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5년 전, 11월 23일 오후 3시쯤이었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현역으로 복무하던 시기였는데요. 위병조장 근무를 서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병사 한 명이 단독군장 차림에 얼굴에 위장을 한 채로 달려오더군요.

박 일병 : 김민제 상병님! 전쟁 날 것 같습니다! 일단 이거 먼저 받으십시오! (위장크림과 피아식별띠를 건네준다.)
김 상병 : 왜? 뭔데? 뭐? 뭐, 왜? 왜? 왜? 뭐냐고?
박 일병 : 자세한 건 저도 모르겠지 말입니다. 북한이 연평도에 뭐 쐈답니다. 아마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연락 올 것 같습니다.
김 상병 : 어? 뭐? 뭐라고?
박 일병 : 지금 수송부로 가야 해서 자세한 설명은 못 드립니다. 일단 지통실에서 지침 내려왔으니 피아식별띠 착용하시고, 위장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상병 : (급히 피아식별띠 착용 후, 위장크림 바르며) 어? 그래서 지금 무슨 상황이라고?
박 일병 : 저도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급히 수송부로 뛰어간다)

공군 인트라넷 공감 게시판의 소설을 보며 희희낙락거리던 중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 거죠. 머리가 갑자기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습니다. 일주일 뒤 예정되어 있던 포상휴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북한군을 맞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질 않더군요. 박 일병에게 받은 위장크림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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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크림을 한 번이라도 발라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크림을 바르는 건지, 크레파스로 색칠놀이를 하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바르기 힘듭니다. 힘들게 발랐으면 색깔이라도 제대로 나와야 할 텐데, 제대로 발렸는지 의심될 정도로 변화가 없죠. 그래도 위장은 해야 했기에 라이터로 조금씩 녹여가며 겨우겨우 바르긴 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었죠.

 

요즘 군대 참 좋아졌다. 나 땐 말이야~

군대 얘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사죠. “요즘 군대 참 좋아졌다” 현역 시절 정말 듣기 싫었던 말이었지만, 제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요즘 장병들은 노화를 촉진하는 보급 위장크림 대신 각종 화장품 회사에서 만든 피부에 좋은 성분들만 함유된 사제 위장크림을 쓴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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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어딘지 알 것 같은 업체부터 처음 들어보는 업체까지 다양한 곳에서 위장크림을 생산하고 있었는데요. 그중 고무신 카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품 4종과 실제 군부대에서 보급하는 제품까지 총 5종류를 비교,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불철주야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현역 장병들과 앞으로 입대할 꿈나무들의 피부 건강을 위해서 말이죠. 마침 한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 국군의 날도 다가오는군요.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 보급품 : 군용위장크림 – 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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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보급품 군용 위장크림입니다. 현역의 경우 공짜로 보급받을 수 있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5,900원에 구입할 수도 있죠. 이 제품의 경우 부대마다 상이하겠지만,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울이 없거나, 말라비틀어졌거나, 색깔이 서로 섞여 있어 어느 것을 발라도 검은색이 나오는 게 대다수죠. 아주 열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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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각종 피부 트러블도 유발합니다. 주성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피부에 좋지 않은 성분은 없을 텐데요. 주변 사람들만 살펴봐도 이 제품의 피해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따가움, 간지러움은 기본이며 피지, 기미, 주근깨 등이 옵션으로 따라오죠. 참 아이러니한 제품입니다. 발색과 발림성도 최악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크레파스를 떠올리게 하는 제품이죠.

– 피부 개선 효과 ☆☆☆☆☆
– 발색 정도 ★☆☆☆☆
– 발림 정도 ★☆☆☆☆
– 가격 ★★★★★

 

2. 이니스프리 : 익스트림 파워 카모 크림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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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위장크림의 시초,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이니스프리의 위장크림입니다. 은색으로 코팅된 제품 케이스가 눈에 띄네요. 햇빛을 아주 잘 반사할 것만 같은 코팅이네요. 위장이란 자고로 화장처럼 수시로 수정해줘야 하는데요. 수정하는 중 적군에게 발각될 것만 같습니다.

자외선 차단 효과가 눈에 띕니다. SPF는 자외선차단지수를 뜻하는데요. SPF 수치가 50이면 우리나라에서 허용하는 최대치입니다. 국내에 시판되는 모든 자외선 차단제 중에서 최고라는 것이죠. PA등급은 피부를 검고, 늙게 하는 자외선A를 차단하는 효과에 대한 수치인데요. 최고등급인 PA++네요. 자외선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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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그냥 일반적인 위장크림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성분은 다릅니다. 어성초 추출물과 티트리오 오일이 함유되어 있어 미백, 주름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악화되는 것만 막아줘도 감사할 따름인데, 바를수록 오히려 피부에 좋다니, 보급품만 바르던 저에겐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하지만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발색과 발림성은 보급품보다 좋은 편이지만, 후발주자로 뛰어든 다른 제품보다는 못한 편입니다.

– 피부 개선 효과 ★★★★☆
– 자외선 차단 효과 ★★★★★
– 발색 정도 ★★★☆☆
– 발림 정도 ★★★★☆

 

3. 더페이스샵 : 아르쌩뜨 에코-테라피 그루밍 카모 크림 포 맨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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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사제 위장크림의 독보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장크림 본체 위에 투명한 케이스를 씌울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데요. 투명 케이스 아래에 사진을 넣을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군생활이 편해지길 원한다면, 주변의 예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어 보내주세요. 남자친구의 남은 군생활은 아우토반만큼 쭉 뻗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제품 크기는 위장크림치고는 조금 넓은 편인데요. 그만큼 여자친구 사진도 큰 것을 넣을 수 있겠죠. 여자친구는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요? 안심해도 됩니다. 기본으로 수지 사진이 2장 포함되어 있거든요. 아니면 MAXIM 화보라도 찢어 넣으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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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제품과는 달리 이 제품은 세로로 열게끔 되어 있습니다. 위장크림 방향도 달라 불편해 보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혀 불편함이 없었죠.

크림 성분을 살펴보면 각종 식물성 오일을 사용했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만, 피부 개선 효과에 대해선 ‘피지 걱정 NO’라는 문구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대할 건 자외선 차단 기능뿐이네요. 자외선 차단 수치는 앞서 소개한 이니스프리 제품과 같은 SPF50+ PA+++ 등급입니다. 피부 개선 효과가 별로라 실망하셨나요? 케이스를 살짝 닫아봅시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죠.

– 피부 개선 효과 ★☆☆☆☆
– 투명 케이스의 유용성 ★★★★★
– 발색 정도 ★★★★★
– 발림 정도 ★★★★★

 

4. 스킨푸드 : 워터멜론 라인 카모플라쥬 크림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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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하는 스킨푸드답습니다. 수박추출물이 들어간 위장크림을 만들었네요. 위장한 모습과 수박 줄무늬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품 케이스 뒷면을 보면 제품 라벨을 떼어낼 수 있게끔 되어 있는데요. 사진을 부착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부착할 수 있는 사진 크기는 대략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인데요. 더페이스샵 제품의 투명케이스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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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착 기능은 굉장히 번거롭고 쓸모 없어 보이지만, 위장크림 본연의 기능만큼은 확실합니다. 발색과 발림성이 조금 약하지만, 다른 제품에 비해 광택이 확실히 덜합니다. 다른 제품은 포스터물감을 진하게 바른 듯한 느낌을 준다면, 이 제품은 파스텔을 진하게 바른 것 같은 느낌이죠. 사실 군용품에 있어 광택은 필수적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 중 하나입니다. 광택은 기도비닉 유지에 전혀 필요 없는 요소죠.

화장품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어떨까요? 별 볼 일 없습니다. 피지흡착파우더가 함유되어 있어 피지를 관리해줄 뿐, 그 흔한 자외선 차단 효과도 없죠. 피부 건강에 무해한 성능 좋은 위장크림 정도라 표현하면 딱일 것 같네요.

– 피부 개선 효과 ★☆☆☆☆
– 케이스 뒷면의 유용성 ★☆☆☆☆
– 발색 정도 ★★★★☆
– 발림 정도 ★★★★☆

 

5. 토니모리 : 지나인 퍼펙트 카모 크림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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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위장을 해야 할 상황에서 가장 유용할 것 같은 제품입니다. 5개 제품 중 가장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리하며, 카모 패턴을 입힌 제품 케이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장이 될 것 같습니다. 제품 이름에 당당히 ‘퍼펙트’를 넣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G9은 무슨 뜻일까요? 처음엔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제품이라는 뜻의 ‘지구’인 줄 알았습니다만, 제품 뒷면 한글 표기를 보니 ‘지나인’이더군요. 미스터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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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내부를 살펴봅시다. 다른 제품과 달리 하얀색이 추가돼 총 4가지 색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겨울에 위장해야 할 경우 유용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물론 혹한기가 아니더라도, 하얀색을 적당량 섞어 주면, 조금 더 멋지게 위장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선임들의 갈굼은 피할 수 없겠지만요.

피부 개선 효과도 나름 괜찮습니다. 색깔별로 다른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각기 다른 효과를 부여하는데요. 알로에추출물의 초록색은 피부 보습, 홍삼추출물의 갈색은 피부에너지, 숯추출물의 검은색은 피지컨트롤, 쌀겨추출물의 하얀색은 브라이트닝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위장크림은 각 부분별로 다른 색깔을 칠하도록 만들어진 것인데요. 같은 얼굴이라도 부분부분 다른 효과가 적용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까요? 설마 섞어 바를 것이라 예상한 것은 아니겠죠?

– 피부 개선 효과 ★★★★☆
– 화이트 컬러의 유용성 ★★★★★
– 발색 정도 ★★★★☆
– 발림 정도 ★★★★☆

 

위장크림도 화장품인데 발색 테스트는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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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5가지의 위장크림을 대략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위장크림도 화장품이니만큼 발색 테스트를 해보지 않을 수 없겠죠? 이어질 ‘예비역이 알려주는 사제 위장크림 2편’에서는 제가 직접 위장크림을 발라본 후기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각 제품, 색깔별로 철저히 비교, 분석할 텐데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5가지 제품을 살펴보며 느꼈던 점들입니다.

느낌 1. 보급품은 쓸만한 제품이 아니다.
느낌 2. 완벽한 위장으로 포상휴가를 받고 싶다면 보급품만 피하면 된다.
느낌 3. 피부 건강을 위해 사제 위장크림 하나쯤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느낌 4. 다만 자주 바르는 게 아니니 피부 개선 효과 따위는 무시해도 될 것 같다.
느낌 5. 여자친구가 없다면 굳이 더페이스샵 위장크림을 구매할 이유는 없다.
느낌 6. 하지만 수지 사진이 있는 것만으로 구매할 이유는 충분하다.

 

사세요
– 이등병 : 이니스프리(사제인 듯 사제 아닌 사제 같은 제품. 하지만 피부엔 좋다)
– 일병 : 스킨푸드(완벽한 위장으로 포상휴가를 노려보자)
– 상병 : 토니모리(흰 색을 이용해 색칠놀이를 해보자)
– 병장 : 필요없다
사지 마세요
– 이등병 : 토니모리(흰 색을 바르는 순간 갈굼은 피할 수 없다)
– 일병 : 더페이스샵(아직 사진 넣고 다닐 짬은 아니다)
– 상병 : 스킨푸드(피부개선 효과 없다. 상병쯤 되면 조금씩 관리해야지)
– 병장 :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