니까 그만큼 효율이 좋겠네요.

B : 맞아요. 그런데다가 프로세서는 6s랑 같으니 성능은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되고, 6s에서 느꼈던 바로 그 빠릿함에 배터리도 오래 간다고요!
얼리어답터 : 결론은 크기만 좀 작아진 6s라는 말씀이신가요?

B : 완벽 그 자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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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 화면이 약간 차이 난다고는 하던데. 보세요. 6s보다 컬러가 아주 약간 생기 없는 느낌? 밝기도 아주 약간 낮은 거 같은데요.
B : 에이, 그게 구분이 간다고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얼리어답터 : 여기 이거 녹테(녹색 테두리) 아닌가요? 테두리 부분이 약간 변색된 거 같은… 아닌가요? 역시 5s의 부품 재활용이었던가!
B : 지금 뭐 보고 그런 말씀 하시는 건가요? 착시현상인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요.

얼리어답터 : 참, 그리고 3D 터치도 없죠?
B : 3D 터치 평소에 자주 쓰세요?

얼리어답터 : 아뇨 전혀요……
B : 훗.

 

아이폰의 카메라는 이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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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 카메라도 1200만 화소로 똑같다고 하던데. 하지만 셀카용 카메라는 120만 화소네요.
B : 어차피 저는 셀카도 잘 안 찍어서 상관 없어요. 셀카 자주 찍는 사람은 싸이코패스 성향이 높다고 뉴스에서도 나왔어요(이는 B씨의 개인적인 견해로 얼리어답터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 그리고 라이브 포토도 되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홍콩판이라서 카메라가 무음이라는 거죠! ㅎㅎ

얼리어답터 : 그건 좋네요. 무음이라니 흐흐…
B : 그 이상한 웃음은 뭐죠,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죠. 찍을 때 소리 안 나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아기가 자고 있을 때 깨우지 않아서 얼마나 좋은데. 잠든 아기는 천사 같아요.

얼리어답터 : 저어도 그으런 새앵각을 하고 있었어요.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가지 마세요.
B : 어쨌든 뭐 요즘 갤럭시에 비해서는 사진 자체가 비리비리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괜찮아요. 색감도 좋고 어차피 모니터로만 볼 거니까. 밤에만 안 찍으면 되죠. 밤에는 답이 없던데. 노이즈가 지글지글 보글보글.

얼리어답터 : 맞는 말씀이긴 한데 슬퍼집니다.
B : 다음 아이폰에는 카메라 더 좋아지겠죠 뭐.

얼리어답터 : 그러겠죠 뭐.
B : 네……

얼리어답터 : 예……

두 사람은 사진을 이리저리 넘겨가며 한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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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 그래서 종합해보면, 화면이 작지만 작아서 가볍고 손에 쥐기도 편하고 또 울궈 먹은 옛날 디자인… 아니 엣지 있게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커팅의 각진 모서리 디자인에 남성미 넘치는 로즈골드 컬러까지 새로 나온 아이폰 SE는 프로세서도 6s와 같은 A9에 메모리도 2GB램에 성능 자체도 좋아졌을뿐더러 배터리도 상당히 오래 가며 사진 찍기도 그럭저럭 괜찮은 아이폰인 거죠?
B : 맞아요. 절연띠 대신 이 투톤의 뒤태도 마음에 들고. 갑자기 작아져서 자판에 오타가 좀 나긴 하지만 그건 쓰다 보면 해결… 해결 될… 아 혈압이 오른다…

얼리어답터 : 이상하네요. 애플이 그럴 리가 없어! 반드시 무슨 함정이 있을 거야. 프로세서가 뭔가 미세하게 완벽하지 않다든가, 메모리 질이 좀 별로라든가, 혹은 이미 쌓인 재고 부품 활용해서 만든 거라든가…
B : 어떻게 보면 애플이 선물을 해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저 작은 사이즈가 좋아서 5s를 반 강제로 쭉 쓰던 사람들은 딱히 다른 걸로 바꿀만한 스마트폰이 없었는데, 애플이 작고 강력한 한 방을 딱 만들어준 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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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 그런데 B씨. 어차피 6에서 6s로 바꾸고 4.7인치짜리 쭉 잘 쓰고 계셨는데 굳이 이 작은 아이폰으로 바꾸지 않으셔도 됐던 거 아닌가요? 70만원이라는 돈도 작은 게 아닌데. 물론 앱등이 기준으로는 충분히 혹하는 수준이긴 하네요.
B : 저에겐 어쨌든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얼리어답터 : 쓰던 6s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다시 파실 건 아니죠?
B : 그게 사실, 우리 집사람이 6s를 쓰고 싶다고 해서… 드려야 해요.

얼리어답터 : ……유레카!
B : 어쨌든 아이폰 SE는 손에 딱 들어오는 만큼 매력적인 놈이라고 생각해요. 이만 하면 됐어요. 애플이 간만에 선물을 하나 만들어 준 것 같은 느낌!

얼리어답터 : 우리나라에는 5월이나 되어야 나온다던데, 아무래도 올해 말에 아이폰 7이 나올 때까지 조금 시간이 조금 애매해진 듯 하기도 하네요. 원래 SE가 그런 포지션인 거 같긴 하지마는.
B : SE도 사고 7도 사는 거죠! 애플 매니아라면! 당신은 얼리어답터에 앱등이라면서 뭘 고민하는 겁니까!

얼리어답터 : ……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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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요
– 그냥 애플 기기를 모으는 희열을 느끼려는 매니아
– 작은 크기의 아이폰을 사기 위해 벼르고 있었다면
– 새 아이폰을 쓰고 싶은데 돈이 그리 많지 않다면
사지 마세요
– 노안이 왔다면
– 이미 아이폰 6s나 6s 플러스를 만족하며 쓰고 있다면
– 아이폰 7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면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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