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면 습관적으로 PC를 켜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그랬었죠. 하지만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일을 하면서부터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PC를 켜지 않게 되었는데요. 몇 년 전에는 그나마 남아있던 노트북을 부모님께 넘겨드리기까지 했습니다. 지금은 적어도 회사 밖에서는 PC가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집에서 PC가 필요했을 어지간한 상황쯤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죠. 물론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깨알 같은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커다란 모니터로 보는 게 쾌적하고, 손끝으로 아슬아슬하게 터치하는 것보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게 효율적이니까요.

최근 뒤늦게 미드 보는데 재미를 들리면서 이런 아쉬움은 커졌습니다. 때마침 이 녀석이 찾아왔는데요. 어차피 TV 대용으로 사용하던 모니터는 책상 위에 있었으니 저에게 딱 맞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애즈락(ASRock)에서 출시한 비박스(Beebox)입니다.

asrock beebox (1)

 

장점
– 설치 후 신경 쓸 필요 없을 정도로 작다.
– 작지만 의외의 성능을 발휘한다.
단점
– 막상 PC라고 하니 성능 욕심이 생긴다.
– SSD, RAM 등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NUC(Next Unit of Compu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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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이나 문서 작성, 음악이나 동영상 감상 정도. 저에게 필요한 PC 수준은 딱 요만큼이죠. NUC(Next Unit of Computing)라는 게 있습니다. 인텔이 선보인 초소형 폼 팩터인데, 저처럼 한정적인 용도로만 PC를 사용하는 경우 알맞은 사이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NUC라는 이름 그대로 ‘차세대 컴퓨팅 유닛’이라는 어려운 말은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냥 미니 PC라고 하면 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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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락 비박스는 총 3종류로 출시됐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윈도우10이 설치된 모델로 인텔 셀러론 N3050 프로세서와 RAM 2GB가 탑재되고 32GB eMMC SSD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능은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죠.

 

미니 PC다운 모습

그렇습니다. 미니 PC라고 부를 수 있는 모습이죠. 크기가 110×118.5x46mm에 불과합니다. 모니터든 TV든 어디라도 부담 없이 무심하게 놓아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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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가 아닌 TV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경우 어느 정도 미려한 디자인도 지닐 필요도 있습니다. 작다고 능사가 아니죠. 비박스는 어떨까요? TV 곁에서 화려하게 존재감을 발하는 인테리어 소품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준수한 외관을 보여줍니다.

asrock beebox (20)

키보드와 마우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리모컨도 제공하니 당당히 꺼내놓고 사용하면 됩니다. 크기가 작으니 아예 모른 척하고 사용하고 싶다면 VESA 마운트 가이드를 이용해 호환되는 모니터 뒤에 고정시켜 놓을 수도 있죠.

 

미니 PC답지 않은 모습

asrock beebox (6)

그렇습니다. 미니 PC지만 앞뒤로 구멍이 상당수 뚫려 있습니다. 단자가 많다는 얘기죠. 우선 전면에는 오디오 잭과 USB 3.0 단자, 그리고 조금 뜬금 없는 USB-C 타입 단자가 있습니다. 아직 USB-C 단자를 사용하는 제품이 없어 실제로 꽂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앞으로도 애용해 달라는 의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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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입니다. 전원 어댑터 연결 단자부터 2개의 HDMI, 랜선 포트, DP(Display Port) 그리고 2개의 USB 3.0 단자까지 넉넉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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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HDMI와 DP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비박스는 트리플 모니터를 지원합니다. 요렇게 작은 녀석이 욕심도 많네요. 모니터와 TV를 나란히 놓고 사용한다면 웹서핑과 문서 작성을 하면서 동영상까지 틀어놓을 수 있습니다. 멀티플레이가 능한 분들에게 강추하는 기능이죠.

 

뜯어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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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고무 받침대에 있는 나사 4개만 풀면 비박스의 속살이 드러납니다. 32GB eMMC SSD만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어차피 한번은 풀어야 하죠. 비박스의 마더보드는 크게 네 군데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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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PCle 슬롯에는 M.2 Wi-Fi 모듈이 원래부터 꽂혀 있습니다. 넓적하고 납작한 나사를 풀면 뺄 수 있는데요. 굳이 뺄 필요는 없는데 유선랜만 고집한다면 없어도 되겠죠 Wi-Fi는 802.11ac 규격의 2.4G/5G 듀얼밴드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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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에 mSATA 슬롯이 있습니다.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mSATA SSD가 있어 꽂아 봤는데요. 구성품에 포함된 가장 작은 나사를 찾아서 조여주면 쉽게 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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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쪽으로 커다랗게 RAM 슬롯이 있습니다. 초소형 미니 PC인지라 노트북용 RAM을 사용하죠. 2GB DDR3L 1600MHz 한 개가 꽂혀 있습니다만, 업그레이드 필수는 기정 사실입니다. 애즈락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4K 영상 재생을 위해서는 메모리를 듀얼 채널로 구성하라고 되어 있거든요. 최대 16GB까지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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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으로 SATA 데이터/파워 케이블을 꽂는 슬롯이 보입니다. SSD 또는 HDD는 하단 커버에 장착하면 됩니다. 좁은 내부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설계가 돋보입니다. 2.5인치 가이드는 하단 커버에 고정되어 있는데요. SSD가 아닌 HDD를 연결하더라도 진동을 방지할 수 있도록 나사 위아래로 고무링이 끼워져 있습니다. 꼼꼼하게 배려하는 모습이죠.

 

더 뜯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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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Wi-Fi 모듈에 연결된 안테나 케이블을 분리하고 나사 2개만 풀면 마더보드를 아예 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래쪽으로 의외의 냉각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브라스웰(Braswell) 기반의 셀러론 N3050 자체가 발열이 적은 프로세서라 팬리스(Fanless)로 설계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굳이 냉각팬을 사용했습니다.

asrock beebox (15)

그래서 완전 무소음은 아닙니다. 애즈락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최대 부하 20.5dB, 유휴 17.5dB로 밝혀놨는데요. 귀에 거슬릴만한 소음은 아닙니다. 처음 전원 버튼을 누를 때만 왜 잠든 나를 깨우냐고 신경질 내는 듯한 반응을 제외하면 말이죠. 냉각팬은 어쩔 수 없으니 좀 더 쾌적하게 사용하려면 HDD보다는 SSD를 권장합니다.

 

성능 테스트가 필요할까?

비박스가 게이밍 PC는 아니기 때문에 성능 테스트를 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그래도 PC니 간단하게라도 집고 넘어가야겠죠. 본격적인 벤치마크보다는 재미 삼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두 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DOGS BENCH

우선 대략적인 프로세서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강아지 벤치마크’입니다. Run 버튼을 누르면 엄청난 개 때가 등장하죠. 테스트가 종료되면 몇 마리가 나왔는지를 알려줍니다. 많을수록 좋은 거죠.

DOGS BENCH beebox

100마리까지는 나름 선방합니다. 마구 나타나는데요. 110마리 정도에서 숨이 가빠집니다. 여러 차례 테스트한 결과는 150~160마리 정도. 등급은 C등급입니다. 550마리를 넘겨야 SS등급이군요. E등급도 있을까요?

FISHBOWL BENCH

 

 

다음은 대략적인 그래픽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어항 벤치마크’입니다. Fish 숫자를 Auto로 바꾸면 어항 속 금붕어가 마구 늘어나는데 60fps 기준으로 몇 마리가 유지되는 지를 보면 됩니다. 역시 많을수록 좋은 거죠. 또는 금붕어 수를 고정해 놓고 프레임(fps) 수의 변화를 보면 됩니다.

FISHBOWL BENCH beebox

Fish 숫자를 Auto 바꿨는데 변화가 없습니다. 1마리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네요. 숫자를 10으로 바꿔봤습니다. 10마리의 금붕어가 나름 활발하게 이리저리 다니네요. 50fps 전후를 반복합니다. 이후로 50마리일 때는 40fps, 100마리일 때는 30fps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500마리일 때는 12fps 정도로 오랫동안 밥을 주지 않은 것처럼 금붕어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사용한다면?

위 벤치마크를 진행하면서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다른 PC와 비교는 하지 않았습니다. 비박스 (N3050 모델)의 성능이 궁금하다면 위 링크를 방문해 자신의 PC와 비교해보면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asrock beebox (16)

하지만 주 용도라 할 수 있는 영상 재생은 제대로 해봐야겠죠? 어지간한 영상은 큰 문제 없을 테니 4K 영상을 돌려봤습니다. RAM은 4GBx2 추가로 했고, SSD까지 넉넉하게 끼운 상태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모두 4편, 모두 3840×2160 해상도, H.265/HEVC 코덱의 영상이고요. 하드웨어 가속(DXVA) 옵션을 활성화한 다음팟플레이어에서 재생했죠.

mp4-30fps

맨 처음은 30fps의 MP4 파일입니다. 끊김 없이 부드러운 4K 해상도를 감상할 수 있죠.

mp4-60fps

같은 MP4 파일이지만 60fps은 어떨까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끊기는데요. 프레임도 다소 저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s-26fps

좀더 무거운 파일, TS 파일로 재생해보겠습니다. 먼저 26fps입니다. TS 파일이지만 프레임이 적은 파일이라 그런지 거의 저하 현상이 없습니다. 끊김도 없고요.

ts-50fps

마지막 50fps, TS 파일입니다. 거의 감상이 불가능한 수준이죠. 15fps 언저리까지 내려갔습니다.

asrock beebox (17)

테스트 결과, 일단은 4K 영상 재생은 가능합니다. 다만 60fps 완벽 지원은 불가능합니다. 프레임 수가 클수록 버거워하죠. 30fps 정도로 만족하면 될 듯 합니다. 물론 4K 영상을 굳이 볼 필요 없다면 전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게임은 어떨까?

미니 PC에서 게임을 즐기는 건 욕심일 수 있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데요. 그나마 심심풀이로 (잠이 오지 않을 때 수면제 대용으로) 즐기는 디아블로3를 실행해봤습니다.

gmae

플레이가 불가능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의외로 준수하게 구동이 됩니다. 당연히 옵션 설정은 가장 낮게 조정했지만요.

gmae2

굶주린 몹들이 갑작스레 떼거지로 등장하는 곳에서는 살짝 끊기지만 대체적으로 원활한 편입니다. 물론 솔플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디아3를 솔플로 즐기거나, 디아3보다 낮은 사양의 게임을 즐기는 분이라면 게임 전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심심함을 달랠 수는 있습니다.

 

비박스? 비박스!

asrock beebox (18)

다시 얘기하지만 이 녀석의 이름은 비박스입니다. 바로 Bee, 벌이죠. 작고 빠르며 분주히 일하는 벌에게서 설계 컨셉을 얻었다고 합니다. 윙윙거리는 소리만 빼고 말이죠. 하지만 N3050 모델의 경우 소리도 어느 정도는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쿨링팬이 달려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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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 뻔히 드러나는 부분이고, 분주히 일하는 건은 사용할수록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이 작은 녀석이 트리플 모니터를 구동하고 4K 동영상을 돌리느라 정말 수고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다만 빠르다는 건 100%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셀러론 프로세서라 멀티태스킹에 한계는 있거든요. 특히 분주하게 일하는 중일 수록 한 박자 늦는 듯한 반응은 애교로 넘겨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교? 맞습니다. 이 녀석의 크기를 보세요. 이만하면 대견하지 않나요?

 

사세요
– (게임을 제외한) 멀티미디어용 PC가 필요한 분
– 거실 TV에 연결할 PC가 필요한 분
사지 마세요
– 꼭 4K 동영상(60fps)을 봐야하는 분
–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디앤디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공간 창출 능력
크기 대비 단자수
소음으로 인한 존재감
기대했던 4K 소화력
기대 이상의 게임 플레이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을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