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결혼한 지 2년이 조금 안되는 꽃 같은 20대 여성임을 밝힙니다. 평소 성에는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욕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성의 자위라던가 오르가즘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마도 대부분의 제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자위기구에 대해서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의아한 미소를 띄우고 와서는 지인에게 선물을 받았다며 요상하게 생긴 것을 하나 보여줬는데, 그게 처음 본 여성 자위기구였어요. 맙소사. 내 인생에 자위기구라니. 그런걸 선물 받은 기분은… 뭐, 더럽지는 않았지만 저걸 사용할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주는 것은 그 사람 마음이고 성의니까 나름대로 고맙게 받아주기야 하겠지만, 그걸 사용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것 역시 제 마음이니까요.
선물 받은 김에 써보라며 자꾸 조르는 남편 성화에 못 이겨 한 번 사용을 해봤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혀 감흥이 오지도 않았고 억지스럽게 쾌감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 요상하게 생긴 기구는 그대로 어딘가에 처박혔습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이 ‘우머나이저’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고, 이미 경험이 있는 저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그 날의 별로 유쾌하지 못한 기억때문에 써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죠. 그런데 남편은 집요하게 여러가지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계속 저를 설득했고, 사진을 보다 보니 예전 연애하던 시절에 장난 삼아 들어갔었던 성인용품점에 잔뜩 있던, 예쁘게 생겼는데 어디다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던 그것들이 바로 우머나이저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아무튼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집요하게 저한테 써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남편이 귀여워서 승낙을 했고, 어떤 것이 좋겠냐고 묻길래 몇 가지 중에서 제일 예쁘게 생긴 것으로 골라본 게 ‘우머나이저 프리미엄’이었어요. 어차피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는데 기왕이면 예쁜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중 어떤 건 둥글게 말린 모습이 조금 징그럽기도 하더라구요.

어느 날 밤, 남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슥 다가왔어요. 저는 속으로 아, 이 자식 진짜로 ‘그것’을 사왔구나 했죠. 남편은 우머나이저의 작동원리를 (쓸데없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우머나이저는 다른 자위기구들처럼 진동 방식이 아니라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자극을 준다더라부터, 강도 조절을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아프거나 하면 말을 하라든가… 아니, 알았어. 알았다고. 그냥 닥치고 창피하니까 빨리 하고 끝내기나 하라고…
그렇게 남편은 슬쩍 우머나이저를 제 몸에 갖다 대봅니다. 진동이 느껴지는데, 센서가 있는지 몸에 닿으면 작동하고 적당히 멀어지면 꺼지더군요. 아니 지가 BMW야 뭐야. 쓸데없이 고퀄… 문제는 남편이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한다는 거였죠. 뭐 자기 몸이 아니니까 그렇겠지만, 자꾸 엉뚱한 곳에 비벼대니까 살짝 짜증이 나려고 하더군요. 아니 큰 맘 먹고 느껴주겠다는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정확한 스팟에 우머나이저가 닿았어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남편 앞에서 “헉…”하는 소리를 내버리게 되었습니다. 마치 온 몸에 전기가 쫙 흐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남편은 성공했다 싶었는지 조금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번번이 헛방망이질만 하더라구요.
안되겠다 싶어서 말했습니다. “그냥 나 줘. 내가 하는게 나을 것 같아.” 미안해하는 남편의 손에서 우머나이저를 빼앗아 제 몸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그런데 저도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구요. 제 몸에 사용하는데도 정확한 스팟에 입구를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아마 제가 이런 기구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겠죠.
그렇게 ‘대단히 이성적으로’ 클리토리스를 찾아 헤매던 어느 순간, 다시 한 번 저도 모르게 온 몸에 전기가 오는 것을 느꼈고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남편이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이불을 뒤집어써버렸어요. 그 이후로 몇 초 정도 클리토리스에 자극이 계속 되었는데, 무섭다는 생각에 우머나이저를 뗄 수밖에 없었어요. 두렵다는 게 아니라, 이 이상 사용하면 정말 남편 앞에서 비명(!)을 질러버릴 것 같아서 안되겠더라구요. 사용하기 전에 남편이 웃으면서 “이거 제대로 쓰면 1분을 절대 못 넘기고 오르가즘을 느낀다던데?”라는 말을 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가 되더라구요. 1분은 무슨. 저는 10초도 못 견딜 것 같았어요.
어땠냐고 묻는 남편에게는 그냥 많이 간지러웠고 생각보다 괜찮다고만 말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다시 한 번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꼭이요.

우머나이저를 사용해보고 생각했어요. 남편과의 섹스를 “뜨거운 섹스”라고 표현한다면, 우머나이져는 “차가운 섹스”를 경험하는 느낌이었죠. 어느 쪽이 좋냐면 물론 직접 사랑을 나누는 쪽이고 둘은 비교 대상조차 아니라고 단언하겠지만, 단순히 “쾌감”의 측면에서만 따지자면 솔직히 우머나이저를 제대로 사용했을 때 이쪽이 훨씬 클 거라는 생각이에요.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쾌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용시에 단계를 높이면 소음이 발생하는데, 이게 어쩔 수 없는 소음이긴 하겠지만 그 소리가 너무 기계적이어서 다소 불쾌한 느낌도 들고 거북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클리토리스에 흡착 부분을 정확히 맞추기가 은근히 까다로웠어요.

무엇보다도 저처럼 자위 경험이 없는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분명히 너무 기분이 좋고 몸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구에 의해서 그렇게 되어버리는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마치 기계에게 잡아먹히는 느낌이랄까요? 자위를 자주 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누구나 처음엔 그렇지만 몇 번 하면서 익숙해지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자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는 하더군요.

그래도 진동식 자위기구에 불쾌함을 느꼈던 제가 우머나이저로 오르가즘을 느꼈다는 것은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아직 부담스러워서 저 녀석을 언제 또 꺼내게 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제가 지난 번에 제대로 써보지 못한 한풀이(?)를 혼자 있을 때 아주 제대로 해보려 한다는 사실이에요. 물론 남편에겐 절.대.비.밀.

P.S. 여러가지 이유로, 우머나이저는 절대로 절대로 꼭 꼭 혼자서만 사용하세요…!

플로니
즐거움을 찾는 행복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