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제 마음속의 아이리버 제품은 삼각기둥이나 비누 모양의 MP3 플레이어가 전부였었습니다. 그러다 칫솔 살균기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안타까워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근래에 아이리버는 굉장히 비싼 오디오인 아스텔앤컨을 만들었는데요. 저 같은 평민은 감히 만져볼 수도 없을 만큼 비싼 가격이었지만 오디오 마니아들과 일본에서까지 극찬을 받으며 아주 잘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굉장히 비싼 블랙박스를 만들었나 봅니다. 109만원짜리 블랙박스, 아이리버 X70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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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국내 최초, 업계 최초로 SSD가 들어있는 블랙박스다.
– 재력을 과시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 쇼핑하는 혜안을 갖게 해준다.
단점
– 비싸다.
– 영상을 컴퓨터에서 보기가 불편하다.

 

아이리버가 만든 아주 비싼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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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아이리버가 국내 최초로 SSD를 넣은 블랙박스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 물건을 실제로 받아보게 되었죠. SSD고 뭐고, 관심사는 가격뿐이었습니다. 혹시 넘버링이 새겨진 금괴라도 들어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기대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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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구성품은 이 사진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첫 인상은 그냥 평범하게 생긴 블랙박스였습니다. 금괴는 커녕 금테가 둘러져 있지도 않네요. 109만원의 가치는 사용하면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써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차에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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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할 차량의 배터리가 상당히 작은 편이라서, 설치 기사님의 권유에 따라 주차녹화는 포기했습니다. 후방 카메라를 붙이기가 좀 애매했는데요. 소프트탑 천장을 열었을 때 카메라가 떨어지거나 케이블을 건드려 혹시 끊어지는 건 아닐지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뒷유리에 그냥 붙여 놓아도 크게 상관이 없었습니다. 케이블을 깔끔하게 처리하기가 난감했지만 중간 몇 군데를 고정해 놓으니 꽤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그나저나 설치해주시는 기사님께서 조금 고생하셨습니다. 날도 더웠지만 차가 작았기 때문이죠. 경차에는 블랙박스를 설치하기가 조금 더 힘들다고 하네요.

 

경차? 경차에 백만원 넘는 블랙박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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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핫핑크. 남자는 핑크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보통 경차는 아닙니다. 벤츠 스마트(Bentz Smart)에 달았습니다. 벤츠가 만든 경차죠. 주차하기 편리한 작은 크기를 강조했던 기발한 광고도 여럿 있었고요. 가격은 2천만원대입니다.

 

경차지만 벤츠 스마트를 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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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짜리 경차에 백만원짜리 블랙박스를 붙이는 도시 남자…

‘2천만원이면 다른 중형차를 사지 왜 경차를 사?’ 라는 의문이 가시질 않습니다. 하지만 사는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귀여운 디자인, 벤츠라는 이름값, 주차의 용이함, 경차로서의 혜택 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2천만원이라는 장벽 따위엔 신경도 쓰게 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뭔가가 있다면 구매할 가치는 충분하겠죠.

그리고 벤츠 스마트는 그 자체로 특이합니다. 실제로 이 차를 타고 주위를 관찰해보면 여성분들의 시선이 한 몸에 느껴집니다. 심지어 2층의 카페에 앉아있는 여성분들 무리도 이 차를 발견하고는 저 차 보라며 서로들 신기해 하죠. 그게 바로 벤츠 스마트를 타는 이유입니다. 혹시 이 블랙박스 X7000도 벤츠 스마트처럼 뭔가 그런 매력이 있지 않을까요?

 

블랙박스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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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차 안에도 핑크핑크한 흔적….

백미러에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 크기라 그런가, 경차라 그런가, X7000의 크기가 은근히 신경 쓰입니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달아놓을 걸 그랬네요. 운전할 때는 블랙박스를 쳐다볼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화면이 크면 조작하기는 쉬운 장점이 있지만 역시 블랙박스를 자주 만질 일은 드물죠.

 

예민한 만큼 바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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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7000의 설정에는 편리한 기능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차가 덜컹거릴 때 자동으로 따로 녹화하는 건 기본인데요. 감도 좋은 3축 입체 센서가 민감하게 차의 움직임을 느끼고 상시 녹화, 이벤트 녹화, 모션감지 녹화 등등 아주 바쁘게 이리저리 녹화하고 저장합니다. 감도가 상당히 예민한 편입니다. 물론 감도는 설정 메뉴에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보통보다 낮게 해놨는데도 이벤트 녹화가 많이 되어 있었습니다. 블랙박스는 사실 예민할수록 좋죠, 그 어떤 위급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하니까요.

 

편리하지만 좀 시끄러운 편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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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할 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좋은 편의 기능들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우선 앞차와의 간격이 가까워질 때 경보를 울려줍니다. 차선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여도 경보를 울려줍니다. 정차해 있을 때 앞차가 움직이면 얼른 같이 출발하라며 경보를 울려줍니다. 그런데 모든 동작들에 이렇게 경보를 울려대니 배려는 고맙지만 좀 시끄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음량을 줄이면 효과가 없으니 결국 셀프로 안전운전을 다짐하고 편의 기능들은 꺼놨습니다.

 

넓게 보이는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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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카메라 화면) 차량 번호는 실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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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 카메라 화면) 역시 실제 번호가 아닙니다.

전방의 화면은 20프레임의 풀 HD 해상도로 녹화됩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또렷한 느낌은 아니지만 137도의 화각 덕분에 넓게 보여서 좋습니다. 보통 액션캠 정도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후방 카메라로는 HD 해상도로 녹화되는데 뒤에 붙은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는 데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블랙박스로 풍경을 감상할 건 아니니 사실 상관은 없죠. 되도록 넓은 범위를 안전하게 담으면 되니까요.

 

SSD 메모리가 주는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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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가 기본이고 마이크로 SD는 보조용. 컴퓨터에서 영상을 볼 때 복사용.

X7000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128GB 용량의 MLC 방식 SSD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블랙박스는 마이크로 SD 카드에 영상이 녹화되는데요. 수시로 영상 데이터가 생기고 지워지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안정성이 떨어지고 수명도 금방 줄어듭니다. 그래서 SSD가 용량도 크고 데이터 기록과 저장에도 훨씬 안정적이라는 거죠. X7000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도 국내 최초로 인텔 SSD 메모리를 탑재한 블랙박스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체감적으로 느낄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평소에 블랙박스를 수시로 돌려보는 일은 많이 없으니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지는 이유겠죠.

 

내 차에 X7000이란? 가장 비싼 옵션의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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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에 X7000을 달고 오늘도 도시를 누비는 EARLY ADOPTER CITY LIFE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서는 블랙박스 하나쯤은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언제 어떻게 무슨 험한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성능과 깨끗한 화질로 승부하는 제품이 많은데요. 아이리버의 블랙박스 X7000은 비록 가격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블랙박스라는 제품 특성상 읽고 쓰는 일을 반복하는 ‘메모리’에 초점을 맞춘 제품입니다. SSD에 영상이 언제나 안정적으로 담기고 있다고 믿을 수 있죠. 만일의 상황에도 항상 든든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상황이 많진 않아도 하나 들어 놓으면 마음 든든한 보험처럼, 그런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백만원 넘는 블랙박스를 달아 놓았다는 것만으로, 운전할 때마다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리버의 패기 쩌는(?)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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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에 2천만원을 투자하는 분이라면…

패기가 충만하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패기가 쩝니다. 좋다, 대단하다, 엄청나다 정도의 뜻이 혼합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안정적이고 속도도 빠른 SSD가 가진 장점을 우리나라 최초로 블랙박스에 결합한 것은 좋지만 그 매력을 어필하기엔 아직 조금 이르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가격과 성능을 따지며 철저하게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분들을 제외하고, 독특한 경차에 2천만원을 투자하시는 분이나 남들이 생각도 해보지 않을 비싸고 특이한 물건에 이끌리는 분이라면 이 블랙박스를 고려하셔도 좋습니다.

 

사세요
– 독특한 걸 좋아하시는 분
– ‘이런 걸 왜 사?’ 라는 말을 자주 들으시는 분
– 비싼 게 무조건 좋은 거라는 확신을 가지신 분
– 각종 비싼 보험료를 납부하며 심적 안정감을 느끼시는 분
–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마이크로 SD 카드의 안정성을 불신하시는 분
– 하루에도 사고의 위험에 수십 번씩 노출되는 극한의 주행 환경에 계시는 분

 

사지 마세요
– 아직 휴가를 안 떠나신 분 (30만원대 블랙박스를 사시고 나머지는 숙소를 예약하고 외식을 하세요)
– 돈을 들인 만큼 성능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길 좋아하시는 분 (체감은 힘듭니다)
– 차량의 배터리가 작아서 주차녹화를 하지 못하시는 분 (SSD를 마음껏 굴려야 그나마 본전은 뽑겠죠)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아이리버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디자인의 고급스러움
녹화 성능
운전자 편의 기능
가격의 설득력
SSD의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