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기가 다가오니 결혼한 친구들이 속속 생긴다. 언젠가부터 모임에 나가면 화젯거리는 당연하듯 혼수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건조기하고 에어프라이는 꼭 사라고. 가사노동이 사라져 삶의 질이 높아진다나 뭐라나. 오늘은 이 ‘혼수 잔소리’에 나도 한마디 보태려 한다. 삶의 질을 바꾸는 게 하나 더 있다고. 건조와 다림질을 동시에 해주는 ‘루프트 아이언‘이다.


내 주말 저녁은 늘 다림질과의 전쟁이었다. 셔츠 너덧 개 다리느라 진땀 빼는 일도 어느덧 일상. 루프트 아이언을 들여놓고는 주말 풍경이 달라졌다. 갓 세탁한 셔츠를 걸고 전원을 켜고, 15분을 기다리면 건조와 다림질이 끝났다. 나머지는 온전히 휴식의 시간. 그렇지.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지.


건조와 다림질을 버튼 하나로

루프트 아이언(LUFT IRON), ‘공기 다리미’란 뜻의 독일어다. 독일에서 개발된 것으로, 와디즈를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이름 그대로 공기로 옷을 다려준다.


공기로 무슨 다림질을 하느냐고? 빵빵한 에어백으로 옷을 팽창시켜 주름진 부분을 펴준다. 70도 열풍으로 에어백을 펼치고, 에어백 사이사이 300개 구멍으로 바람을 내보내 건조까지 해준다. 센 바람은 아니고 은은한 산들바람이다.

의류 관리기 역할도 한다. 열풍으로 세균이 살 수 없는 온도와 습도를 만들고, 잡내를 잡는다. 한마디로 ‘1석 4조 의류 관리기’라고나 할까. 휠만 돌리면 작동하는 원터치 제품이라 복잡한 것도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별 1개짜리 난도를 가진 제품이다.


물론 설치법까지 별 1개 난도는 아니다. 루프트 아이언을 받으면 이런 구성품과 마주하게 된다. 흡사 이케아 조립식 가구를 접하는 기분이다. 이케아 가구처럼 설명서를 보고 하나하나 조립해야 하는데, 설명서는 조금 부실한 편이다. 2D 이미지와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휠 한 번 돌리고, 여유 즐기기

설치까지 끝냈다면 큰 산은 넘은 거다. 나머지는 별것 없다. 상의를 다리고 싶을 땐 상의 전용 에어백을 끼우고, 하의를 다리고 싶을 땐 하의 전용 에어백을 끼운다. 그다음 에어백 모양에 맞춰 옷을 끼우고 밀착하고, 휠을 돌려 작동시키면 된다. 타이머 기능도 있다. 30분부터 180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루프트 아이언이 열일 하는 시간이다. 에어백과 300개의 바람구멍이 풀가동한다. 빵빵하게 부푼 에어백과 70도 열풍으로 은근하게 옷을 말리고, 동시에 주름을 편다. 다림질로 진땀 뺐던 지난날도 이제는 안녕. 커피 한 잔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우리는 여유를 즐기며 기다리면 끝이다. 여러 벌을 말리고, 다림질한다면 중간중간 옷만 바꿔주면 그만이다.


상의나 하의 한 벌을 건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30분 사이다. 물론 옷의 두께에 따라 시간은 달라진다. 얕은 두께의 옷은 15분 내외로 해결된다. 두꺼운 겨울옷은 30분은 작동시켜야 뽀송뽀송함이 느껴진다.


큰 주름을 반듯하게

Before
After

15분 정도 돌리고 나면 반듯이 펴진 옷을 마주하게 된다.


Before
After

다림질 효과는 젖은 옷이나 갓 세탁을 마친 옷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구겨진 옷이 그대로 마르기 전 에어백으로 팽팽하게 펴서 빠르게 말리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말린 옷보다는 세탁기에서 꺼내자마자 사용하는 게 좋다.


구석구석 잔주름까지는 펴주지 못한다

말린 옷도 큰 주름은 잘 펴지는 편이다. 하지만 깊게 새겨진 주름까지 펴는 건 어렵다. 셔츠 깃, 소매 끝, 몸통 밑단, 겨드랑이 사이 등 구석구석 잔주름까지 말끔하게 펴지도 못한다. 에어백과 밀착되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부분만 다림질한 효과가 있다. 참고로 어깨 뿔을 누르는 데도 효과적이다. 세탁한 옷을 옷걸이에 널어 건조하면 어깨 뿔이 생기곤 한다. 루프트 아이언은 이런 뾰루지 같은 부분도 깨끗하게 없애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풀 먹인 듯한 칼 주름을 원한다면 이걸로는 불가능하다. 쭈글쭈글한 옷을 입고 다니기 무난한 정도로만 다려준다. 생각해 보면 굳이 칼 주름 잡고 다닐 필요도 없지 않나. 군대도 아니고.


햇볕에 말린 듯 뽀송뽀송

개인적으로 다림질보다는 건조 기능에 한 표 더 주고 싶다. 루프트 아이언은 햇볕에서 자연 건조한 듯한 뽀송함을 선사한다. 세탁소에 옷 맡겼을 때 나는 특유의 냄새도 풍긴다. 아주 잘 말린 섬유 냄새, 건조기에서 막 꺼낸 섬유 냄새라고 할까. 물론 고열의 바람을 수십 분 동안 뿌려주는 건조기와는 다르다. 은근한 열풍으로 건조해 주기에 옷감 손상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섬유 탈취제 뿌린 옷을 말린다면 은은한 향마저 내뿜는다. 자꾸자꾸 옷을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싶게 한다. 향기가 너무 좋아 코를 박고 킁킁대는 건 흔한 일.

모든 빨랫감을 다 이 녀석으로 건조할 순 없을 테지만, 두꺼워서 잘 안 마르는 옷이라든지, 주요한 몇 벌만 잘 말리면 실내 건조할 때 생기는 구린 냄새도 제법 줄어든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급하게 옷을 말려야 하는 순간에 기가 막히게 쓰인다는 거다. 실내 건조를 하다 보면 전날 빨래한 옷이 마르지 않을 때가 있다. 보통은 드라이기를 갖다 대고 한없이 흔들어 재끼곤 한다. 그러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면 손과 마음이 급해진다. 루프트 아이언이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 젖은 옷을 걸치고, 휠을 돌려 작동시키고, 마저 하던 머리 손질을 마무리하면 된다. 출근 준비가 한결 여유로워진다.


스타일러 없이도 쾌적하게

주부인 내 친구들은 요새 스타일러에 푹 빠졌다. 코트나 패딩, 그리고 스웨터, 니트 같은 거. 자주 빨 순 없지만 입던 거 또 입기엔 찝찝한 옷들. 스타일러만 있으면 매일매일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고 호들갑이다. 안 그래도 사고 싶은 아이템이 한둘이 아닌지라, 내 경우 100만원을 호가하는 스타일러엔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게는 루프트 아이언이 있다(!)


탈취와 살균 효과도 있기에 이 녀석은 스타일러 대용으로 쓰기도 좋다. 스타일러의 에어워시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비슷한 느낌은 준다. 니트나 스웨터에 섬유 탈취제를 흠뻑 뿌리고, 루프트 아이언으로 건조하면 ‘입던 옷을 또 입는 찝찝함’이 사라진다. 흡사 드라이클리닝 하거나 스타일러로 관리한 듯한 느낌이다. 솔직히 이 역할 하나만으로도 돈값은 한다. 10만원대 초반으로 스타일러를 들여놓은 기분을 주니까.

조금 귀찮긴 하지만, 코트도 관리할 수 있다. 섬유 린스와 물을 적당량 섞어주고 코트 위에 뿌려가며 건조하면 된다. 10분 정도 옷솔로 쓱쓱 빗겨주면 찝찝했던 코트가 제법 쾌적하게 탈바꿈한다(내 경우엔 귀찮음 탓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겼지만).


내의부터 바지까지

루프트 아이언은 웬만한 옷은 커버한다. 셔츠, 티셔츠, 바지, 반바지, 스커트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사이즈가 큰 옷도 문제없다. 측면에 달린 지퍼로 에어백 사이즈를 키울 수 있다. 캐리어 용량 확장되듯 에어백이 커진다.

두께도 가리지 않는다. 두꺼운 재질의 티셔츠를 건조한다면 20~30분 넉넉히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얇은 티셔츠는 15분 정도면 건조와 다림질이 끝난다.


내부 지지대를 늘리면 원피스 같은 길쭉한 옷도 건조할 수 있다. 단 지지대가 길어지면 에어백을 쓸 수 없어서 공기 다림질은 불가능하다.


완벽한 2 in 1은 아니지만

세밀한 주름 관리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제품이다. 건조 기능 또한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다. 목 입구나 반팔 소매 끝 부분은 바람이 잘 닿지 않는다. 그 탓에 몸통은 말랐는데, 일부가 촉촉하게 젖는 일도 있다. 건조해서 바로 옷장에 보관하기보다 젖은 일부를 말리기 위해 옷걸이에 잠시 걸어둬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마른 옷 다림질은 10분이면 되지만, 젖은 옷을 건조하고 다린다면 1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에 꼭 필요한 옷 몇 벌만 사용하게 된다. 이것도 단점이라면 단점. 참고로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평이 있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60dB70dB 정도로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와 비슷하다. 진동은 살짝 있지만, 층간소음 방지 매트로 해결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완벽한 2 in 1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지만, 솔직히 이 정도 효과만 내어줘도 쓸 만하다고는 본다. 어쨌든 건조와 다림질 효과를 동시에 내는 건 이 녀석 말고는 없을 테니까.


일요일 저녁.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넌다. 빨랫감 중 다음 주에 입을 셔츠와 티셔츠 몇 벌을 고른 다음 루프트 아이언을 켠다. 건조와 다림질이 진행되는 동안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30~40분 정도 옷을 갈아 끼우며 말리면 뽀송뽀송한 셔츠가 내 앞에 놓인다.

요즘의 주말 풍경은 이렇다. 지긋지긋한 다림질에서 벗어나니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실내 건조할 때 풍기는 꼬릿한 냄새가 사라지니 이렇게 행복하다. 스타일러가 부럽지 않다. 거기다 다림질도 해준다. 혼자 사는 나도 이렇게 좋은데, 주부들은 오죽할까.

총점
주말의 1분은 황금보다 소중하니까
이유혁
도전하는 사람들과 도전적인 아이템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