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 아니고 킥보드도 아니고 오토바이도 아닌 전동 스쿠터. 제가 이걸 확실히 인지하게 됐던 건 드라마에서 본 이후였습니다. 미래가 촉망되는 여배우 김소현 양이 나왔던 ‘후아유’에서 육성재 군이 타고 나왔었기 때문이죠. 차도에서 뽈뽈뽈 달리며 귀여운 폭주를 하더니 육교 위에서 김소현 양에게 타는 법을 알려주며 알콩달콩하는 달달한 모습은 저의 뇌리에 깊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가을 하늘이 청아한 11월의 어느 날. 안장이 달린 전동 스쿠터인 에어휠 A3(AirWheel A3)를 저도 탈 수 있게 됐습니다.

airwheel a3 review (1)

 

장점
– 타는 재미가 있다.
– 안장이 아주 편안하다.
– 운전 시 소리가 조용한 편이다.
– 거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본다.
– 조용한 동네의 마실용으로 적당하다.
단점
– 처음 시동을 켜면 나오는 커다란 안내 음성을 끌 수가 없다.
– 리모콘이 멋이 없다.
– 타고 있는 폼도 멋이 없다.
– 거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본다.
– 샤오미가 나인봇 미니를 내놨다.

 

닦고 조이고 기름은 안 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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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는 중입니다.

에어휠 A3의 만남은 조립과 함께 시작합니다. 파츠의 무게가 묵직묵직한데요. 다 합하면 34kg나 되죠. 어렵진 않습니다. 너트를 조이면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 같습니다. 안장은 제 소중한 엉덩이가 닿는 곳이니 더욱 튼튼하게 조입니다. 조임… 중요합니다.

 

차키가 왜?

airwheel a3 review (3)
역시 열쇠는 덜렁덜렁 바지에 걸고 다녀야 제 맛

에어휠 A3에는 차키가 있습니다. 리모콘인데요. 가까이에서 시동을 걸거나 라이트를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이게 없으면 움직일 수 없죠. 혹시 잃어버릴까봐 그런지 2개나 들어있네요.

airwheel a3 review (4)
더 충분히 멋지게 만드셨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정말 못생겼습니다. SNS로 절대 자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길에 세워둔 에어휠 A3 본체를 찍는 게 훨씬 낫습니다.

 

“Dear Customer, Please…”

airwheel a3 review (5)
사람 많을 때 버튼을 눌러선 안 돼! 창피해…

전원 켜면 여성의 음성이 나오는데요. 간단한 주의사항을 말해주는데 이게 버튼을 누를 때마다 큰 소리로 외치는 덕분에 가끔 난감해지기도 합니다. 소리를 끌 수가 없어서 더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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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굳이 손으로 저러지 않아도 됩니다.

어쨌든 그 시간을 견뎌내고 리모콘으로 시동을 걸면 이제 스스로 균형을 잡습니다. 잡고 있지 않으면 혼자 무게가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의욕이 넘치는 녀석입니다. 그래도 위험하니까 손으로 잡고 시동을 걸거나 올라타서 켜는 게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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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에는 배터리 정보와 속도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딱히 쳐다볼 일은 없지만 불도 들어와서 밤에도 보기 편합니다.

 

오뚝이로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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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저렇게 요염하게 타지 않아도 됩니다.

초등학교 때 두 발 자전거도 배우는데 애를 먹었던 저는 이 전동 스쿠터를 타는 게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네요. 알아서 균형을 아주 잘 잡아줍니다. 자전거보다 안장도 훨씬 크고 푹신해서 편안합니다. 미세한 각도까지 인식해서 앞으로, 혹은 뒤로 슬금슬금 굴러갑니다. 서커스 곡예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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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저런 자세로 후진하지 않아도 됩니다.

후진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는 건 공간 감각이 부족한 저에게 축복과도 같은 거죠. 한쪽 팔을 어딘가에 올려놓고 남성미를 발산할 순 없지만 괜찮습니다.

 

질주감을 살짝 느낄 수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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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다리를 더 짧아 보이게 하는 효과

최고 속도 16km는 아주 빠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더 그런 거겠죠. 14km/h 정도로 달리면 삑삑 경보음이 나며 속도를 제어해줍니다. 경사 15도의 오르막까지도 그럭저럭 올라가긴 하는데, 아무래도 힘에 많이 부칩니다. 오르막이 보인다면 미리 바짝 속도를 높이거나 몸을 바짝 숙이면 우주선이 발사될 때처럼 서서히 올라가긴 하죠.

 

브레이크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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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있지만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혹시나 급한 상황에서는 수동으로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몸체가 뒤로 젖혀집니다. 다만 이 때는 몸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죠. 넘어질 듯 말 듯, 이 느낌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됩니다. 아직도 급정거를 할 때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이 불안감은 곧 덩실덩실 타는 재미로 바뀝니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리어카 말타기를 하며 기뻐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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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탈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재차 강조해드립니다.

다만 자전거의 브레이크처럼 단박에 세울 수는 없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관성이 있기 때문이죠. 횡단보도라도 건너려면 미리 속력을 줄여야 합니다. 사람과 차가 많은 좁은 길이라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죠. 이 때는 안전과 멋을 같이 지키기 위해 젠틀하게 내려서 끌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고로 ‘밀당’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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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지 말고 밀당을 해야 하죠.

핸들링은 아주 부드럽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돌린다는 느낌은 아니고 밀고 당겨야 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합니다. 사실 제가 밀당에는 좀 약합니다. 길 경사가 옆으로 되어 있다면 저처럼 분명히 애를 먹을 겁니다.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 운전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때 카트라이더에서 꽤 잘 나갔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멋있게 탈 수 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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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포즈는 가을 하늘처럼 완벽했다.’

사실 에어휠 A3를 타고 앉아있는 모습은 그리 멋있진 않습니다. 가끔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나 사람이 별로 없을 때는 서서 가면 됩니다. 정말 멋있습니다.

airwheel a3 review (1)
제발 손으로 핸들을 잡고 타시길 바랍니다.

바퀴 2개가 하나로 붙어 있어서 가능한 제자리 스핀은 에어휠 A3의 장기입니다. 좁은 길에서도 쉽게 뒤돌아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후진하는 거 보다는 이 때가 더 멋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묵직한 만큼 강한 스태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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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를 다 충전하면 30km정도는 갈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탄다고 해도 며칠은 끄떡없죠. 밖에서 촬영할 때에도 배터리가 한 칸도 닳지 않았습니다. 충전하는 시간도 3시간 정도면 됩니다. 본체가 굉장히 무거워서 집 안에 여기저기 놓기는 힘드니 케이블이 길다란 멀티탭이 꼭 필요합니다.

 

숲과 공원에서만 탔던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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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아저씨, 아주머니들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에어휠 A3

촬영을 하려고 공원으로 이동할 때 타봤는데, 인도와 차도에서는 굉장히 위험했습니다. 특히 강남의 골목길은 정글 같았습니다. 요즘은 인도와 차도가 평평하게 잘 연결되어 있어서 다니기는 좋지만, 어쨌든 에어휠은 운전을 잘해도 위험합니다. 몸을 기울여 움직이거나 멈춰야 하기 때문이죠. 조금이라도 허둥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탈 것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녀석은 사람이나 차가 많은 좁은 곳에서는 되도록 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앉아서 느끼는 전동/전희/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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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올라타고 싶은 너

넘어지진 않을까, 힘들진 않을까, 불안하게 느껴졌던 전동 스쿠터. 모르는 사람들이 ‘우와’, ‘멋있다’, ‘간지나는데?!’ 등 감탄사를 내뱉게 했던 전동 스쿠터(실제로 한 말). 앉아서 재밌게 탈 수 있었던 에어휠 A3, 욕심 납니다. 가격은 209만원입니다. 29만원이 아닙니다. 그런데 백만원도 안되는 샤오미 나인봇이 출동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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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샤오미 전동 스쿠터가 가격이 싸다고 해도, 일단 에어휠 A3는 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서 타는 것보다 편하죠. 그리고 균형을 잡으며 뒤뚱뒤뚱 타는 재미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하루 이상 타보니 그제서야 핸들이 손에 감기고 엉덩이와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좁고 위험한 곳을 피해 매일 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죠. 209만원을 투자할 만한 다짐이 충분히 되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이 녀석이 탈 것의 재미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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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요
– 재미있는 탈 것을 갖고 싶은 분
– 사무실과 집의 거리가 도보로 30분 내외인 분
– 킥보드와 자전거는 힘들고 오토바이는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
사지 마세요
– 길이 좁고 복잡한데 자동차와 사람까지 많이 다니는 곳에 사는 분
– 운동 효과를 느끼고 싶은 분
–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로리스토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튼튼하고 귀여운 디자인
복잡한 길에서의 안전성
스피드 왕이 되는 속도감
탔을 때 포즈가 멋질 가능성
운전의 용이함
오래 탈 수 있는 배터리
타고 노는 재미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

댓글

  1. 와…빽바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을을 보내고 싶지 않앜ㅋㅋㅋㅋ

  2. 이번 리뷰는 정말 재밌게 읽었네요 ㅋㅋ 얼리어답터 에디터들 특유의 유머가 사진과 함께 극대화 된 거 같습니다 ㅋㅋ 정말 빵터졌어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

  3. 빵 터지셨다니 만든 보람을 느낍니다. 자주 터뜨려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