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몇 년 전부터 흔하게 듣게 된 단어입니다. 어느덧, 캠핑보다 ‘야영’이 익숙한 나이이긴 하지만 어렸을 적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동그랗게 텐트를 설치하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야영을 즐기던 보이스카우트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에서 아웃도어니, 캠핑이니 하는 말들을 들을 때는 저는 관심 밖의 이야기 였습니다. 집밖으로 나가서 무언가를 몸을 움직이는걸 정말 귀찮아하는 성격 때문이었죠. 신혼여행 갈 때 짐을 챙기면서도 ‘난 물에 안들어갈꺼니까 수영복은 필요없어!’ 라고 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지인들의 캠핑에 쫓아간 적이 있습니다. 미리 가서 텐트치고 불 피우고 먹을 준비 다 해놓을 테니 오는 길에 고기나 사오라는 말에 딱히 할 일 없던 금요일이라 퇴근하는 길에 바로 캠핑장으로 출발해 봤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그런데! 아니 이게 뭔가요… 그저 주변에 아무도 없는 야산에서 모닥불에 고기만 구워먹었을 뿐인데, 몸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만족감이라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일수도 있지만 그저 타오르는 장작불만 보고 있어도 편안하고 안락해지는 기분이랄까?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 만이 짙어가는데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 만이 짙어가는데

그러다 무심코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은… 이건 뭐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말로 전달이 안되겠죠. 공기 좋은 곳에서 바라본 밤 하늘은 별이 너무 많아서 별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 였습니다. 이 순간 제 마음속에 새겨지는 짧은 한마디.

캠핑은 좋은 거다.

후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좋은 라면
후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좋은 라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끓여먹는 남은 재료 쏟아 부은 라면의 맛도 그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습니다(넘치는 MSG때문만은 아니었겠죠). 사진속 오른쪽이 저입니다만… 왠지 혼자 따뜻한 털모자를 쓰지 못한 게 준비 없이 간 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캠핑은 좋은 건데… 아무리 몸만 와서 같이 놀다 가라는 말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정말 몸만 간 거라 좀 민폐인 것도 같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나도 장비를 맞추자. 캠핑은 좋은 거니까!

 

남자의 취미

몇 가지 흔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바이크. 그렇죠… 남자란 동물들이 빠져들면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본 사람은 없는 취미들. 돈드는 취미들이죠. 그래도 저는 나름 사진기나 바이크에 합리적인 선택으로 장비를 맞췄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집사람도 동의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돈드는 취미 하나가 또 늘었네요. 아직 취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은 장비 맞추기니까 이것저것 질러볼 계획을 새워봤습니다.

헝그리와 끝판왕
헝그리와 끝판왕

어떤 장르든 장비에는 ‘헝그리’가 있고 ‘끝판왕’이 있죠. 처음이니까 무조건 저렴한 걸로 시작해 볼까 했지만 금방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처음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싼거 샀다가 몇번 사용해보고 금방 같은 장비에 다시 지출을 했다가 사고나니 더 좋은 게 보여서 다시 사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끝없는 지름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게 뻔하다는 걸 사진과;;; 바이크를 취미로 즐기며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고 있습니다. 지름은 언제나 또다른 지름을 부르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그럼 무조건 ‘끝판왕’ 레벨의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걸까? 잠깐 포털에서 검색을 해보니… 가격이… 그냥 웃음이 나더라고요. 끝판왕급 제품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장비 세팅을 맞추기위해 고민 하던 끝에 처음 시작하는 캠핑 장비 맞추기에 목표를 잡았습니다.

100만원에 맞추자!

 

캠핑 장비, 뭐뭐 사야되지?

03-2

목표가 생기고 나니 이제야 서서히 구입할 장비들의 러프한 스케치가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계획적인 지름만이 추가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니까요. 먼저 다양한 장비 카테고리에서 어떤 장비들을 사야하는지 스케치해봤습니다. ‘캠핑, 집밖에서 먹고 자기’라고 뼈대를 잡고 시작해 봅니다.

 

먹는데 필요한 것

Barbecue

수저나 포크가 먼저 떠오르네요. 그리고 그릇.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려면 냄비도 필요할테고. 물을 끓이려면 불도 필요하죠. 라면에 파송송 넣으려면 도마나 칼도 필요하죠. 여유로운 한 잔의 믹스커피를 즐기려면 컵도 있어야겠네요.

잠자고 쉬는데 필요한 것

집밖에서 자야 하니 집(?)이 있어야겠죠. 먼저 텐트, 이불도 있어야 할테니 침낭. 앉아서 쉬려면 의자도 하나 있어야겠고.. 엄마가 땅에 떨어진건 먹지 말라고 하셨으니 라면을 올려둘 테이블고 필요하겠죠. 해지면 어두우니까 랜턴도 있어야 겠고… 맨바닥에서 자면 등 배기니까 매트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 정도로 검색할 품목을 떠올려 봤습니다. 두 차례 몸만 참석한 경험과 인터넷에서 글로 배운 캠핑이라, 경험이 많은 분들이 보신다면 이미 ‘그거가지곤 안되지, 이거 저거 요고 조고도 필요할 걸?’ 하시겠지만, 처음이니까 모자란 것, 잘못 선택한 것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게 될 거라 생각하고 일단 질러 봅니다.

 

나는 이렇게 캠퍼가 되었다 – 2편 ‘캠핑 장비 100만원에 맞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