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로봇 장난감을 좋아했었습니다. 골라이온(=킹라이온, 볼트론)과 그랑죠를 비롯해 정체를 알 수 없던 닌자거북이 합체 로봇, 그 외에도 괴상한 모양의 로봇으로 변신하던 플라스틱 필통 등이 생각납니다. 파워레인저를 지나 사춘기를 거치며 로봇에서 관심이 점차 멀어진 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로봇 2대가 나타났습니다.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1)

 

장점
– 조작할 때 몰입감이 있다.
– 애들 둘이 놀게 하기에 적절하다.
– 그냥 놔둬도 은근히 멋지다.
단점
– 혼자 놀기는 재미 없다.
– 건전지가 10개나 필요하다.
– 소리가 커서 시끄러운데 볼륨 조절이 안 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2)

이들의 정체는 배틀건봇. 솔직한 이름대로 총을 들고 서로 싸우는 로봇들입니다. 보통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유닛끼리 힘을 합하는데, 왜 둘이 서로 싸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서로 비슷하게 생기기까지 했는데 말이죠. 색깔도 그렇고 왠지 남북 관계가 생각나는 건… 망상이겠죠?

 

야 이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3)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할 나이는 지났지만 뭐 어떤가요.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저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참고로 배틀건봇의 사용 권장 연령은 6세 이상입니다.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4)

처음 녀석들을 본 순간 깨달았습니다. 단순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지금 와서는 좀 다릅니다. 갖고 놀려면 제대로 마음을 다잡고 해야 하죠. 조작이 은근히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앞뒤로는 가지 않고 오로지 좌회전과 우회전으로 움직여야 하니까요.

 

준비된 사로부터, 엎드려 쏴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5)

조준 연습이 필요합니다. 박스의 안쪽 날개에 연습용 타겟이 그려져 있습니다. 4개를 만들 수 있죠.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6)

양손을 써서 컨트롤러에 혼을 실어 이리저리 움직이고 총을 쏩니다. 움직이며 조준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하지만 시끄럽게 총을 난사하며 이리저리 그라운드를 누비는 시간이 쌓여가는 이 순간, 어느새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습니다.

 

홍코너, 정열을 불태우는 총질- 배틀건봇 플레어 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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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의 몸체처럼 정열적인 아우라가 물씬 풍겨나오는 플레어 이글(Flare Eagle). 양 옆으로 펼쳐진 총의 날개가 그 기개를 표현하는 듯 합니다. 적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도 눈에 멋지게 끼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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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어이글을 조종하는 컨트롤러입니다. 아이들 손에는 조금 클 것 같고 성인의 손에는 약간 작은 듯한 크기입니다. 스위치는 손맛이 확실하지만 아주 크게 딸각거려서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안 그래도 컨트롤러에 달린 스피커로 각종 효과음이 난무하는데 말이죠. 피슈웅(전원 ON)/콰과과과(이동)/파바바바(권총 발사)/철커덕(장전) 등 엄청납니다. 아이들이라면 이 정신 없는 분위기를 확실히 좋아할 것 같습니다. 볼륨을 줄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10)

TV 리모콘처럼 적외선 통신으로 로봇을 조종하는데 최대 거리는 1.5m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넓은 곳에서도 놀 수 있죠. 3평 정도 되는 방 안에서도 무리 없이 배틀건봇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방해물이 있으면 안 움직이니까 요리조리 멋지게 잘 피해서 컨트롤해야 하죠.

 

청코너, 시크한 거너- 배틀건봇 네이비 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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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도벨(Navy Dober)은 시크한 파란색 몸체에 미래지향적으로 생긴 바주카를 갖고 있습니다. 모습은 미세하게 두 로봇이 다르지만 구조와 자세는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원스럽고 날렵해보이는 네이비 도벨에 호감이 가네요. 어렸을 때 마스크맨에서는 블루, 그랑죠에서는 피닉스를 좋아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12)

플레어 이글은 A, 네이비 도벨은 B로 스위치를 맞춰놓으면 이제 서로 싸울 수 있게 됩니다. 싸워야 재밌는 장난감이니까요. 서로 바꿔도 상관 없고요. 둘 다 같은 걸로 맞추면 놀랍게도 싱크로나이즈드 광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한다면, 싸우는 쪽보다 이런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죠.

 

전투 준비! 난이도 높은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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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건전지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는 거죠. 본체에 3개, 컨트롤러에 2개씩 AAA 사이즈 총 10개가 필요합니다. 충전지를 사도 충전하기 번거로워 문제고, 알카라인 건전지를 사자니 매번 사기가 부담될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할 수 없죠, 뭐…

 

정신 무장. 신체 무장.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7)

전투에 앞서 무장은 필수겠죠. 겸허한 마음으로 스티커를 붙여봅니다. 뭐가 참 많은데 어렵진 않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니 보기가 한결 낫습니다. 이제 피 튀기는 배틀을 위해 출전합니다. 선수는 얼리어답터 인턴 2명!

 

정직원이 되기 위한(?) 한 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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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블루 : 준비는 되었겠지, 애송이. 화이팅해라.
인턴 레드 : 니야말↗로↘. 그 버릇없는 주둥아리를 적외선 레이저로 지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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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블루 : 우습군. 가라, 네이비 도벨! 레이저 30발 소진할 필요도 없이 그 전에 쓰러뜨려 주지! 장전 스위치 따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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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레드 : 그래 온↗나↘. 면허도 없는기 뭐라 쳐 씨부리쌌노. 인생 실전이다. 일격필살 10발 맞고 움직이지도 몬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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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블루 : 사투리 좀 그만 써! 여긴 강남이다! 몸통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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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레드 : 내가 은제 사투리를 썼다카노. 하이고, 이↗렇게 넘어질 줄은 몰랐네.
인턴 블루 : 이제 시작일 뿐이다. 화이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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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레드 : 고마 확…! 레이저로 지지뿐다!
인턴 블루 : 크윽… 맞을 때마다 잠시 움직일 수 없으니 치명적이군. 사격 연습은 못했는데…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20)

그렇게 5분간 계속된 인턴 블루와 레드의 싸움. 인턴 블루가 레이저 9발을 머리에 맞고 빨간 불빛을 깜빡이며 샷 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한 발만 더 맞으면 승부에서 패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죠. 껐다 켜야 합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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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블루 : 그래, 가망이 없군. 좋은 승부였다. 하지만 이건 알아둬.
인턴 레드 : 뭔 또 말이 많노!
인턴 블루 : 우린 이걸로 정직원이 될 수 없는 운명이었어. 애초에 이건 그냥 의미 없이 붙은 거라고!
인턴 레드 : 머라카노! 아나, 이거 먹고 죽어라.
인턴 블루 : 크윽…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23)

인턴 레드 : 내 정직원인데.
인턴 블루 : !
정직원 레드 : 한 달 전부터.
인턴 블루 : 그게 무슨… 무슨 말씀이세요.
정직원 레드 : 몰랐나. 내 당신보다 한 달 먼저 들어온 거.
인턴 블루 : 분명히 같이 입사한 줄 알았는데…
정직원 레드 : 인나라. 인나세요.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22)

그렇게 직원 두 명은 서로를 겨눴던 총구를 내리고 아름다운 수직관계가 되었습니다.

 

어른이는 추억 속으로. 어린이는 전투 속으로.

takara tomy battle gunbot robot toy review (24)

배틀건봇은 단순합니다. 하지만 조종이 은근히 어려워서 집중력이 필요하죠. 이미 장난감에 흥미를 잃은 어른이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로봇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시끄러운 효과음도 아이들은 그저 좋아할 것 같네요.

가격은 배틀건봇 2대가 들어있는 세트가 9만5천원대입니다. 곧 크리스마스이기도 하니 평소 귀여운 조카에게 줄 선물을 찾는다거나 터닝메카드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님이라면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세요
– 아이나 조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는 분
– 터닝메카드를 도무지 구하기가 힘들어 차선책을 강구하는 분
– 육중한 로봇 디자인을 좋아하는 분
사지 마세요
– 같이 놀 사람이 없는 분
– 시끄러운 걸 혐오하는 분
– 건전지 값이 부담되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잼버스코리아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향수 자극 지수
애들이 좋아할 거 같은 느낌
시끄러운 효과음
건전지 부담
선물로의 적합성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