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애플워치가 출시됐을 때,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애플워치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기사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그에 반박하는 앱등이의 마음으로 애플워치를 사야 할 이유를 썼던 저도 어쩐지 설득당하고 있었습니다. 흔한 애플워치 리뷰들을 보며 그 마음은 더욱 굳어져 갔죠.

하지만 리뷰어로서 생각했습니다. 직접 써보고 다시 생각해야겠다고요. 그래서 회사 돈으로 계획에 없던 애플워치를 마련했습니다. 애플 애호가로서 갖고 있는 사심이 작용한 건 절대 아닙니다. 스포츠와 에디션 사이의 보통 모델, ‘워치’의 38mm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에 화이트 스포츠 밴드를 장착한 모델입니다. 67만9천원짜리죠.

 

가슴 설레는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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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만든 패키지는 아직도 많은 흥분을 느끼게 합니다. 비록 제 것도 아니고 한번 열렸던 것이라 해도요. 참고로 일본 판매 제품이라 어댑터가 100V입니다. 신나서 이것 저것 설치하고 신기하게 만져보니 배터리도 같이 신나게 놀러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라 적응하느라 그랬겠죠?

무선충전이 되는 동그란 마그네틱 케이블도 신기했습니다. 길이도 2m로 일반적인 케이블보다 훨씬 길죠. 콘센트에서 책상 위로, 충전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게 만든 모양입니다. 반면 회사 책상에 있는 멀티탭에서 충전할 때는 케이블이 길어서 훨씬 지저분해졌습니다. 선을 짧게 정리해 묶거나 스탠드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죠.

개인적으로 처음에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저는 iOS 8.1.2 탈옥버전을 사용하던 터라 애플워치를 쓰기 위해서는 8.4로 강제 업데이트를 해야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8.4 탈옥도 나왔기 때문에 애플워치를 쓰면서 탈옥의 재미도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바가지 긁히기 시작하는 둘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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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애플의 시계를 차고 출근한 둘째 날. 아직은 손목에서 빛나는 작은 시계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괜히 용두를 누르고 돌리고 부드러운 디스플레이 표면을 만지작거립니다. 그런데 시계로 뭔가를 계속 보려니 눈이 아픕니다. 노안이 온 건지, 원래 글자가 심하게 작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글자 크기를 크게 했는데 별로 변하는 건 없네요. 볼 게 있으면 그냥 아이폰으로 봅니다. 종종 메신저나 이메일처럼 진동 알림이 손목을 툭툭 건드리면 슬쩍 쳐다보고요. 시계가 몸에 붙어 있으니 전화가 오든 문자가 오든 이제는 무시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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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한 시간마다 일어나라고 재촉합니다. 집중력을 흩트리다니 왠지 괘씸하다는 생각에 안 일어났는데, 꾸준히 괴롭히니 제가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죠.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하는 게 애플워치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의지의 차이겠죠. 일어나라는 메시지를 보고 처음보다는 순종적인 자세로 일어나서 괜히 한 바퀴 걸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애플워치를 직접 조작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배터리도 하루 이상은 충분히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의 배터리도 예전보다 더 소모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전력 관리가 월등하다기 보다는 괜히 아이폰을 켜서 쓱 훑어보는 짓이 줄어들어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2주가 지난 지금. 마음에 안 드는 5가지

그냥 쳐다보며 디자인을 감상하는 시계. 그리고 전화, 문자, 메신저, 이메일, 아이폰의 기타 푸시들 확인. 2주가 지나니 이 정도의 용도로 압축됐습니다. 여느 시계와 다를 바 없이 아침에 습관적으로 손목에 찹니다. 밤에 귀가해서는 잠시 벗어 놓고 샤워 후에 자기 전까지 다시 착용했죠. IPX7 등급으로 방수가 된다고 하지만 비싼 시계를 샤워기 물줄기에 맞게 하기는 조금 불안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애플워치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 5가지를 먼저 꼽아보겠습니다.

 

1. 오래 쳐다 보기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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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작아서 오래 보고 뭔가를 하기는 부적절합니다. 눈이 뻑뻑해지고 어깨와 팔도 아프죠. 저희 어머니께 드려봤는데 찡그린 눈으로 10초간 만져보시더니 이걸 어떻게 보냐며 바로 포기하셨습니다. 애플워치로 알림을 몇 번 보다가 4인치 아이폰 5s로 사진을 찍으니 화면이 이렇게 컸던가 싶어 깜짝 놀라기도 했죠.

네이버 어플의 뉴스 정도가 간단히 읽을만했습니다. 10개 밖에 없어서 3분 안에 끝나지만요. 결국 아이폰으로 봤습니다. 트위터의 경우 멘션은 읽기 좋았지만 사진은 확대가 안돼서 아이폰으로 봤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피드에 사진이 10개밖에 안나오고 크게 볼 수가 없어서 아이폰으로 봤습니다.

저에게 그나마 유용했던 애플워치 어플은 출퇴근할 때 꼭 필요한 서울버스, 메시지를 확인해도 스마트폰에서는 1이 사라지지 않는 마술을 보여준 카카오톡, 계산기 버튼이 있는 카시오 손목시계를 떠올리게 하는 계산기(Calculator Free), 그리고 장문 메모는 뒷부분이 잘리긴 하지만 목소리로 간단히 메모하기 좋은 에버노트 정도였죠.

 

2. 충전 스트레스가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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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화면을 붙잡고 게임이랍시고 콕콕 누르는 짓을 하지 않고 시계나 푸시 알림 확인 정도만 쓴다면, 배터리는 하루 이상 충분히 버팁니다. 하지만 2~3일을 넘기기는 힘들죠. 저는 50% 이하로 내려가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어쨌든 아이폰과 함께 충전에 대한 구속을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올 가을에 업데이트 된다고 하는 워치 OS 2는 수면 패턴을 파악하는 기능이 추가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배터리 충전을 언제 해야 할지 궁금해집니다. 보통은 잠자리에 들 때 충전기에 붙여 놓고 아침에 일어나 손목에 찼는데, 이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퇴근해서 저녁을 먹을 때? 야근해서 집에 늦게 가는 날엔 자고 일어나서 아침 자투리 시간에? 혹은 회사에 출근해서 아침 회의 때? 그 전에, 저는 사실 수면 패턴을 왜 알아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3. 스케치, 탭, 디지털 터치를 같이 할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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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를 가진 사람끼리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메시지를 보내거나 감성적인 터치 패턴을 전달하고, 심박의 두근거림도 진동으로 전달할 수 있죠. 하지만 제 주변에는 애플워치를 산 사람이 없었습니다. 초밥 먹으러 가자고 생선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지만 시도조차 할 수가 없었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과는 당연히 안되고요. 애플의 광고 영상을 비롯해 홈페이지 설명까지 쭉 보니까 아무래도 커플에게 특화된 기능 같은데요. 여기서 대단히 실망입니다. 눈물 좀 닦고 오겠습니다.

 

4. 손목이 답답하다.

저는 원래 몸에 뭔가를 두르고 다니는 편이 아닙니다. 시계나 팔찌, 목걸이, 반지 같은 것들을 몸에 지니고 다녔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애플워치가 손목에 착 감기는 느낌은 뛰어나지만, 손목을 항상 압박하는 답답한 느낌이 싫었습니다. 특히 여름이라 땀이 많이 나서 더 불편했죠. 스포츠 밴드라서 그럴까요? 밀레니즈 루프 밴드로 바꾸면 더 나아질까요?

 

5. 언제 어디서나 알림을 받아야 한다.

그 말은 곧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거죠. 요즘 와서 느끼는데, 이제 스마트폰이 주는 알림은 ‘주인님, 이 중요한 걸 놓치시면 안돼요’라기보다 ‘야, 이거 빨리 확인하고 알림 지워라. 다음 거도 밀렸다’라는 느낌입니다. 정보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 역할을 애플워치가 온 힘을 다해 맡아서 합니다. 귀찮고 피곤할 때가 좀 많아졌습니다. 업무 메일이 오면 싫어도 일을 떠올리게 되네요. 이게 다 아이폰의 또 다른 분신인 이 녀석이 손목에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5가지

하지만 애플 애호가인 제가 볼 때 매력적인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5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사실은 개수 5개를 맞추려고 열심히 찾았습니다.

 

1. 멋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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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이렇게 멋있고 예쁘다니. 애플의 디자인에는 항상 뭔가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시계로써의 디자인 자체가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깔끔하게 마감된 부품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오차 없이 결합하고 있는 자태가 보기 좋습니다. 배터리가 거의 바닥나면 스스로 모든 통신을 끊고 시간 표시만 하는 절약 모드가 되는데요. 그런데 꺼져 있어도 그냥 차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깔끔합니다. 그리고 다른 줄도 사보고 싶어집니다. 심심하면 애플 홈페이지에서 밴드를 구경하고 있게 됐습니다. 이게 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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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mm, 42mm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보였는데 저처럼 남자치고 손목이 가느다란 사람들은 38mm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 자식. 38mm 애플워치를 찼네. 남자답지 못한 녀석 같으니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38mm도 마음에 들긴 했지만 미세하게 더 큰 배터리가 들어있는 42mm가 끌립니다. 화면도 약간 크니 눈도 덜 아플까요?

 

2. 운동을 생각할 여지를 계속 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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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만 있으면 알림을 보내서 일어나라고 시킵니다. 움직이면 잘한다고 칭찬 해주기도 하죠. 일주일간의 활동량을 모아서 보여주고 다음 목표를 유동적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활동량이 보기가 쉽습니다. 숫자가 아닌 컬러나 그래픽으로 요약을 해주니까요. 이걸 보면 오늘은 많이 안 움직였구나, 약 10초 가량 반성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의지의 문제가 되지만 어쨌든 운동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계속 만들어 줍니다.

심박수도 운동할 때 말고 평소에 주기적으로 알아서 잽니다. 아이폰에 있는 건강 앱애서 심박수를 그래프도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데이터가 병원에서 의사와의 상담을 위한 자료로 쓰일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3. 시리가 생각보다 훨씬 유용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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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작고 조작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입력은 목소리로 하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간단히 ‘시리야’라고 부르고 ‘알람 켜줘, 노래 틀어봐, 일정 추가해, 검색해 봐’ 같은 명령을 말하는 거죠. 발성이 안 좋은 제가 말을 웅얼거려도 희한하게 거의 다 알아 들었습니다. 하나의 예로는 자전거 탈 때 음악을 틀기가 편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TV 외화 시리즈에서 손목 시계에 명령하던 장면이 떠올라 뿌듯해졌죠. 물론 가장 큰 단점은 사람들이 많을 땐 쓰기가 부끄럽다는 겁니다.

 

4. 아이폰 리모콘으로써의 역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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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플워치에서 장문의 기사를 읽거나 뉴스피드를 보기는 힘듭니다. 애플워치가 편한 이유는 아이폰으로 옮겨와서 보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토픽을 훑다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을 때 아이폰의 화면을 깨우면 바로 이어서 읽을 수 있죠. 글을 읽겠다면 처음부터 아이폰을 꺼내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지만요. 그 외에도 음악을 틀 때나 애플워치를 카메라 셔터로 사용할 때처럼 아이폰을 조종하는 것이 빠릿하고 부드럽습니다.

 

5. 스마트폰과 조금은 멀어진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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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의 연동성이 좋고 모든 알림이 우선적으로 애플워치에 오는데요. 그래서 주머니나 가방에서 아이폰을 꺼낼 필요가 줄어들고, 아이폰을 사용하기 전에 애플워치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폰과는 멀어지죠. 출근 전에 손목에서 날씨를 보거나 일정을 확인하면 되니까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3.5인치의 아이폰과 9.7인치의 아이패드로 콤비를 마련했던 애플이 이제는 화면이 큰 아이폰과 훨씬 작은 애플워치와의 새로운 콤비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리고 아직 스마트워치의 활용성 자체를 매력적으로 보여준 기업이 아무 곳도 없어서 아쉽긴 합니다. 애플을 포함해서요.

 

선물 받으면 감사하겠지만 구매하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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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는 가장 싼 게 43만원입니다. 애플워치를 사야 할 이유를 기사로 구구절절 써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씀 드리기 유감스럽지만 저는 일단 구매를 보류했습니다. 워치 OS 2가 획기적으로 재미있거나 언젠가 나올 다음 세대 애플워치가 훨씬 예뻐지고 배터리도 더 오래간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애플 제품을 좋아하고 충동 구매를 종종 하는 저라도 이번 애플워치는 좀 참아봐야겠습니다. 애플 홈페이지도 이제 좀 그만 들어가려고요.

 

작은 단상

– 시계줄 하나에 50만원 넘게 팔아대고 있는 애플을 보며, 갤럭시 기어를 오래 전에 먼저 선보였던 삼성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 많은 업체들이 몇 만원대의 저렴한 밴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플 정품이라고 해도 수십만원짜리 스트랩이 꾸준히 잘 팔릴까요?
– 아직도 대중교통에서 자랑스럽게 시계를 보며 조작을 하기는 민망합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순간 터치도 더 멋지고 엣지있게 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강박감이 들어서일까요.
– 밴드 색상과 옷을 어울리게 입기가 은근히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밴드를 더 사거나 옷을 여러 벌 더 사야겠다는 충동을 자주 느꼈습니다.
– 2천2백만원이 넘는 ‘에디션’ 모델을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부자인 걸까요? 해외의 언박싱 영상(#1, #2)을 보면서 간접 경험을 해봤지만, 사실 아직도 그들의 세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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