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 team – Rolling blackouts

g

“The go team” 세상에 이렇게 뒤죽박죽인 밴드가 있을까? 남자, 여자, 흑인, 백인, 동양인이 뒤섞인 이들은 그야말로 다문화 시대에 걸맞는 락밴드이다.

힘이 느껴지나 남성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절대로 여성적이지도 않다. 랩도 아니고 노래도 아니고, 흑인음악도 백인음악도 아닌데 일본인 여성 드러머가 있다고 해서 동양적인 느낌은 절대 아니다. 결성은 영국에서 되었지만 분위기는 미국 시골 고등학교 풋볼 응원 현장을 본뜬 듯 하다. 대책없이 밝고 경쾌하며 음악이 신나다는 말 이외에는 이 밴드를 설명할 만한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여러가지 요소가 한데 엉켜서 듣는 이의 흥을 돋군다.

이들은 형식이나 악기 편성적인 측면에서 이들은 기존에 우리가 바라보던 밴드 틀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으며(보통 밴드와는 다르게 드러머가 2명이다) 시종일관 LO-FI적인 질감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브라스 사운드가 많고 소위 까랑까랑한 톤을 지향하기 때문에 고급스럽게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고,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자리에 적합하다.

또, 치어리딩 분위기의 곡들이 대부분이어서 특히 결연한 의지로 응원하는 프로야구단의 유니폼을 구매하신 분들께는 강력히 추천할 만 하다. 방금 산 유니폼을 입고 the go team의 음악을 들으며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외롭지만 충만한 인생의 포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the go team과 함께라면 포스의 어두운 면 따위는 없다. 포스의 웃기는 면이 있을 뿐이다.

한 곡밖에 들을 시간이 없다면  : secretary song

 

신해철 – Reboot myself

L_g0030368795

앨범 이름에 리부트라는 용어를 쓰다니 신해철도 어지간한 덕후인가보다. 뽀얀 얼굴 미소년의 myself 앨범이 나온 지 23년이 지났다. 마왕은 다시 reboot myself라는 타이틀의 EP로 다시 팬들에게 돌아 왔다. 추억에 젖어 Myself음반을 다시 들어보고 새 EP를 들어 보았기 때문일까? 예전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졌던 청량감이 많이 퇴색한 편이다. 보컬에 가미된 이펙터는 과도하게 느껴지고, 그의 창법에서는 힘이 빠진 대신 기교가 늘어난 것처럼 들린다.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던…그래서 젊음 그 자체로 빛이 나던 때가 지났음을 인정하고, 줄어든 일거리에도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그 바닥을 못 떠나고 있는 40대 가장을 생각나게 하는 EP이다.

Catch me if you can에서는 베이스 슬래핑과 리듬기타가 그루브감을 만들어내고, princess maker와 같은 트랙에서는 The sugarhill gang이나 Queen에 대한 약간의 오마쥬도 보인다. 이번 EP에서 가장 신해철다운 곡이라면 ‘단 하나의 약속’이 될 듯 한데 중간중간 영어가사를 섞고 장엄한 고딕 풍의 나레이션이 들어가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신해철과 함께 늙고 병들어 가는 팬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예전의 생기발랄함과 예리함과 샘솟는 아이디어들은 그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지만, 제한된 상황에서 사운드를 만들고 청각화 하는 ‘구력’에서만큼은 장인의 칭호를 붙이기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흘러 힘은 떨어졌으나 애송이들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늙은 사자와도 같은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한 곡밖에 들을 시간이 없다면 : 단 하나의 약속

 

Led Zeppelin – BBC Session

BBC SESSIONS

훌륭한 컨텐츠는 언제나 훌륭한 비즈니스 대상이며 마치 ‘성경’이나 ‘슬램덩크’처럼 끊임없이 개정판, 개정 증보판 및 개정 증보판의 한정판이 출시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개정판의 구입 여부가 신앙심(또는 팬심)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레드제플린은 90년대 이후 최근에 또 한차례 리마스터 앨범을 내놓았는데 국내 시장의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 한 듯 하다. 음악이 가져야 할 최대 덕목 중의 하나인 “새로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삼양라면 클래식 버전이 지난날 레전드인 삼양라면 오리지널 임팩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드제플린을 복습하기에는 BBC Session 앨범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래된같은 곡이지만 느낌이 다르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레드제플린의 BBC Session 음반은 스튜디오 라이브 음반으로 1969, 1971년에 녹음된 분량의 곡들이 1997년도에 컴필레이션 형태로 발매된 앨범이다. 셋리스트를 보면 이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트랙들로 가득하다. dazed and confused, immigrant song, going to California 등의 곡들은 음악인들에게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데 그 이유는 ‘그때보다 좋은 지금’ 음악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은 특히 멤버 각자의 연주력을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데에 큰 매력이 있다. 로버트 플랜트의 라이브 보컬은 엄청난 성량을 들려 준다. 그는 이 음반에서 “아직도 세 옥타브 정도는 쉽게 올라갈 수 있어”라고 속으로 농담하며 노래부르는 듯 하다. 지미 페이지의 기타 사운드는 리프의 제왕답게 손가락이 수다를 떠는 듯 하며 존 본햄의 드럼은 헤비급 복서가 원투펀치를 날리는 것 같다. 존 폴 존스는 베이스가 반주 악기라는 인식을 무참히 깨뜨리면서 받혀주는 역할 밖에 못하는 많은 베이스 연주자들을 좌절시킨다. 그 때문에 레드제플린의 음악은 로큰롤 키드들이 흉내내기가 어려운 축에 속한다. 이들의 음악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게 플레이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특유의 톤이나 난이도 높은 기교들은 구현하기가 매우 난감할 정도다.

동전을 넣고 오락실 앞 펀치를 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앨범을 듣기 바란다. 음악이란 오묘해서 실상 내가 소리에게 얻어맞고 있으나 누군가를 때린 듯한 느낌이 들게도 하기 때문이다. 맞으면서도 때린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 이것이 그들이 진정한 Rock의 거장인 이유이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한정판과 개정판이 나올 것 같은 이유이다.

한 곡밖에 들을 시간이 없다면 : the heartbre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