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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향(시골의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단어지만 사실 지방의 한 중소도시다)을 찾았던 나는 마뜩잖은 광경을 목도했다. 선선한 아침에 비를 맞으며 천변을 거닐고 있는데, 이 개울가를 포크레인이 헤집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하얀 왜가리나 오리가 억새 사이를 헤엄치는 평화로운 곳이었는데, 자연스럽게 구불거리던 천변은 일자 모양으로 정비되어 있었고, 인공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바위덩어리가 도열해있었다. 눈에 들어온 건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라는 현수막. 이게 뭔가 싶어 검색을 좀 해봤더니, 4대강 사업의 연장선 상에서 시행되는 이번 정부의 사업이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알던 고향의 강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 환경 문제에 빠삭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고향의 강 사업이라면 물고기가 한창 알을 깔 시기에 풀숲을 헤집을 이유도 없고 자연이 형성한 물길에 시멘트를 발라버릴 이유도 없다는 것쯤은 안다. 잊을 만하면 포털의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4대강 녹조라떼 이슈, 며칠 전 SNS를 뜨겁게 뒤집은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 같은 기괴한 생명체는 씁쓸함을 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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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 ⓒ광주환경운동연합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사업의 철학이 부재해서 생긴 일이다. 단타적인 성과, 사업 유관자의 이익만 고려한 결과라는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넥스트 브랜드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은 비즈니스를 하려면 환경이 파괴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우리의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한국에선 약간 생소한 기업인, 미국의 카펫 제조 기업 인터페이스(INTERFACE, www.interfaceglobal.com/)다.

인터페이스라는 브랜드의 활동은 ‘지속가능성의 기업적 논리(The business logic of sustainability)’라는 테드(TED) 강연을 통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환경경영에 대한 철학은 물론, 앞으로의 기업이 어떤 철학과 이념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링크 : www.ted.com/talks/ray_anderson_on_the_business_logic_of_sustain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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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은 이제는 고인이 된 인터페이스의 창업주 레이 앤더슨이다. 세계 카펫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킨 이 할아버지는 바로 자신이 지구의 약탈자였음을 청중들 앞에서 고백한다. 인터페이스의 주력 제품인 카펫의 원료는 석유다. 1973년 창립한 이래, 승승장구하던 비즈니스를 이끌던 레이 앤더슨은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계기로 생각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폴 호켄의 ‘비즈니스 생태학(The commerce of Business)’이라는 책이다. 그리고 그간 자신의 사업 방식이 얼마나 단기적인 사고에서 비롯됐는지 깨달았다. 지금 나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비즈니스는 결국 나의 자식과 손자들이 살아갈 수조차 없는 땅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는 ‘선을 베풀며 수익 내기(Doing well by doing good)’가 가능함을 설파했고, 기업의 성과로 증명했다. 물론 지금의 인터페이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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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인류를 생각한 비즈니스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제품의 생산과 제조 공정부터 바꾸게 했다. 최근 몇 년간 아시아 시장의 사무용 카펫 수요가 늘면서 태국과 중국에 LEED 인증(LEED란? 설명보기) 을 받은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2013년 기준으로 인터페이스는 생산단위당 폐기물 매립양을 85%, 산업용수 사용량을 74% 감축했다. 총 에너지 사용량은 생산단위당 43% 감축시켰고, 이 중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량은 생산단위당 60% 감소했다. 2009년에는 74,000톤의 중고카펫을 대부분 재활용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바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인터페이스의 수익은 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인터페이스는 2020년까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제거하려는 미션 제로(Mission Zero)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실제로 제로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들의 비즈니스가 브랜드의 이익뿐 아니라 환경과 인류를 돌아봤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 배타적일 거란 통념을 부숴버린 인터페이스는 분명 다음 시대의 브랜드다. 환경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도 아닌 영리 기업이 생각을 고쳐먹고 실천한 게 이 정도인데, 우리는 국가 사업조차 엉망이다. 개발과 환경이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터페이스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적을 바란다면 스스로 그 기적이 되어라.
– 레이 앤더슨

 

# 넥스트 브랜드 연재 순서

‘마즈(Mars)’ – 과자 포장으로 속이지 마세요.

‘임브레이스’ –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을 살리는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