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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1837년 태어난 이후로 인간의 삶을 그대로 인화지에 담아 큰 인기를 끌었다. 어쩌면 인류가 발명해 낸 발명품 중에 우리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제품중에 하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메라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할 때까지 그 사진이 망친 사진인지 아닌지, 의도한 사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3살짜리 아이도 이런 카메라의 단점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에드윈 H. 랜드(Edwin H.Land)는 마침 3살짜리 딸의 이런 불평을 듣고 1947년 즉석 카메라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H.랜드에 의해 설립된 폴라로이드는 즉석사진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다. 폴라로이드가 만든 카메라는 사진을 찍은 후에 네가티브와 필름을 벗겨내면 서서히 사진이 나타났다. 다소 불편했지만 즉석 인화가 가능한 마법과도 같은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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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가 1964년에 개발한 세계 최초 전자 셔터식 즉석 AE 카메라 ‘오토매틱100’

 

폴라로이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아직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인화하는 과정이 불편했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크기가 너무 커서 휴대가 불편했으며, SLR카메라가 아니어서 원하는 구도의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은 반쪽짜리 카메라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폴라로이드의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1972년 출시한 폴라로이드의 SX-70은 놀라운 혁신으로 기존 즉석카메라의 단점을 모두 해소했다. 오늘날 모든 즉석카메라가 사용하고 있는 화학 반응형 인화방식을 최초로 구현해서 사진이 찍히면 인화지가 카메라에서 자동으로 튀어 나옴과 동시에 인화가 시작되었다. 서서히 색이 번지며 사진이 나오는 순간은 사진을 찍고 찍힌 이들에게 무한한 희열을 안겨 주었다. 또한 다소 큰 크기는 카메라를 접어서 수납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하면서 휴대성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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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는 사진 문화를 바꿨다. 기존의 사진이 기록 위주의 사진이라면 폴라로이드는 사진을 즐기는 문화로 바꿨다. 즉석에서 찍고, 즉석에서 사진을 보며 즐거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폴라로이드 덕분에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도 관광지 사진가가 찍어주는 즉석 사진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었고, 가난한 이들도 관광지에 가서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폴라로이드는 즉석사진의 일반명사가 되었고, 즉석 사진을 찍은 후에 화학약품이 마를때까지 인화지를 흔드는 풍경은 자연스러워졌다.
사실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 인화지를 흔드는 행위는 폴라로이드 회사, 전문가, 사진 작가, 아는 오빠 등, 폴라로이드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말리고 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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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홀더에 장전한 후 이 팩을 중형카메라에 붙이면 촬영 준비 끝. 하지만 촬영을 하기전 은색판을 뽑아주고 촬영한 후에는 다시 꽂은 뒤에 필름을 빼야 한다. 아래쪽은 빛을 막아주는 원리로 촬영된 사진의 비율을 결정하는 도구.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만큼 직관적이다.

 

폴라로이드는 승승장구했고, 1994년 매출은 23억 달러에 달하며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웠다.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날의 애플이 받는 찬사를 폴라로이드가 모두 독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폴라로이드에게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인화지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과 같은 사진을 두 장 가질 수 없다는 단점이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 했고, 우연히 잘나온 사진을 서로 가지기 위해 머리채를 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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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시대에 만든 즉석카메라 ‘pogo’

그리고, 마침내 이 두 가지 단점을 극복할 제품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즉석사진기 특허 소송에서 폴라로이드에게 패배한 코닥이 1975년 발명한 디지털 카메라였다. 코닥이 발명한 디지털 카메라는 1990년대 이후 필름 카메라와 즉석 카메라 업체들을 모두 도산시키며 카메라 시장을 장악한다. 그리고, 한때 혁신의 상징이고, 사진 문화를 바꿔 놓았던 폴라로이드는 디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채 2008년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폴라로이드는 결국 매각되었지만 계속 상황은 악화되어 2007년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생산이 중단되었고, 2009년부터는 즉석 카메라 필름 판매도 중단되어 폴라로이드는 종말을 맞이 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디지털카메라를 만든 코닥이었지만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해, 현재는 이들 조차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 2009년 폴라로이드는 새로운 지주회사인 PLR 홀딩스에 인수되고 디지털카메라, 디지털비디오카메라, 디지털포토프레임, 그리고 PoGo 브랜드의 모바일 제품들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2010년 폴라로이드는 레이디 가가(Lady Gaga)를 임원으로 영입해고 이후 SX70과 600기종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는 PX100, PX600 필름을 다시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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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에 등장했던 SX-70

 

그러나 여전히 폴라로이드는 밀짚모자, 하늘하늘 원피스, 바구니 자전거와 함께 청순가련 필수소품으로 쓰이며 많은 소녀들에게 로망의 카메라로 남아 있다. 그 흐릿한 포커싱과 푸르도록 창백하게 나오는 피부톤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 인화지를 흔들고 있다. 흔들면 안되는데….

 

제조 : 폴라로이드 (polaroid) SX70
출시 : 1972년 미국
가격 : 180달러
크기 : 105×127×173(mm)
무게 : 770g

 

현재가격
일단 나온지 오래된 물건이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것을 찾는게 쉽지는 않지만 매물은 꽤 많다. 겉면의 가죽 상태가 안좋은 것은 이베이에서 $50정도에서 시작하고, 겉면이 깨끗하다면 $100~120에서 시작해 필름이나 가방 등 액세서리가 포함되면 $170~180까지도 간다. Photojojo.com 이란 사이트에서는 오리지널 제품을 모아서 분해하고, 상태가 좋은 부품으로 재조립한 제품을 $350에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주의할 점
납작하게 접히고 볼록하게 펴지는 구조 때문에 가동 부분이 많다. 물론 그 당시 미국 물건들은 무식하리만치 튼튼하기는 했지만, 사람처럼 기계 역시 세월앞에 장사없다. 전체적인 움직임에 대한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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