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루이스를 말할 때, B&O(뱅앤 올룹슨)을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부터 B&O과 작업해 왔으며 40여 년간 B&O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40년간 비정규직이라니! B&O의 행태에 치를 떨 수도 있지만 B&O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이해한다면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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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피터 뱅과 스벤드 울룹슨에 의해 설립된 B&O는 회사의 최고 철학을 ‘디자인’으로 규정했다. 심지어 디자이너는 CEO보다 높은 결정권을 가지며, 기술진과 경영진은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현실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내 디자이너를 고용하지 않는 것이다. B&O는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위해 회사 직원으로 고용하지 않고 계약직으로 고용한다. 회사 경영진이나 개발부서의 눈치를 보다가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외부 디자이너와 B&O의 개발 부서인 ‘아이디어 랜드’를 통해 공동 제품 개발에 힘쓴다.

데이비드 루이스는 이런식으로 40년을 일하며 B&O의 많은 히트작을 디자인했다. 데이비드 루이스는 특히 알루미늄을 사랑했고,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공법을 가장 완벽히 구현해 내는 디자이너였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디자인상이 아닌 명예로써 기억된다. 100명에게만 부여하는 영국 왕립학회의 “Royal Designer for Industry” (RDI)”를 수상했고, 뉴욕 현대미술관에 영구컬렉션으로 많은 제품이 등록되어 있으며, 영국인이면서도 덴마크 기사 작위를 수상하는 등, 산업 디자이너가 갖기 힘든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11년 7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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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루이스는 생전에 B&O를 디자인하며 항상 얘기했다.
“B&O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제시한 기술과 콘셉트가 적어도 10년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기획되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만든 많은 오디오들은 10년 이상 현역에서 팔리며 그의 말을 증명했다.

그는 또한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분명히 정의했다.
“소비자는 자신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옵션이 필요한지 모른다. 디자이너가 제시해야 한다.”

B&O의 사례는 디자인경영에 대한 하나의 사례를 제시했다. 디자인이 선행되고, 기술과 경영은 디자인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예제다. 모든 기업이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애플 역시 디자인부서를 회사와 최대한 분리시키면서 이런 경영이 옳음을 증명했다.  마치 외계인이 디자인한 듯한 소름끼치도록 미니멀한 데이비드 루이스의 디자인 세계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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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시스템 2500 (1991)– 오디오에 손을 대면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이 제품은 B&O에서 야콥 옌슨의 시대가 지나고 데이비드 루이스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B&O은 이 제품을 계기로 유럽을 벗어나 세계적 명성을 이끌어 냈다. 베오센터 2500 + 베오랩 2500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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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링크 7000 (iF Design Award Winner 1991) – 오디오용 콘트롤러, 리모트 콘트롤러의 한계와 개념을 30여년 만에 확장시킨 수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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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랩 6000(1992) : 알루미늄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스피커 세트이다. 베오랩 8000과 함께 B&O의 스테디 셀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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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랩(BeoLab) 8000 (iF Design Award Winner 1992) : B&O의 가장 히트했던 스피커 시리즈 중에 하나. 알루미늄이라는 소재에서 오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시각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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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사운드 9000(iF Design Award Winner 1996) – 오디오 역사상 가장 멋진 오디오로 꼽히는 베오사운드 9000. 기계적으로 완벽한 로딩 매커니즘과 6개의 CD가 보이는 디자인의 카리스마는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고 있다. 6개의 CD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원하는 CD를 한번에 넣고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한 가족간의 친밀함을 유도하려 했다고 데이비드 루이스는 밝힌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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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랩 4000 (iF Design Award Winner 1998) – 토탈 홈 엔터테인먼트 스피커 개념으로 베오링크라는 무선 플레이를 통해 집안 모든 곳을 음악으로 채우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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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사운드 2 Portable Mp3 Player (2002) – 아이팟이 나온지 1년 만에 B&O의 60세가 넘은 데이비드 루이스는 MP3 플레이어에 도전했다. 이 제품은 10년간 디자인이 바뀌지 않고 계속해서 생산한 유일한 MP3 플레이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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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랩5 (2003) – B&O의 초고가 스피커, 360도로 음향을 내보내는 시스템으로 B&O의 음질에 대한 편견을 깬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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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센터 2 (2004) – 베오센터2는 DVD, CD,MP3, 라디오 재생을 제공하고, PC와 연결하여 컴퓨터의 MP3도 다이렉트로 재생할 수 있게 하였다. 그 당시 가장 진보한 홈 엔터테인먼트 통합 솔루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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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 (Serene, 2006) – 삼성전자와 함께 디자인한 콜라보레이션 휴대폰. 독특한 키패드 형태가 특징이다. 명품 콜라보레이션 휴대폰의 원조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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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랩9 (2007) – 고급형 스피커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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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Asus) NX 90 (2010) – 에이수스와 함께 디자인한 노트북. 노트북 역사상 최고의 음질과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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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사운드8 (2011) – 데이비드 루이스가 공식적으로 참여한 마지막 제품. 아이팟은 물론, 아이패드까지 거치가 가능한 최초의 도크 시스템이었다.

 

http://www.beoworld.org/
http://beophile.com/
http://davidlewisdesigners.com/

레트로 제품을 사랑합니다. xanadu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