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장기기증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어딜까? 중국? 아니다. 자발적 장기기증이 물음이다. 답은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100만 명당 35명이 장기기증에 동참한다. (한국은 5명) 스페인 국민이라고 처음부터 자신의 장기를 순순히 내줬을까? 아니다. 스페인은 1975년 모든 국민에게 장기기증 의무를 부여했다.

이 법률은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었다. 모든 국민이 장기기증을 해야 하고, 장기기증 거부를 옵션으로 정한 것이다. 치사하다고? 대신 스페인은 이 제도로 인해 나와 남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게 될지 꾸준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몹시 호의적으로 변했다. 어렵고 힘든 장기기증을 제도화하여 누구나 일상으로 만든 발상의 전환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 브랜드를 두 가지 소개한다.

 

골수기증을 쉽게. 헬프 레메디스(Help Reme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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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레메디스의 반창고 키트

이번에는 장기기증만큼 무서운 골수기증 얘기다. 골수기증은 헌혈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참여도가 무척 낮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걸 어떻게 바꿨을까?
골수기증을 하려면 우선 채혈이 필요하고, 골수를 등록해야 한다. 번거롭고 어디서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래서 헬프 레메디스라는 제약회사는 피가 날 때 상처에 붙일 수 있는 밴드 패키지를 만들었다. 골수 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이 키트를 가지고 있다가 상처가 나면, 면봉으로 피를 닦아 동봉된 수신자 부담 봉투에 넣어 이것을 골수 기증 단체(DKMS)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채혈과 골수등록이 한 번에 이뤄지는 셈이다. (관련 동영상 클릭)

키트 런칭 후, 골수 기증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3배나 늘은 것은 물론, 일반 밴드 키트보다 1,900%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헬프 레메디스의 ‘Help I want to save a life’ 라는 이 캠페인은 2011년 칸 광고제에서 제품 분야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관련 동영상 클릭 )
억지로 신청해야 하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생활에 녹아들 게 한 점에서 스페인의 장기기증 정책과 닮았다.

 

문제는 인큐베이터가 아니라 온도. 임브레이스(Emb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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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브레이스의 ‘인펀트 워머(Infant warmer)’

WHO에 따르면 한 해에 2,000만 명에 가까운 조산아가 태어난다. 조산아들은 몸을 따뜻하게 할 피하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큐베이터에 넣지 않으면 죽기 쉽다. 하지만 인도를 비롯한 남부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시골엔 대부분 인큐베이터도 없고, 전기도 원활하지 않다. 아이들을 살리려면 2만 달러짜리 인큐베이터와 전기망까지 보급해야 한다. 해결 불가능한 문제였다. 그런데,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 스탠포드대학의 벤처기업인 임브레이스(Embrace)는 인큐베이터의 핵심이 ‘온도’임을 깨닫고, 체온과 비슷한 열을 내는 왁스 파우치가 내장된 ‘포대기’를 개발했다. 파우치는 탈부착이 가능하고, 끓는 물에 넣어 주면 50번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전기도 필요없고, 가격은 인큐베이터의 1/100인 200달러에 불과하다. (자세한 설명 : http://embraceglobal.org/embrace-warmer/)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제인 챈(Jane Chen)은 2009년에 있었던 TED 강의(관련 동영상 클릭)에서 강연말미에 이렇게 덧붙인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 때문에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페인의 장기기증시스템이 다른 국가보다 활성화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법률제도, 즉 프레임 때문이었다. 헬프 레메디스나 임브레이스 역시 골수기증과 조산아의 문제를 기존과 다른 프레임으로 제시했다. 복잡한 절차를 재미있는 반창고 키트로, 전기를 사용하는 인큐베이터를 전기가 필요 없는 포대기로.

이제 넥스트 브랜드의 조건이 나온다. 넥스트 브랜드에게 기존의 문제(Problem)는, 문제(Question)를 다시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

 

# 넥스트 브랜드 연재 순서

‘마즈(Mars)’ – 과자 포장으로 속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