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세어(CORSAIR). 날렵하면서도 강인함이 묻어난다. 이름부터 기깔난다. 아마 1990~200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단 하나의 게임을 떠올릴 거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이 회사 이름은 스타크래프트 속 유닛과 같다. 그래서일까. 커세어라는 회사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게임이 연상된다. 재밌게도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 또 게이밍 기기다. 커세어는 메모리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현재는 게이밍 브랜드로 더 친숙하다. 헤드셋, 키보드, 마우스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계식 키보드는 일품으로 손꼽힌다.


성능 면에선 누구 하나 손가락질 못 한다. 체리 사와 함께 ‘체리 MX RGB 스위치’를 개발한 기업이며 적축의 대명사로 불린다. RGB 기계식 키보드 시장의 포문을 열어젖힌 게 이들이며, 체리사 스위치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기도 하다.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특유의 조명과 심플하면서도 멋스러운 로고는 ‘커세어 감성’이란 단어까지 만들어냈다. 물론 그 감성 값이란 게 워낙 비싼 탓에 허세어라고 불리긴 하지만.


K70 LUX RED

당신이 게이밍 룸을 구성한다면 반드시 리스트에 넣어야 할 녀석이다. K70 시리즈는 커세어를 대표하는 라인업답게 기본기가 탄탄하며 화려하다. 특히 광량이 개선된 LUX 모델은 더욱 강렬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붉게 빛나는 영롱한 LED를 보고 있노라면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듯한 기분이다. 비주얼만 화려한 게 아니다. M16 들던 두 손에 기관단총이 쥐어진 느낌이랄까. 알루미늄으로 갑옷을 입은 육중한 보디, 그러면서 체리 MX 적축 스위치의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니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반응 속도는 한마디로 ‘닿는 즉시’다. 적축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반발력 높은 손맛은 누르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프로게이머들만 좋은 키보드 쓰란 법 없다. 똥손들을 위한 온갖 기능도 갖췄다. FPS 게이밍 전용 WASD 키캡으로 손가락 미끄러짐을 잡아준다. 매트하고 거친 키캡 표면은 손끝 감각만으로 키 위치를 감지하게 해준다. 바쁜 전장에선 다른 곳 쳐다볼 여유가 없다. 당신은 오로지 화면에만 집중하면 된다. WASD를 그저 손끝으로 느끼며.


윈도 키 잠금 기능은 불의의 사고를 막아준다. 우리 같은 똥손들은 대개 눈앞에 나타난 적에 온몸으로 반응하곤 한다. 당황한 나머지 마우스 든 손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왼손은 무슨 버튼을 누르는지도 모른 채 애꿎은 키캡만 연타한다. 그러다 실수로 윈도 키 버튼이라도 누르는 날이면… 게임으로 돌아 돌아왔을 때 반기는 건 You Die뿐. K70 LUX를 들이면 윈도 화면으로 돌아갈 일이 없다. 게임은 장비발이 아니라고? 모르는 소리. K70 LUX와 함께라면 적어도 총알 한 방은 날리고 전사할걸.


K63 WIRELESS RED

K70이 육중하면서도 재빠른 적토마의 느낌이라면 K63은 소닉을 연상케 한다. 푸른 빛이 인상적인 이 녀석은 소닉처럼 작고 날쌔다. 작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그 속엔 K70과 같은 체리 MX 적축 스위치를 품었다. 닿는 즉시 반응하는 미친 속도를 보여준다. 탄력적인 반발력도 K70과 같다. 통통 튀어 오르는 맛이 일품이다


텐키를 덜어내 몸집이 줄어든 K63은 장소를 가리지도 않는다. 콤팩트한 크기 덕분에 어디든 올려놓기 쉽다. 그곳이 어디든 앉은 자리를 게이밍 룸으로 탈바꿈시킨다. 유무선 연결을 모두 지원해 키보드 배치는 한결 자유롭다. 딜레이는 걱정할 거 없다. 2.4Ghz로 연결하는데 반응 속도는 1ms를 보여준다.


K70처럼 부가 기능도 놓치지 않았다. 윈도 키 잠금 기능은 혹시 모를 실수를 막아준다. 멀티미디어 컨트롤 키는 게임에만 집중하게 돕는다. 전용 버튼으로 음악을 켜고 끄고, 다음 곡으로 넘기고, 음소거할 수 있다. 바탕화면으로 나갈 일이 없어 집중도가 높아진다. 아쉽게도 휠을 돌려 볼륨을 조절하는 스크롤 키는 빠졌지만, 기본은 잘 갖췄다.

작은 만큼 허약하지 않겠냐고? K63을 두고 괜히 소닉이라 칭한 게 아니다. 이 녀석은 정말 지치지 않고 달린다. 15시간 연속해서 달려도 끄떡없다. LED를 끄면 25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 25시간 동안 쉼 없이 게임만 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아마도 K63이 먼저 지칠 일은 없을 거다.


K70 LUX RED와 K63 WIRELESS RED는 커세어 키보드의 진가를 맛볼 수 있는 제품이다. 커세어 치고는(?) 그리 부담스러운 값이 아니라는 점도 매력이다. K70 LUX RED는 17만5천원, K63 WIRELESS RED는 15만9천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커세어 ‘치고는’이다.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감성 값이라 생각하자. 탁월한 성능에 아우라 넘치는 RGB LED 감성. 커부심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니까.

게이머 아니어도 탐낼 만한 키보드
이유혁
도전하는 사람들과 도전적인 아이템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