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관학교’. 이 회사를 설명하는 데에 이 수식어를 빼놓을 수 있을까. 이들이 보유한 화려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이들이 존속한 175년의 시간보다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겐 정말 매력적인 수식어다. SK-II, 오랄비, 팬틴, 헤드앤숄더, 위스퍼, 페브리즈, 듀라셀, 브라운, 다우니, 질레트 등등 화려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대표 소비재 회사, 마케팅 관련 서적이라면 꼭 한 번씩 잊지 않고 등장하는 회사, 프록터앤갬블(이하 P&G)이다.

 

pg_logopg_logopg_logo_il

 

 

마케팅의 귀재, 마케팅을 버리다.

우리도 알다시피, P&G 가 보유한 브랜드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재의 특성은 이렇다. 우리의 일상에 제일 자주 눈에 띄고, 사용하는 물건들. 사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친숙한 물건들. 어느 정도의 기능이 충족되면 쓰던 걸 계속 쓰게 되거나, 슈퍼에서 비슷한 제품을 할인하면 그냥 다른 브랜드를 구매하는 물건들. 이런 카테고리 특성 상 소비재 회사에서 당연히 소비자를 유혹할 마케팅 기법이 발달한 건 당연한 일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브랜드의 기능적 혜택은, 마케터의 작업물에 따라 제품 구매부터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적 맥락에 이르기까지 감성적으로 다르게 어필되고 이는 구매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마케팅의 귀재 P&G가 얼마 전 마케팅 포지션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대신 그들이 빼든 카드는 다름아닌 ‘브랜드’였다. 기존 마켓팅 조직은 업무 스코프가 좁아지거나 브랜드 매니지먼트로 업무가 전환됐고, 마켓 리서치 부서도 ‘소비자와 마케팅 지식'(Consumer and Marketing Knowledge)라는 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개편했다.
참고 링크  :  ‘It’s the End of ‘Marketing’ As We Know It at Procter & Gamble

 

brands_landing_noflash

 

 

마케팅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의 구축이다.

P&G의 이런 조직 개편은 마케팅이 숫자 놀음이 아니라 더 넓은 관점에서 시장과 고객, 브랜드를 아울러 보길 기대한 것이다. 브랜드 그룹에 마케팅, 시장조사뿐 아니라 소비자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와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PR의 역할, 디자인 부서까지 덧붙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P&G는 조직을 개편하면서, 더욱 통일된 브랜드 구축, 빠른 의사결정, 심플한 조직 구조가 가져올 크리에이티비티 확대와 더 나은 작업들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P&G의 브랜드 구축 최고 매니저(Chief Brand Building Officer) 마크 프릿차드(Marc Pritchard)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결국 미래의 기업은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 구축의 시대로 회귀한다”고 주장했다. 또, “진실된 것, 즉 인간에 대한 인사이트에 기반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곳에 관심을 기울이라. 그리고, 연관성 있는 대화 속으로 뛰어 들라.”고 조언했다.
결국은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는 끝나고, 브랜드만이 살아 남는 시대가 올 테니까.
참고 링크 : P&G’s Marc Pritchard: ‘The era of digital marketing is over
한글번역: http://alleciel.com/2014/07/08/the-drum-procter-gamble-marc-pritchard/

 

ⓒ www.olympic.org
ⓒ www.olympic.org

마케팅 종말의 시대의 넥스트 브랜드

P&G의 생각은 기존 억지 마케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인 마케팅 활동보다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이 열쇠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의 삶에 침투한 브랜드는 인간 감성과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 브랜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가짜 서포터를 내세우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소통만이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의미다.
마케팅 범위를 좀더 확대해서 브랜드 매니지먼트로 명명하고, 외부의 이해당사자와 소통할 창구를 오픈한 건 P&G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175년 된 회사가 스스로 형태를 바꿔가면서 브랜드를 조금 더 넓게, 멀리 보는 법을 조직적으로 제안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P&G가 다음의 175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넥스트 브랜드인 이유다.

 

# 넥스트 브랜드 연재 순서

‘마즈(Mars)’ – 과자 포장으로 속이지 마세요.

‘임브레이스’ –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을 살리는 브랜드

‘인터페이스’ – 개발과 환경은 공존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