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애쉬트 커쳐(Ashton Kutcher)가 분한 영화 잡스(Jobs)를 보면, 스티브 잡스의 폰트에 대한 집착, 그리고 폰트를 통해 비전을 보여주려 하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100% 알 수 없지만)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영화 속에서 언급된 것처럼 현실에서도 폰트가 기업의 비전을 표출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을까요?

타이포브랜딩(TYPO BRANDING)은 Type과 Branding의 합성어로
Type을 통한 기업의 차별화된 브랜딩 활동을 의미합니다.

요즘은 많은 기업, 특히 매체들이 다양한 폰트를 이용해 개성을 표출하고 있는데 타이포브랜딩을 잘 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배달의 민족’ 서비스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한나는열한살체(기존 한나체의 속공간을 수정한 업그레이드 버전)’와 ‘주아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죠. ‘한나’와 ‘주아’는 김봉진 대표의 딸들 이름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폰트에 대한 설명보다는 폰트가 활용된 사례를 통해 폰트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lym_0721_01

배달의민족의 대표 포스터 중 하나죠. 참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이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류승룡이라는 배우, 간결하지만 위트 있는 문구, 키치(Kitch)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센스까지. 그런데 위트에 키치를 얹을 수 있었던 것이 폰트 하나로 가능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lym_0721_02

위 포스터(정확히는 이 포스터에 쓰인 폰트와 모델의 조화)를 본 느낌은 어떤가요? 류승룡씨보다는 조금은 젊은 모델이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는 포즈를 취하면서, 느끼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멘트를 한다면 어울리지 않을까요?

lym_0721_03

이 포스터는요? 스냅백을 깊게 눌러쓴 건장한 청년이 햄버거를 내보이며 멘트를 날릴 때 딱 맞는 느낌이 들지 않으신지요?

lym_0721_01

다시 오리지널 포스터를 보세요. ‘배달의민족 포스터는 한나체’라며 이미 우리들은 ‘뇌이징’이 되어 있는 상태라, 어떤 폰트가 더 어울린다라는 것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우아한형제들은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폰트로 인해 어떤 느낌의 배우, 어떤 느낌의 멘트, 어떤 느낌의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갖추어져 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 측면에서 봤을 때 다양한 면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 중에서도 생산성에 있어 놀라운 결과를 주기도 합니다. 폰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생산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lym_0721_07

여러분이 회사의 대표 또는 마케팅 담당자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여름맞이 프로모션을 가열찬 회의와 기획 끝에 정리를 막 끝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날짜를 보니 프로모션을 시행하기로 한 날짜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작성한 기획서를 들고, 디자이너에게 간식들과 함께 슈렉의 ‘푸스’ 눈빛을 발사하며 쭈뼛쭈뼛 내밀어도 어김없이 불만의 목소리는 날라 오게 될 것입니다. 십중팔구 ‘이.걸.1.주.일.안.에.만.들.라.고.요? 헐!’ 따위의 내용이겠죠. 왜 디자이너들은 시간이 빠듯하다고만 얘기하는 것일까요?

 

현대카드의 경우

잠깐 시선을 돌려 타이포브랜딩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현대카드와 그 패밀리 사이트들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위에 예시로 들었던 디자이너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고, 해결 방법 또한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lym_0721_04

현대카드는 카드 모양을 형상화하여 폰트를 디자인했고, 그 결과물이 독창적이며 디자인 완성도도 높아 여러 업체들이 현대카드의 사례를 따라 기업 폰트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연관 서비스까지 확대했는데, 이를 통해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 누가 보더라도 ‘이건 현대카드와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덴티티가 확고해 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lym_0721_05

현대카드 그리고 연계된 서비스들에서 현대카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나요? 또한 외형적으로 통일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유지시키는 중심적인 요소가 폰트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나요?

카드를 형상화한 폰트 제작부터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만들어졌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이는 전체적인 디자인 결과물을 통일성 있게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이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까요? 폰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디자이너들은 폰트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에 대해 늘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회사는 폰트가 있고, 이 폰트의 느낌은 이러니 디자인 결과물도 이것을 따라가야겠지?’라는 것이 자연스레 인지 된다는 것이죠.

 

생산성 향상 300%

adult man hand draw a graph with positive dynamics

이렇게 인지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살을 붙여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많게는 약 300%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디자인을 하게 될 때 또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때,
– 기획을 하고, 기획에 맞는 이미지를 찾거나, 제작, 배치와 색감을 정하고 마지막에 폰트를 사용한 후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제거 하는 것
– 폰트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제된 기획과 정제된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것
어떤 것이 정답이다라고 얘기할 수 는 없지만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생각을 하는 틀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경우가 좀 더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비전과 콘셉트를 새로운 폰트 제작으로 기준을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을 삼을 수 있는 요소로 소통이 가능한 폰트만 한 것이 있을까 싶네요.

 

폰트의 힘

라틴 언어권에서는 문화적인 척도를 가름할 수 있는 것으로 늘 접하고 있지만 늘 간과하고 있는 디자인의 주요한 요소입니다. 여러분이 마케터라면 간결하지만 강력한 마케팅을 폰트가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파악한 후 효과적으로 사용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lym_0721_06

위플래쉬 포스터가 처음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1970년대 영화 또는 CGV에서 다시 한번 복고스럽게 포스터 제작을 한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문 포스터를 봤을 때 사람들은 기겁을 했죠. ‘이렇게 멋있는 포스터를…’이라면서요. 영문 폰트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폰트 선택과 타이포그라피만 잘 지켰다면 조금은 더 멋스러운 포스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영민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 에반젤리스트(Font Evangelist)입니다. 폰트에 관련된 경험을 전달하고, 폰트를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이후의 폰트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