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 안, 거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악당으로 보이는 손이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이려고 합니다. 꼼짝없이 인질이 당할 것만 같은 일촉측발의 상황, 배트맨이 나타납니다. 겁을 상실한 악당들은 배트맨에게 덤벼보지만 상대가 되지 않죠. 겨우 도망가는 악당의 뒷모습이 보이고 인질은 무사히 구출됩니다.

Moleskine x Batman Limited Edition

배트맨 시리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영상입니다. 독특한 것은 실사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카툰이 그려진 노트를 활용한 플립북 형식으로 구성된 영상이라는 점인데요. 바로 몰스킨 한정판 노트의 광고 영상입니다. 몰스킨은 시즌마다 새로운 한정판 노트를 선보입니다. 레고 버전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스타워즈나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스누피(피너츠)도 유명하죠. 최근에는 실제 영화에 등장해도 무방할 정도의 완성도를 지녀 소장 가치가 높은 호빗 노트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배트맨 노트를 출시했죠. 배트맨에 이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광고 영상도 마저 보겠습니다.

토끼를 따라 굴에 들어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초반 내용을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연출했습니다. 재미있긴 하지만 배트맨 영상보다는 포스가 덜하네요. 이런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몰스킨은 다이어리, 노트 수첩 류의 아이콘입니다. 특히 예술가들이 사랑한 노트라고 하죠. 고흐와 피카소, 헤밍웨이와 같은 예술가들도 모두 몰스킨 노트 애용자였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는 고흐의 스케치가 담긴 몰스킨 노트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죠.

moleskine02

몰스킨은 200여 년 전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몰스킨 특유의 존재감이 당시 예술가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의 관심을 끈 것이죠. 오리지널 몰스킨은 1986년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몰스킨은 2006년부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커버의 재질이 양가죽에서 인조가죽으로 바뀌었죠. 존재감은 덜할지 몰라도 여전히 몰스킨은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노트입니다.

moleskine03

몰스킨은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요. 가장 유명한 몰스킨은 인디아나존스, 최후의 성전에 등장한 아버지의 일기장이 아닐까 합니다. 성배를 찾기 위한 과정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죠. 이외에도 리플리, 아멜리에, 내셔널 트레져, 다빈치코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에서도 주인공 손에는 몰스킨이 들려있습니다. 모두 기록을 위함이죠. 몰스킨은 품격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커버와 미끄러지듯 써지는 매끄러운 종이, 유연하게 펼쳐지지만 확실하게 고정된 제본, 두툼한 분량을 단단히 고정시켜주는 고무밴드 등으로 구성되지만, 몰스킨의 본질은 기록입니다.

moleskine04

moleskine05

두 사진은 몰스킨의 본질, 기록의 소중함을 잘 표현한 광고입니다. ‘Idea come and go’라는 카피가 격하게 와 닿습니다. 아이디어는 제때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고 말죠. 몰스킨 광고처럼 덫이라도 설치해서 낚아채야 합니다. 물론 디지털 시대답게 종이로 된 노트보다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는 게 사용하기도 간편할 수도 있고 보다 효율적일 수도 있겠죠.

moleskine06

moleskine07

moleskine08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몰스킨은 이렇게 유쾌하게 대꾸했습니다. 낙서하듯 자유로운 기록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디지털 기기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몰스킨이 아날로그 방식의 기록만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2012년에는 에버노트와 함께, 2014년에는 라이브스크라이브와 함께 노트를 출시한 적이 있고, 어도비와도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죠. (관련 기사 : 티타임즈)

moleskine09

얼리어답터도 몰스킨 노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페이스북 이벤트 경품으로도 사용했었는데요. 그때 당첨되신 10분은 잘 사용하고 계신가요? 저희 직원들은 잘 사용하고 있긴 한데 회의 시간에 낙서나 해서 그런지 괜히 고흐나 피카소, 헤밍웨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몰스킨에 걸맞은 아이디어가 나오겠죠?

moleskine10

몰스킨 노트의 표지 다음 면에는 독특한 부분이 있습니다. 노트를 분실했을 때 돌려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적는 곳과 ‘As a reward : $_____’라고 보상금을 적는 곳이죠. 레고 한정판 노트의 경우 $대신 ‘bricks’라고 깨알같이 적혀있기도 합니다. 그냥 슬쩍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죠. 하지만 몰스킨의 본질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새로 산 몰스킨 노트의 가격을 적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해왔던, 앞으로 하게 될, 기록의 가치를 적는 곳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