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타 트윅스터 – 원뿔(won w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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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사회참여라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가수가 정치 이야기를 하면 “프로 가수면 노래 실력에 전력을 다해야지 무슨 정치 이야기냐?”라고들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탤런트나 코미디언도 마찬가지다. 맞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프로페셔널의 사회였지. 아빠는 돈 벌어오는 프로페셔널, 아이는 공부만 잘하면 되는 프로페셔널, 엄마는 아이를 서포트하는 프로페셔널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페셔널들의 자본 질서에 정면으로 탈피하고자 하는 독립음악인이 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일본틱한 이름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다. 그는 십 수년 전 ‘아마추어 증폭기’라는 포크 뮤지션으로 활동했으며 통기타와 가발 하나로 홍대 인디 리그를 씹어먹던 외계인 감성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이제는 노트북을 들고 춤을 추며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로 부동산 투기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모든 부문에 스며든 프로페셔널주의의 부조리를 춤과 함께 노래한다.
그가 발매한 “원뿔(won wool)” 앨범은 개러지밴드로 곡 작업을 하여 가내수공업으로 앨범을 구워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믹싱/마스터링을 거치지 않은 듯 음향이 좋은 편은 아니며 루프를 많이 쓰는 듯한 인상을 준다. 명확하지 않은 보컬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많아서 기존 댄스곡 사운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듣기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프레이즈에 중독성이 있고, 야마가타 특유의 개그 코드가 곳곳에 숨어 있다.
‘찹쌀송’, ‘남녀칠세부동산세’, ‘돈만 아는 저질’ 등의 음색과 리듬감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특히 펫샵보이즈에게서 음악적 질감의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 있으며 대부분 춤추기 좋은 80~90년대 롤러장 신스팝 느낌의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별도의 기획사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음반매장이나 음원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없으며 뮤지션에게 직접 문의하여 구매할 수 있다(음반 구입 가격은 1만원이다. 그러나 물물교환도 환영하며, 쌀이 떨어졌을 경우는 일정량의 쌀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세계 최초로 급하게 음반이 듣고 싶은 경우 뮤지션이 직접 CD를 배달하기도 한다. 필자도 지하철 개찰구 중고거래 방식으로 음반을 직접 받았는데 CD에 사인을 받으려 펜을 내밀자 그는 도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인 같은 것은 제가 이미 해놓았습니다.”
음원 사이트에서는 인디로 분류되지만 사실 인디펜던트(independent)하지 않은 기획사 주도의 밴드가 늘어나는 요즘 추세에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4차원 뮤지션의 등장은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과 함께 춤출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그에게서 인디 음악의 희망이 보인다.

추천 트랙 : 남녀칠세부동산세

 

Luiz Bonfa – sings and plays bossa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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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이 싱겁게 끝났다. 우승을 기대했던 브라질은  독일 전차에 탈탈 털렸고 브라질의 보물 네이마르는 당분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그러나 브라질은 축구 말고도 또 다른 오랜 보물을 가지고 있어서 슬픔을 극복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브라질의 보물은 바로 “보사노바”이다.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전통 음악인 삼바(설운도의 ‘삼바의 여인’과는 전혀 상관없는)에서 파생된 음악으로 삼바 리듬을 약 1/2의 속도로 하고  째지(jazzy)한 화성이 많이 들어가며 가사와 분위기가 좀 더 차분하고 멜랑콜리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보사노바 음악의 선구자로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주앙 질베르토, 루이즈 본파 등의 3인방이 꼽히는데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루이즈 본파의 ‘sings and plays bossa nova’이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작품이 되는 기준은 시간을 초월하는 면모를 보여 주는지 여부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본파의 음악일 것이다. 이 앨범은 1963년 작으로서 나온 지 50년 가까이 되었으나 들을 때 마다 나온 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보사노바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나일론 기타 사운드는 관자놀이를 매만지듯이 편안한 느낌을 주고, 종종 들려오는 퍼커션 소리는 남미 특유의 여유로운 정서를 듬뿍 담아 준다.  Tristeza, Manha De Carnaval 등의 곡에서 아름답고 서정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llha de coral, bossa nova cha cha 같은 연주곡은 춤곡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로맨틱하다. 누군가를 무장해제 시키고 싶다면 술을 먹이는 대신 이 음반을 들려 주기를 추천한다.
만약 바다로 휴가를 떠난다면 루이즈 본파의 음반을 준비하여 보기 바란다. 여유가 된다면 러기드(rugged)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준비해서 해변 파라솔 밑에서 루이즈 본파의 음악을 플레이하고, 마음에 드는 과일 쥬스를 들이켜 보시라. 보사노바만큼 파도 소리와 잘 어울리는 음악이 없게 느껴질 것이다.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멋있어지는 방법은 음악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시간을 그림처럼 감상해 보시라. 보사노바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추천 트랙 : Manha De Carnaval

 

Charlie Haden & Keith Jarrett – Last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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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서 가장 인기 없는 포지션을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이 베이스 주자를 선택할 것이다. 베이스 연주자는 역사 이래로 계속 인기가 없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인기가 없을 전망이다. 물론 듀란듀란의 존 테일러 정도로 미친 듯이 잘 생기면 모를까, 대부분 인기가 없다. 그러다 보니 베이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멋지게 보이기 위해 같은 노력을 다한다. 엄지가 터질 듯한 슬래핑(루이스 존슨), 팔에 쥐가 날 정도의 핑거링(빌리 쉬언), 베이스 두 대가 치는 듯한 현란한 탭핑(스튜어트 햄), 빨래판 같은 비주얼로 눈에 확 각인되는 6현 베이스(존 명) 등등으로 많은 베이시스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서커스 수준의 기예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음악적 깊이로 오래 기억되는 연주자도 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없는 찰리 헤이든이야말로 그러한 사람이다.
헤이든의 수많은 앨범 중에 특히 올해에 키스 자렛과 함께 발매한 ‘Last Dance’는 죽음 직전에 완성하여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앨범은 오로지 헤이든과 자렛의 2중주만으로 완성된 앨범으로 시종일관 말년의 거장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듯한 차분함이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다.
재즈는 꽤나 대화 같은 음악이다. 모두가 함께 앙상블을 꾸려 가지만 멤버들이 돌아가며 애드립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두드러지게 돋보인다거나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 이 앨범에서도 두 명의 연주자가 하모니를 이루다가, 상대가 연주할 때는 경청하다가 또다시 하모니를 반복한다. 마치 두 명의 노인이 대화하는 느낌이다. 단지 두 명이 이야기하는 것 뿐인데 이들의 음악은 빈틈이 없이 공간을 풍성하게 채운다. 역시 거장이라는 이름은 쉽게 붙는 게 아니다.  연주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적은 인원으로 부족하지 않게 공간을 채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작은 규모의 공간이라도 말이다.
앨범 타이틀이 Last Dance라서 그럴까, 전반적인 곡 분위기는 관조적이며 무엇이던지 끝나가는 시점에 잘 어울릴만한 정서들로 앨범이 채워져 있다. 피곤했던 회사 업무, 짧은 일요일, 오랜만의 여행, 좋았던 기억들이 모두 끝나가는 시점에서 어울릴 만한 곡들의 향연이다. 힘든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캔을 딴 후에 이 앨범을 플레이해 보시라. 물질이 줄 수 없는 행복한 기분이 몰려올 것이다.
물질문명의 시대, 흔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우리는 무엇이든 소유해야만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많이 소유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인해 덜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찰리 헤이든은 이 음반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행복한 시간을 느리게 하기 위해 본 앨범을 감상해 보자.

추천 트랙 : where can I go with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