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입에 올리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일단 과감히 말해보겠다. 참 복잡하고 번잡하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반쯤 졸면서 넘기는 뉴스들이 하나 같이 묵직하다. 어제도, 오늘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다. 계속 보다 보니 이젠 여러 이슈들이 왠지 서로 연결되어 보인다.
이벤트 본질은 잊은 채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쓰는 행위를 ‘소비’하는 누군가의 웃음 뒤에는 얼마 전, 차가운 물 속에서 사그라진 생명들이 오버랩 된다. 억울하게 딸을 잃은 아비가 딸의 죽음을 해명해달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시작한 단식과 눈물은 누군가에게는 폭식과 비웃음으로 치환된다. 브랜드에 관한 컬럼이지만 이번만큼은 특정 브랜드보다는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에게는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는 게 아닐까? 비단 한국뿐 아니라 이런 결핍은 다가올 시대의 새로운 브랜드에게 잊지 말아야 할 본질, 바로 ‘공감’을 짚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이런 공감과 비공감에 대한 훌륭한 사례를 목격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짚어보자.

 

1. 종교를 뛰어넘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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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mpuruguay.blogspot.kr/

2014년 광복절 연휴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교황’이었다. 공식적으로 ‘불교’와 ‘기독교’가 큰 목소리를 내는 한국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신앙 여부를 불문하고 다정한 눈빛의 파파 프란치스코의 사진을 퍼날랐고, 브라운관으로나마 그를 본 사람들은 내가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담벼락에 소회를 남겼다. 시대 말에 강림한 구세주도 아닌데, 한낱 인간인 교황의 행보에 왜 우린 감동했을까. 핵심은 그가 보여준 ‘공감’의 힘 때문이 아니었을까? 비록 교황이 브랜드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카톨릭에 대한 호감도는 분명히 높아졌다.

 

2. 이벤트마저 퇴색시키는 사람들의 심리

몇 달 전,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페이스북 이벤트를 실시했다. 새로 런칭한 자동차의 앞자로 4행시를 짓는 이벤트였는데, 그 결과는 각종 SNS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며 조롱거리가 됐다.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 회사의 과오와 잘못에 대해 성토하는 4행시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벤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평소에 브랜드가 개인의 목소리에 ‘공감’하지 않았던 과오들이 조금씩 쌓인 게 봇물 터지듯 터져버린 해프닝이다.

 

3. 공중 심리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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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윌헌팅”, 로빈 윌리엄스

몇 주 전,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등지면서, 세계 1위 PR회사인 에델만(Edelman)은 때 아닌 사과를 해야 했다. 에델만에서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는 리사 코비츠 전무이사가 올린 글 때문이다.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자살 예방에 대해 에델만이 힘을 쏟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즉각 항의하기 시작했다.  죽음마저 PR에 이용했다는 비난이다.  특히 공중 심리를 헤아리는 게 그들의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브랜드가 급박히 벌어진 상황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대중의 분노를 산 것이다.

 

우리는 어떤 브랜드를 만드는 한편, 누군가가 만든 브랜드를 소비한다. 사람은, 브랜드의 소비자임과 동시에 창조자다. 혼자만이 살 수 없는 세상, 여기에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관계’다. 관계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를 해부하고 분해했을 때, 그 안에 남는 씨앗은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를 만드는 힘은 바로 ‘공감’이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내가 공감 받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 우린 불편하거나 불쾌하다. 브랜드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성, 즉 사람의 감정과 에너지를 그대로 투영한다. 브랜드와의 사이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브랜드에 무시당한다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하락하고 좋은 관계로 맺어질 수 없다.

공감이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거나, 모든 사람에 동조한다는 것이 아니다. 남의 입장에 자기를 놓을 수 있는 이해 능력이다. 우리가 ‘그 브랜드 좋다, 잘한다’고 얘기할 때 제품, 서비스, 디자인, 사내문화 등 여러 이유를 들곤 한다. 하지만 그건 모두 표면에 드러난 현상에 가깝고, 아마 우리가 열광하는 건 브랜드가 브랜드 자신 또는 우리를 대하는 진정 어린 태도이지 않을까. 지금 독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면, 바로 그 브랜드가 넥스트 브랜드다. 그리고 그 브랜드에 느낀 감정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다가올 시대의 브랜드가 갖출 조건이자,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견지해야 할 능력일 것이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 – 존 던

 

# 넥스트 브랜드 연재 순서

‘마즈(Mars)’ – 과자 포장으로 속이지 마세요.

‘임브레이스’ –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을 살리는 브랜드

‘인터페이스’ – 개발과 환경은 공존이 가능하다.

‘P&G’ – 마케팅의 시대는 결국 끝날 것이다.

‘에어비앤비’ – 공유경제의 핵심은 소속감이다

‘베어베터’ – 고용을 위해 회사를 운영합니다

글 : 유민 / 편집 : 김정철 / 본 컬럼은 얼리어답터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