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보(oBravo)의 이어폰, erib-2a입니다. 가격부터 말씀드리자면 98만원입니다. 제가 들어봤던 이어폰 중에서 가장 비쌉니다. 놀라운 건 이 라인업에서 erib-2a보다 더 비싼 제품도 있다는 거죠. 어쨌든 케이블에 때라도 탈까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꽉 주고 귀에 꽂아보는 순간…

 

장점
– 소리가 깔끔하고 깨끗하다.
– 비싼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 자랑하기 좋다.
단점
– 디자인이 별로 고급스럽지 않다.
– 저음이 거의 안 느껴진다.
– 웬만한 결심으로는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포장이 왜 이래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1)

그래도 백만원짜린데 평범한 골판지 박스라니요? 다시 생각해보니 포장에 신경쓰기 보다는 제품의 질을 좋게 만드는 데에 힘을 더 쏟아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감동입니다.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2)

이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하드 파우치입니다. 뜬금 없이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등산로 입구의 가판에서 판매하는 등산용품이 생각납니다. 예를 들면 스피커 달린 카세트 플레이어요. 제가 고급스러움을 몰라 보는 것 같은데요. 보는 눈을 더 고급화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3)

파우치를 꽉 채운 스펀지 안에 유닛과 케이블, 폼팁 등이 정렬해있습니다. 바닥에 패대기 쳐도 부품이 부서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애매하지만 그래도 고급스러운 이어폰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4)

유닛과 케이블이 분리되는 걸 보니 진정 고급 이어폰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케이블 규격은 MMCX입니다. 스마트폰에서도 쓸 수 있게 단자는 4극이고 원버튼 리모콘도 달려 있죠. 마이크가 있어서 통화도 할 수 있고요. 볼륨 조절은 없지만 그 정도야 폰에서 조절하면 되니까요. 케이블은 가느다란 편인데 잘 꼬이지 않게 패브릭 재질로 탄탄하게 싸여 있으면서도 뻣뻣하지 않고 유연해서 좋습니다.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5)

유닛은 좀 크고 묵직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번쩍이는 알루미늄과 짙은 색의 나무가 조화된 모습이 딱 봐도 비싼 제품 같습니다. 정직한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왼쪽/오른쪽 표시가 되어 있네요. 너무 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검은색 절연 테이프라도 감고 싶었지만, 케이블은 나중에라도 바꿀 수 있으니 참았습니다.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9)

귀에 끼웠을 때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가벼워서 픽픽 잘 빠지는 것보단 낫지만, 큼직하고 날카롭게 깎인 면 때문에 좀 낯선 느낌입니다. 그래도 귀에서 반짝거리는 걸 보니까 꽤 멋있습니다.

 

이건 상쾌한 걸까 텅 빈 걸까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6)

음악을 듣는 순간 오묘한 표정을 짓고 말았습니다. 저음 울림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우직하면서도 풍성하고 깨끗하게 울리는 저음을 좋아하는데요. 깨끗하지만 상당히 공허한 느낌이 듭니다. 오마이걸의 노래 ‘Closer’의 비트를 예로 들자면 ‘쿠웅-쿠웅-‘이 아니라 ‘똑-똑-’이라고 표현이 가능하겠습니다.

그래도 저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 목소리와 쇳소리, 현악기 소리 등은 매우 청아하게 들렸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온갖 뇌쇄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섹시 콘셉트의 걸그룹이 만연한 이 시대에 여리여리하고 청순발랄한 노래를 들고 나오는 러블리즈, 오마이걸 정도가 맞을 것 같습니다.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7)

일단 erib-2a로 음악을 들어보시게 된다면 팁의 선택을 잘 해야 되는데요. 모든 이어폰이 그렇지만 이 녀석의 경우 조금이라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 팁으로 듣는다면 소리 변화가 아주 심하게 느껴집니다. 실리콘 팁은 좀 얇은 편인데 귀가 작은 편인 저에게는 중간 크기의 팁이 잘 맞았습니다.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8)

귀 안에 꽉 차서 차음성이 좋은 컴플라이 폼팁을 끼우면 저음이 조금 보충됩니다. 하지만 묵직한 게 아니라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이걸로 청아함을 포기하며 들을 바엔 차라리 실리콘 팁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키워드는 어쿠스틱, 현장감, 라이브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10)

erib-2a에 잘 어울리는 노래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소규모 밴드, 블루지한 재즈, 깨끗한 바이올린이 두드러지는 클래식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연주자 주변의 공기와 미세한 악기의 떨림을 잘 느낄 수 있죠. 적은 재료로 만드는 자연 웰빙 음식처럼 싱싱한 사운드를 잘 살립니다. 노래를 예로 들면 애니메이션 ‘언덕길의 아폴론’ OST의 ‘Lullaby of Birdland’처럼 포근한 여성 보컬이 부르는 재즈 넘버와 Eagles의 어쿠스틱 라이브 버전 ‘Hotel California’. 여기서 느껴진 깨끗함은 감동적이었습니다.

 

obravo erib-2a earphone review (11)

그런 반면 기계의 왜곡을 거친 사운드인 테크노, 댄스, 메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소리에 이것 저것 효과음과 이펙터를 붙여서 완성시킨 인공의 소리와는 맞지 않았죠. 그래서 뮤직 라이브러리의 80%가 락 음악인 저에겐 큰 매력이 없었습니다. 이미 사악한 MSG 사운드에 익숙해진 저의 귀… 하이파이 음질을 즐기기에 너무나도 부족한 저는 그냥 백만원을 좋은 곳에 쓰고 저음 빵빵하게 틀어주는 다른 이어폰을 들으며 참회하겠습니다.

 

제품 스펙

– 무게 : 35g
– 케이블 길이 : 1.2m
– 주파수 대역 : 20Hz – 35KHz
– 드라이버 유닛 : 10mm 네오디뮴 다이나믹 드라이버, 8mm PMD(Planar Magnetics Driver) 트위터
– 임피던스 : 16ohms
– 감도 : 102dB
– 구성품 : 하드 파우치, 유닛 1쌍, 3.5mm 이어폰 케이블(MMCX), 이어팁 3쌍, 컴플라이 폼팁 3쌍, 이어 슬리브 3쌍, 3.5mm-6.3mm 어댑터

 

사세요
– 저음의 풍부함보다 청명한 고음과 피부로 느껴지는 현장감이 더 좋다면
사지 마세요
– 묵직하게 울리는 저음이 좋다면
– 어쿠스틱 사운드의 노래보다 전자음 사운드나 밴드 음악을 많이 듣는다면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다담인터내셔널에서 제공받았습니다.
3% 부족한 고급스러움
착용감
실종된 저음 부스트
소름 돋는 현장 사운드
가격 대비 기대 음질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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