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01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 애늙은이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지닌 어른을 말한다. 주변에 키덜트는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장난감을 가지지 못했지만 경제력이 생긴 어른이 되어 장난감을 사는 부류와 어린 시절부터 장난감이 풍족해 어른이 돼서도 장난감 구매를 멈추지 않는 부류. 출발점은 달랐지만 현재는 유사한 모습의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거나 혹은 무시할 수 있는 ‘2015 키덜트 엑스포’가 열렸다. 관심을 가질 만 하거나, 무시할 만 한 이유가 된 결정적인 3가지 풍경을 담아왔다.

 

1. 5760개의 스톰트루퍼
키덜트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키덜트의 영원한 테마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와 키덜트의 평생 동반자, 레고다. 이런 전시의 경우, 보통 주인공 격인 작품이 있기 마련인데 자잘한 블록 크기 때문인지 몰라도 레고는 보통 조연에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이번 2015 키덜트 엑스포의 주인공은 당당히 레고가 차지했다. 스타워즈를 만나서인지도 모르겠다. 키덜트의 두 키워드가 만나 시너지를 이룬 셈이다.

레고01

그 시너지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6’에 나왔던 황제의 시찰 장면을 레고로 제연했다. 무려 5760개의 스톰트루퍼가 동원된 국내 최대 규모의 디오라마다.

레고02

저 멀리 황제를 맞이한 ‘다스베이더’의 뒤통수가 보인다. 그 뒤에 세워진 황제의 ‘임페리얼 셔틀’이 중심을 잡는다.

레고03

레고04

뭐니뭐니해도 제국군의 사열이 디오라마의 핵심. 오와 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브릭 뮤지엄(Brick Museum)’과 ‘김영재 작가’의 수고가 느껴진다.

레고05

레고의 향연은 스타워즈 황제의 시찰에서 끝나지 않는다. 5760개의 스톰트루퍼를 필두로 주변에 다양한 디오라마가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타워즈가 아니더라도 레고는 2015 키덜트 엑스포의 주인공이다.

 

2. 어벤져스2 히어로즈는 어디에?
레고가 주인공 자리를 꿰차면서 키덜트 엑스포의 단골이었던 어벤져스 히어로즈들은 살짝 움츠러든 모습이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여전한 존재감을 발하지만 한자리에 모여있는 것보단 포스가 부족해 보인다. 특히 어벤져스2 개봉을 한달 앞두고 있어 ‘퀵 실버’나 ‘스칼렛 위치’같은 새로운 캐릭터의 피규어를 기대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 확인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

어벤져스01

무대인 듯, 무대 아닌, 무대 같은 장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만 쓸쓸히 적혀있다. 펩시 자판기를 향해 손을 뻗친 아이언맨의 분노가 느껴진다.

어벤져스02

작년 2014 키덜트 페어에서는 주인공 중 맨 중앙에 자리 잡았던 헐크는 아예 안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입구에서 관람객을 향해 화를 내고 있다.

어벤져스03

들어가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캡틴 아메리카’의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XL 1200 나잇스터’가 세워져 있는데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알아챘을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건 맞지만 이 모델을 탄 적은 없다. ‘퍼스트 어벤져’에서는 2차 대전 군용 오토바이를, ‘어벤져스1’에서는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FLS 슬림’을, ‘윈터 솔져’에서는 ‘할리-데이비슨 브레이크아웃’과 ‘할리-데이비슨 스트릿’을 탄다. 어벤져스2에서는 ‘라이브 와이어’라는 할리-데이비슨의 차세대 전기 오토바이를 탈 예정이다. 피규어만한 디테일은 아니다.

어벤져스04

다음은 아이언맨 스마트카. 문이 잠겨있어 내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콘셉트가 아이언맨 슈트 색상이다. 그뿐이다. 벤츠 스마트가 아니라 차라리 아우디 R8이었으면 어땠을까?

어벤져스05

유일하게 어벤져스2와 관련 있는 피규어 발견! 아이언맨 헐크버스터로 이성을 잃고 피아식별이 안된 상태일 때 헐크와 대적하기 위한 아이언맨의 대책이다. 어벤져스2 예고편을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기대되는 장면일 것이다. 아쉬운 것은 피규어의 디테일. 핫토이의 제품은 아니다.

어벤져스06

아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지 않은 아이언맨 ‘마크 39’. 우주에서 기동이 가능한 슈트다. 어벤져스1에서 잠깐 우주로 갔다 죽을 뻔한 기억 때문에 ‘토니 스타크’가 만든 게 아닐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와 연결되는 슈트라는 루머가 있다.

어벤져스07

마찬가지로 낯선 모습. 토르의 투구다. 토르는 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는 캐릭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마블 코믹스에서 토르는 이런 투구를 쓰고 다닌다.

어벤져스08

이것이 마블 코믹스에서 어벤져스 히어로즈의 모습이다.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에서도 이런 모습으로 나왔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중앙에서 야비하게 웃고 있는 녀석이 마블 최강의 빌런, ‘타노스’다. 몇몇 쿠키영상에서 등장한 적이 있는데 어벤져스3에서 히어로즈를 괴롭힐 예정이다.

2015 키덜트 엑스포를 포함해 이전부터 관련 전시에서 느껴지는 작은 불만 중 하나는 마블과 DC가 전혀 구분이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마블과 DC가 한데 뒤섞여 있고 갑자기 피부가 벗겨진 터미네이터가 등장한다. 다음 전시에서는 좀 더 친절해지길 기대해본다.

 

3. 이제는 좀 지겨운 로보트태권V
국산 키덜트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로보트태권V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로보트태권V를 추억하기에는 이제 좀 지겨운 게 사실이다. 국산 키덜트라면 로보트태권V 밖에 없는 건 가슴 아프다.

태권브이01

오래된 건지, 오래돼 보이는 건지, 나무로 만든 로보트태권V가 서있다. 배경으로 로보트태권V의 아버지인 김청기 감독이 선보인 수묵담채화 작품이 걸려있다. 조선시대와 로보트태권V의 만남. 재미와 위트는 느껴지지만 키덜트 문화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태권브이02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북이 된 듯한 로보트태권V 집합. 근데 저 불꽃 바지는 ‘철권’의 ‘진 카자마’ 코스튬 같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태권브이03

볼 때 마다 겨우 인공호흡기를 대고 있는 것 같아 애잔하지만 다른 대체 국산 키덜트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키덜트 관련 전시의 3인방을 꼽는다면 레고와 피규어 그리고 건담이다. 이번 2015 키덜트 엑스포에는 ‘반다이’가 참여하지 않아 건담은 보이지 않았다. 언뜻 앙꼬 없는 찐빵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2015 키덜트 엑스포는 키덜트 라이프스타일 페어를 표방한다고 한다. 키덜트 마니아만의 잔치라기 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그만큼 키덜트 마니아가 구경할 거리가 부족한 건 아쉽지만 가족, 특히 아이들은 좋아할 것이다. 체험존과 먹거리가 다른 전시와 달리 풍성한 편이다. 2015 키덜트 엑스포는 오는 3월 29일 일요일까지 양재 aT센터에서 열린다.

 

주말에도 바쁘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2015 키덜트 엑스포 현장 스케치입니다. 45초 동안 둘러보세요.

※ 멀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