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얼리어답터에 폭스바겐 골프를 구매하게 된 과정과 이유에 대해 기고했다. 재미있는 것은 가끔 페이스북에 1년 전 글이 공유되어 돌아 다니는 경우를 몇 번이나 목격했다는 점이다. 좋은 콘텐츠는 롱테일의 힘을 가진다고 했던가. 물론 내가 쓴 글이 좋은 콘텐츠란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폭스바겐 골프 7세대 2.0 TDi를 탄지 1년이 지났으니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이 차를 구매하기 전에 궁금했던, 여러분들이 궁금할 만한 것들이 중심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꽤나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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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비가 잘 나오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광고인 박웅현 ECD가 책에서 했던 이야기처럼, 우리 인생은 책 몇 권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다. 그럼 차 한 대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인생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출퇴근길과 주말의 모습 정도는 쉽게 바뀌기도 한다.

막히는 출근길에도 20km/l 언저리를 찍어 주는 높은 연비가 기분을 좋게 만들고, 퇴근길에 연비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내지를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그렇게 내달려도 공인 연비인 16.7km/l 정도는 쉽게 나와준다. ‘이니셜 D’에 등장하는 ‘다카하시 케이스케’처럼 온 신경을 오른발 끝에 집중해 10단계 액셀레이션을 사용해야 겨우 공인 연비에 다다를 수 있는 차와는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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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타다 보니 1년 동안 이 정도의 거리를 주행했다. 그 사이 엔진오일 2번, 연료필터 1번을 교체했다. 위 숫자처럼 연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스트레스 또한 없다. 막 달리다가 문득 계기반의 연비 관련 숫자가 떨어졌다면, 한 템포 정도만 늦춰주기만 해도 어느새 숫자는 늘어난다.

연비 주행 스킬 따위는 몰라도 된다. 엔진회전수(RPM)를 2000 언저리로 유지하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연비 잘 나오는 차가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디젤 엔진의 두툼한 토크 덕분에 옆 차를 추월하는 것 역시 쉬워졌다.

 

정말 본질에 충실한가?

아마 100명이 모여 자동차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대략 287개 정도의 의견이 나올지도 모른다. 관점에 따라서는 화려한 옵션, (잡다한) 기능, (남들이 인정하는) 브랜드 인지도, 안락함, 타인의 존경(혹은 시기) 어린 시선 등이 될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자동차의 본질은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 물론 이걸 훨씬 더 잘하는 차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직장인의 용의선상’이란 단서 조항을 붙여보면 의외로 몇 개 남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폭스바겐 골프 2.0 TD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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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숫자로 표현되는 요소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엔진과 미션의 조화, 전후 무게의 배분과 같은 밸런스가 더 중요하다. 제 아무리 높은 마력과 토크라 해도 하체가 부실하면 불안해 달릴 수가 없다. 운전자는 냉철한 컨트롤러가 아닌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크기와 달리 고속 안정감은 제원상 최고 속도 가까운 영역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주행시 단단한 하체 덕에 제한 속도를 훌쩍 넘어 달리는 경우에도 불안하지 않으며 코너 역시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주행 중에는 단단하지만, 과속방지턱은 부드럽게 넘을 수 있을 만큼 세팅도 절묘하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ABS가 작동해도 타이어가 미끄러지거나 불안한 거동은 보이지 않는다. 더 바랄게 있을까?

 

그럼 단점 하나도 없이 완벽한가?

그럴 리가. 꽤 많은 단점이 존재한다. 조목조목 따져보겠다.

 

저속에서 울컥거린다

차를 인수하는 첫날부터 꽤 오랫동안 느낄 수밖에 없던 단점은 바로 DSG 미션의 특성. 대략 30km 미만의 속도에서 3단에서 2단 혹은 2단에서 1단으로 기어 단수가 내려오는 상황에서 울컥거림(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엔진브레이크가 확실히 걸린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이 생긴다.

DSG는 Direct Shift Gearbox의 약자로, 수동 변속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동 미션이다. 수동 미션 자동차를 몰아봤던 사람이라면 이 느낌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단점을 이야기 해주는 미디어는 소수다. 차량에 대한 경험이 많고, DSG의 특성도 잘 알고 있기에 ‘이 정도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란 것일까? 분명 단점이긴 하지만, 고속에서의 장점은 저속에서의 단점을 충분히 가리고도 남는다. 또한 이 울컥거림은 금세 적응된다.

 

브레이크는 신경질적이다

미션도 문제지만 브레이크도 문제다. 보통 차량들의 브레이크 답력은 급제동이 아니라면 초기부터 끝까지 거의 일정한 응답인 반면, 이 차량은 대략 50% 까지는 부드럽지만 그 보다 깊이 밟으면 강한 제동력이 나오는 설정이다. 이전 차량처럼 브레이크를 밟으면 동승자가 놀랄 정도지만 이 역시 금세 적응되어 부드러운 브레이킹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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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동을 한다 해도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잘 서준다. FF 형식에 가솔린보다 무거운 디젤엔진(이전 세대에 비해 22kg 정도 무게를 줄이긴 했어도)을 싣고 있지만 뒤가 빠지거나 흐르는 등의 불안정한 거동은 당연히 없다. 아주 잘 서지만, 디스크 분진은 정말 많이 나온다. 힘과 공을 들여 휠을 닦아도 위 이미지처럼 3일만 지나면 까맣게 분진이 쌓인다. 게다가 순정 휠의 디자인은 보기에는 좋지만, 닦기에는 좋지 않게 생겼다.

 

절대 조용한 차는 아니다

골프는 분명 조용한 차는 아니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도 있다. 문제는 이게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다르다는 것. 초기형 i30, 싼타페 HD를 타는 회사 동료들은, ‘와. 이거 진짜 조용해!’의 반응이었다. 반면 렉서스를 타는 사람은 ‘뭐야. 이거 디젤이라더니… 탱크냐?’의 반응이었다.

진동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소음만큼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듣기에 기분이 안 좋으면 소음, 좋으면 사운드일텐데… 내게는 후자다. 당연히 이 부분은 실제 시승을 해보고 자신의 취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구매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시승을 해보는 것이 좋다. 꼭.

 

알아둬야 할 것: 냉각수와 겨울용 타이어

차를 인수하고 3~4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냉각수 부족 경고등이 떴다. 검색 해보니 출고시 냉각수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결국 수도물을 두 번이나 보충(물론 한번 넣을 때의 양이 많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지만)했다. 결국 1만 5천km에서 엔진오일을 교환하며 냉각수를 보충했다. 실제로 이런 차량이 꽤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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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차량의 출고 당시 순정 타이어는 거의 4계절 타이어다. 말 그대로 4계절 모두를 사용할 수 있지만, 4계절 모두 최적의 성능을 발휘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면 대부분의 독일 차량은 여름용 타이어가 끼워져 출고 된다. 이 타이어는 말 그대로 날씨가 더울 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실제로 차를 받은 7월부터 10월까지는 괜찮았는데 11월이 되어 도로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뭔가 주행감이 이상해졌다. 진동이 심해지고 급가속에서 타이어가 살짝 미끄러지는 느낌과 함께 계기반에 자세 제어 장치 작동 표시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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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2월이 되어 매일 지나는 언덕에 눈이 약간 쌓였다. 서행을 하던 중 앞차는 별 이상 없이 지나갔지만,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잘 올라가지 못했다. 그날 오후 바로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했다. 당연히 비용도 들고 보관료도 들고 교환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교체하고 나니 승차감 문제는 사라졌고, 급가속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았으며 며칠 후에는 앞서 이야기한 그 자리에 또다시 눈이 쌓였는데, 4계절 타이어 차량들은 제대로 올라가지 못했지만 나는 끄떡 없었다.

흔히 후륜구동 차량이 눈길에 쥐약이라고들 하며 눈이 쌓이면 운행을 포기하고 차를 두고 가는 운전자도 많다. 이건 차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어의 문제다. 여름용 타이어는 낮은 온도에서 접지력이 생기지 않는다. 독일차의 번들 타이어가 여름용인 이유는 이렇다. 독일은 눈이 많이 와도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는 대신 겨울용 타이어 장착이 의무다. 염화칼슘이 차량을 부식 시키는 것도 문제며, 눈이 쌓여도 겨울용 타이어로 충분히 그립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한 후륜구동 차량과 사계절용 타이어를 장착한 4륜구동 차량을 비교해 보면 후륜구동 차량이 훨씬 잘 달린다. 독일차라면 겨울용 타이어는 필수임을 기억해 두길.

 

솔직히 수리비는 저렴하지 않다

폭스바겐도 그렇지만 대부분 딜러사들은 자체적으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딜러사가 운영하고 있는 A서비스센터가 멀다면 B딜러사가 운영하는 B서비스센터를 가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딜러사는 달라도 서비스센터는 통합으로 운영된다. 다만 딜러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서비스(평생 엔진오일 교환과 같은)는 B서비스센터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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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회사 주차장에서 ‘문콕’ 사고를 당했다. 아니 위 이미지처럼 조수석 휀더 부분이 움푹 패일 정도면 ‘문꽝’이다. CCTV를 확인해보니 트럭이 뭔가를 꺼내기 위해 문을 조금 열었는데… 갑자기 문이 확 열리면서 조수석 휀더에 상처를 냈다. 하지만 운전자는 그냥 가버렸다. 이런 대물 뺑소니(내게 알리지 않고 그냥 갔으니)의 경우 현재로서는 합의를 보고 수리를 받는 것이 최선. 현재 이걸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올라가 있지만 맨날 계류 중이다.

회사 CCTV를 가지고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갔다. 이런 경우 경찰은 알아서 가해 운전자와 상대 보험사 직원을 상대해 준다. 내가 가해 운전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직접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 되어 버린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처벌 방법도 없고. 하지만 경찰이 거는 전화는 받지 않을 수 없으며 상대 보험사 직원이 의의를 제기해도 경찰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 편이 훨씬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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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보험사에서 사고 처리를 해주기로 하면 수리 기간 동안 렌트카를 사용할 수 있다. 보통 내 차와 비슷한 급의 차량을 내주지만 요즘은 한 단계 이상 높은 급의 차를 주는 경우도 많다. 또한 사고 렌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은 같은 급의 차량을 찾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더 높은 급의 차량을 가져다 주는 것이 이익(물론 렌트비가 더 나오지는 않는다)이다.

그렇다. 위 사진 속 아우디(A6 3.0TDi, 그것도 콰트로)가 바로 렌트카다. 판금 및 도색으로 수리를 한 견적은 65만원(교체 비용은 거의 두 배나 된다), 렌트카 비용은 5일간 85만원이었다. 물론 이 비용은 A6 비용이 아니라 골프 2.0 TDi의 비용이다. 수리비는 비싸지만 이건 보험으로 처리되는 비용이니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수입차는 양보를 잘 해준다?

그럴 리가.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차를 탈 때는 깜빡이도 켜지 않고 마구 끼어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깜빡이는 켜는 것 같다. 사실 수입차 점유율은 20%를 훌쩍 넘어 섰으니 10대 중 2대는 수입차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수입차가 되어버린 골프에 대해 그런 대우를 해주는 운전자는 거의 없었다. 사고 대차였던 아우디 A6를 탔을 때도 비슷했다. 수입차가 귀한 시대가 아니니 이런 대우를 바라는 것도 우습다. 도로를 달리는 같은 차량일 뿐이다. 물론 한눈에도 뭔가 다르게 보이는 슈퍼카라면 분명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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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길게 유지될 신차의 효과

1년 동안 차를 탈 때마다 즐거웠다. 원래 새차 효과는 1년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었지만, 골프의 새차 효과는 더 길 것만 같다. 사실 실용성을 강조한 차에서 이 정도 성능은 축복이며 더 바랄 것이 없다. 또한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인테리어 역시 더 고급스러워졌고 편해졌다. 물론 3천만원이 넘는 차에서 등받이 조절이 수동 – 그것도 손이 아프도록 휠을 열심히 돌려줘야 하는 – 이라는 점이 용서되지 않는 사람도 있겠다. 반면 이 방식이 사고시에는 더 안전하며 등받이가 한번에 휙 넘어갈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다. 등받이가 중요하다면 선택지는 국내 차량 중에서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성능과 연비, 실용성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아. 이름은 골프지만 트렁크에 골프백은 안 들어간다. 골프란 이름은 멕시코만으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름처럼 국내에 해치백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바람이 일기를 기대해 본다. 차가 인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생활은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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