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49년 1월 10일, 카이사르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넌 것. 당시 고대 로마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던 루비콘 강을 지나려면 모든 군대는 무장을 해제해야 했다. 카이사르가 이 룰을 어긴 탓에,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말은 어떤 모험적인 일을 과감히 결단했다는 뜻을 내포한다. 약 2,000년 후인 1973년, *한 제과점이 이 ‘루비콘’을 브랜드네임으로 차용한다. 그리고 아주 의미심장한 슬로건을 내건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팝니다.’ 기업으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아주 ‘모험적인’ 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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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콘 베이커리
루비콘베이커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치몬드에서 태동한 루비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노숙자•정신질환자•약물중독자•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시작되었다. 사회적기업의 효시다. 이후 1986년, 루비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기관 루비콘의 CEO로 취임한 릭 오브리는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미션을 보란 듯이 수행해낸다. 릭 오브리는 철학뿐 아니라 ‘착한 기업을 하려면 누구나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품질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이후, 그의 취임 당시 12명이던 직원은 2010년에 250여 명으로 늘었고 연간 순익이 1600만달러(약 178억)에 이르렀다. 2010년, 루비콘은 그들의 미션을 달성하는 데에는 베이커리는 그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현재 루비콘은 서민금융사업에 진출했다.

 

사회적기업의 효시이자, 좋은 케이스가 된 루비콘베이커리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현재에 생생히 살아 숨쉬며 우리에게 ‘착한기업’은 과연 어떤 액션을 해야 할지 여전히 질문을 던지는 기업이 있다. 2012년 5월 설립한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베어베터(Bearbett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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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고, 더 많은 고용을 위해 매출을 늘립니다.”

루비콘베이커리가 설립된지 50년이 지난 지금에 듣기에도, ‘과연 이게 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답은 ‘된다’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다 시작된 루비콘베이커리와 달리, 베어베터는 창업자의 이야기에서 태동했다. 자폐아동을 자녀로 둔 어머니의 고민이 확장되어 비즈니스로 탄생한 기업으로, 현재 디지털 인쇄, 원두커피제조, 제과제빵 등 세 개의 사업부문을 갖고 있다.
(관련기사: 착한 척 하려다 진짜 착해졌다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082 )

2013년 기준 월 매출 1억 5천만원, 연 매출 20억원의 착한 기업. 창업 후 1년 새에 이렇게 성장하기 까지 베어베터 행보에 주목할 이유는 매출이 아니다. 베어베터가 구사하고 있는 모든 전략은 하나같이 ‘발달장애인을 고용한다’는 브랜드의 철학으로 통한다는 점이다. 시각적으로 먼저 다가오는 귀여운 곰 캐릭터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생각과 손이 조금 느린 이들이 정직하고 우직하게 일한다는 디자인 의도를 담았다.

장애인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란? https://www.kead.or.kr/view/system/system09.jsp )를 활용한 영업전략이나 장애가 있는 직원 특성을 배려한 직무설계와 업무분장 등도 그렇다. 인쇄, 커피, 제과 등의 비즈니스를 선택한 것도, 개인의 생산 능력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업무를 반복습득하여 할 수 있게 하고,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주기 위해 오전, 오후 각 4시간씩 나누어 근무할 수 있게 제도도 마련했다(물론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직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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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베터가 생산하는 쿠키

보이지 않는 철학이 기업을 지탱하는 진정한 성공 에너지

전술과 전략의 형태를 생각하기 전, 그 전략을 태동하게 한 철학에 집중한 베어베터의 교훈은 세계적인 경영구루 게리 하멜과 C.K.프라할라드의 이론과 상통한다. 1989년, 그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발표한 ‘Strategic Intent(전략적 의도)’ 라는 논문이다. 전술이나 전략 같이 보이는 것의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정신이 기업을 지탱하는 성공 에너지라는 게 골자다. 그들은 이 보이지 않는 기업 정신을 ‘강박에 가까운 집념’이라고 표현하기 까지 했다. ‘전략적 의도’란, 현재의 자원과 역량으로는 이루기 힘드나 미래에 야심차게 이룰 도전으로, 단순한 비전이나 전략, 비즈니스모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차원의 용어다. (참고 포스트: http://derek_kim.blog.me/60112276905) 굳이 비슷한 단어를 찾으라면, 기업의 ‘사명감’이 그 의미에 가깝다.

창업주의 작은 철학에서 시작한 브랜드는 이제 발달장애인들에게 고용과 자립의 기회를 마련하는 사명감을 안고 있다. 베어베터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자, 그들의 지금의 넥스트브랜드인 이유다.

 

 

# 넥스트 브랜드 연재 순서

‘마즈(Mars)’ – 과자 포장으로 속이지 마세요.

‘임브레이스’ –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을 살리는 브랜드

‘인터페이스’ – 개발과 환경은 공존이 가능하다.

‘P&G’ – 마케팅의 시대는 결국 끝날 것이다.

‘에어비앤비’ – 공유경제의 핵심은 소속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