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굴욕!”

애플 홈팟 단종 소식을 전하는 국내 언론의 기사 제목이다. 맞는 말이다. 홈팟은 아마존 에코, 구글 홈과 직접 경쟁하는 애플 최초의 스마트 스피커다. 그런데도 2018년 2월 출시 후 지난 3년 동안 2세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홈팟 미니’는 엄밀히 말해 홈팟 후속이 아닌 저렴한 소형 버전이다. 홈팟 단종은 애플이 스마트 스피커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홈팟 생산을 중단했으며 애플 스토어와 애플 공인 리셀러를 통해 재고 소진 시까지 판매한다.”라며 홈팟 미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홈팟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기술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행이다.”

에디터가 애플이 경쟁 제품을 상대로 강조한 향상된 오디오 품질과 센서 그리고 애플뮤직과의 통합에 이끌려 홈팟과 보낸 시간이 일 년이다. 애플은 공간을 인식하는 훌륭한 사운드의 음악 전문가 같은 스피커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홈팟 하단에는 360도 고르게 소리를 뿜어내기 위한 7개의 빔 포밍 트위터가 자리하고 중간에는 사용자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한 6개의 마이크, 그 위로는 애플이 설계한 4인치 우퍼, 가장 높은 곳에 A8 칩이 각각 위치를 잡았다. 이 구성은 높이 172mm, 지름 142mm의 부드러운 패브릭 소재가 둘러싼다. 무게는 2.5kg로 제법 묵직하다.

이 같은 정밀한 프로세싱으로 훌륭한 음질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홈팟은 라이브 무대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미세한 사운드를 선명하게 유지하는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물론, 수백만원 대의 홈 스테레오를 구축한 오디오 애호가들은 논외다. 아무리 홈팟이 날고 긴다 한들 전문 음향기기와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로

홈팟은 스마트 스피커다. 그래서 운영체제가 있고 아이폰처럼 때되면 애플은 최신 펌웨어를 제공힌다. 그리고 ‘홈팟 14.2’에서 애플은 기능적 측면에서 홈팟 완성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홈시어터 스피커’다. 애플TV 4K에 연결된 홈팟을 5.1, 7.1 오디오는 물론,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로 업그레이드한다. 홈팟의 실내의 음향을 측정하고 즉시 사운드를 조정하는 공간 인식 기능을 사용해서 가상의 서라운드 사운드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 애플TV 4K 근처 홈팟을 자동 인식해 홈시어터 스피커 옵션을 묻는다.
| 애플TV 4K 기본 스피커로 홈팟을 지정한다.
| 스테레오 연결 시 홈팟 2대가 겹쳐진 아이콘이 표시된다.

1대로도 가능하지만 홈팟 2대를 스테레오 모드로 페어링 했을 때 가장 좋다. 이즈음 한 대를 더 들인 에디터가 경험한 홈시어터 스피커는 물리적 5.1채널 스피커 시스템에는 견주지 못하더라도 양옆과 뒤편을 포함한 서라운드 스피커 모두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무엇보다 어느 공간에서든 최소한의 번거로움과 적당한 예산으로 효율적으로 몰입적인 공간 음향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넷플릭스 콘텐츠 정보에서 ‘돌비 애트모스’ 지원을 의미하는 표식이 뜬다.

홈시어터 스피커는 넷플릭스와 애플TV+(플러스), 디즈니+ 등 OTT 서비스에서 활성화된다. 아쉽게도 홈팟 미니에선 지원되지 않는다. 공간 인지 기능이 없어서다.

훌륭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는 이유는 완벽하게 애플 생태계에 얽매인 태생적 한계 때문일 것이다. 시리에게 특정 앨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라고 명령할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애플뮤직을 구독할 때만 가능하다. 에어플레이도 애플 기기에서만 쓸모 있다. 홈시어터 스피커가 추가돼 그런대로 쓸만해졌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블루투스5 하드웨어인데도 애플 이외의 기기와 연결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홈팟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폐쇄적인’ 애플 기기는 유례가 없다.

그러나 홈팟의 폐쇄적인 기질에도 장점은 있다. iOS 기기와의 연결만 허용하기에 그동안 에디터가 사용해본 그 어떤 스피커보다 설정이 쉽고 빠르고 간편했다. 에어팟을 사용하고 있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홈팟 단종이 아쉬운 3월의 늦은 오후다.

홈팟 단종이 아쉬운 3월의 늦은 오후
이상우
기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