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블로그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부터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하고, 대가성 홍보글을 게재할 때는 ‘저는 위 OO상품을 추천(보증, 소개, 홍보 등)하면서 OO사로부터 경제적 대가(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무료제품 등)를 받았다’고 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모호한 표현을 쓰거나 단순 홍보글로 위장하는 경우에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형사 고발까지도 가능해 졌다. 다만 그 대상은 블로거보다는 주로 해당 마켓팅을 진행한 업체들에게 부과된다.  참고 링크 – 공정위 홈페이지
네티즌들은 이 결정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짓 리뷰에 속았거나 홍보성 블로그에 지친 네티즌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많은 블로거들이 공정위의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블로거들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주장이다.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는 주로 세금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이미지 소스 - 창조경제타운)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는 주로 세금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이미지 소스 – 창조경제타운)

 

블로그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까닭은?

블로그 리뷰의 순수성에 대한 논란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블로그 리뷰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 연방조사위원회가 조사한 바가 있고, 구글과 빙 등에서도 가짜 리뷰나 홍보성 리뷰를 걸러내기 위한 시스템을 계속 업데이트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독 처벌 수위가 강하다. 권고사항이나 시스템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처벌하기로 했고, 상업적 게시물의 문구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등, 그 압박이 심한 편이다. 블로거들은 이 조치에 대해 일반 미디어의 애드버토리알(광고성 기사)이나 TV의 PPL(간접 광고)에는 관대하고, 블로거에게만 유독 엄격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 미디어들의 주 수입원은 순수 광고를 제외한다면 애드버토리알인 경우가 많다. 또, 직접적으로 광고 기사는 아니지만 일정한 예산에 맞춰 해당 업체의 기사를 써주는 바터(Barter) 형식의 영업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특정 회사의 기사가 꾸준히 올라오는 이유는 이런 바터성 계약에 있다. PPL의 경우는 해당 프로그램 시작 전 ‘이 프로그램에는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만 삽입하면 된다. 오히려 푼돈을 버는 블로거들에게만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블로거들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유독 홍보성 블로그(주로 네이버)가 많은 편이고 여기에 대한 네티즌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만 이런 홍보 블로그가 유독 많은 걸까?

 

네이버의 의도적인 상업 블로그 키우기

믿을 수 없겠지만 네이버는 상업적 블로그에 대해서 가장 엄격한 업체였다. 다음 기사를 보자.
네이버, 블로그 ‘상업적 이용 금지’ 이중잣대

지금의 네이버와 비교한다면 같은 사이트가 맞는지 두 눈이 의심될 정도다. 자신의 책이나 외부 링크도 거의 허용하지 않을 정도였고, 이런 정책을 2008년까지 유지했다. 그런데, 네이버가 갑자기 바뀌었다. 계기는 티스토리나 이글루스의 블로거들이 힘을 얻으면서다. 네이버는 정말 드라마틱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변했다. 거의 모든 홍보를 허용했다. 그 시점은 2008년이다. 네이버는 2008년 파워블로그를 선정하면서부터 네이버 검색결과에 자사 플랫폼의 블로거의 게시물을 우선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웹사이트나 뉴스미디어의 검색결과를 블로그 아래에 배치했다. 간단한 정책이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우선 오리지널 콘텐츠가 확보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뉴스미디어’나 힘을 잃어가는 ‘지식인’ 대신에 블로그를 전면에 내세우며 손쉽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다. 네이버에 한번 발을 디디면 빠져 나갈 수 없도록 블로그 백업 기능은 넣지 않았다.
게다가 블로그가 한국의 웹사이트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네이버가 업체 운영 블로그도 검색 상단에 배치하자 홍보대행사나 업체들은 네이버에 블로그 개설을 앞다투어 했다. 심지어 인원이 풍족하지 않은 회사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방치하고 네이버 블로그에 올인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는 웹사이트보다 풍부한 콘텐츠와 활동이 있는 블로그를 다수 확보할 수 있고, 다른 검색엔진에서도 공통적으로 검색되는 웹사이트들을 도태시키며 풍부한 검색 결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영리한 정책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마켓팅 역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집중되며  네이버는 검색광고와 배너 광고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네이버 블로거들은 블로그를 팔라는 쪽지를 쉴 새 없이 받았고, 검색 첫 페이지를 선점하기 위한 마켓터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기존 미디어의 밥그릇을 건드린 블로그 마켓팅

문제는 이제 부터다. 네이버가 블로그 검색에 특혜를 주자 마켓터들은 네이버 블로그로 모이기 시작했다. 광고주들로써는 신문지면을 비싸게 구입하기 보다는 적은 돈으로 네이버 검색이 유리한 블로그 마켓팅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 마켓팅으로 인해 많은 블로거들은 푼돈을 만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미디어로 흘러 들어가는 돈이 줄어들게 되었다. 개인적인 기억으로 2010년을 전후해서, 제품 런칭회를 블로거와 기자로써 각각 참석했을 때, 블로거의 대우가 기자들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디어로써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자존심은 큰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로써는 트래픽은 물론, 예산까지 깍아가는 네이버의 블로그 정책이 좋게 보일리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블로거들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드러냈다.

뒷돈 철퇴’ 반년도 안돼… 슬그머니 돌아온 ‘검은 블로거’
“8억 챙기고도 아직 성업?…양심도 없나”
파워블로거가 공동구매 진행하며 거액 챙겨(종합)
파워 블로거 한마디에…’10년 직장’ 관두려 한 사연

그러나 네이버는 “그린 리뷰” 캠페인 정도를 벌일 뿐, 여전히 상업적 블로깅을 적극적으로 유도했고, 매년 그들이 선정하는 파워블로거들 역시 대가성 블로그에 대한 제재조치는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네이버가 발견한 금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끊임없이 블로그에 대해 압력을 가한 기존 미디어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두 플랫폼간의 대결에 블로거들은 낀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블로거들의 무분별한 상업적 포스팅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업 블로그들이 융성하게 된 네이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지 소스 – 네이버 캡처

중요한 것은 건강한 플랫폼에 대한 논의

네이버는 올해 파워블로그를 선정하면서 블루로거나 LG 더블로거 등 외부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대거 제외해 무리를 빚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 블로거 중에서 IT블로거는 단 3명만 뽑았고, 이들은 모두 외부에서 블로거 활동을 하는  엠블럼을 붙이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외부 블로그를 운영하는 업체들에게 네이버 검색에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관련 링크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블로거의 탈세문제와 윤리성 문제 등에 있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정책과는 별개로 구조상의 문제나 플랫폼(네이버)의 방치에 대한 언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또한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검색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되풀이 될 것이다. 특히 모든 문제가 개인 블로그의 일탈이나 부도덕성에게만 책임이 있는 듯 호도하는 것은 부당하다. 블로거들은 앞으로 대가성 리뷰라는 타이틀로 포스팅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벌면서도 공정위의 제재를 받지 않는 많은 미디어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이런 문제를 방치하고 심지어 독려하여 독점체제를 구축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 만약 그 부분을 무시한다면 제 2의 상업적 카페, 지식인, 밴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이 이번 조치의 아쉬움이다.

 

김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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