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저는 금연할 생각이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못 끊어서 피우는 게 아니라 좋아서 피우는 거니까요. 흡연자라기보다 애연가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네요. 물론 마흔 살이나 쉰 살이나… 적당한 시기가 오면 끊을 것으로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내 욕망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자신감도 있고요. 꽤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죠.

‘내가 정말로 금연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습관적으로 연초에 손을 대던 와중에 문득 떠올랐는데요. 그래서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새해도 다가왔겠다, 시기도 참 좋았죠. 그렇게 저는 회사에 잔뜩 쌓인 ‘비타본’이란 녀석을 주섬주섬 챙겨 봤습니다.



피우는 비타민? 비타본 시리즈

비타본 시리즈는 ‘피우는 비타민’이란 콘셉트의 금연 보조 도구입니다. 일본 시장을 점령한 한국 스타트업, 비타본(VITABON)에서 출시한 것으로 유명하죠. 비타민 A, 비타민 B1, 비타민 C, 비타민 E, 항산화 성분 CoQ10(코엔자임큐텐), 여기에 저함량 니코틴이 담긴 담배 대체재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니코틴 0.001%의 ‘비타본 센스’, 0.01%의 ‘비타본 오리지널’과 ‘메디’, 0.9%의 ‘비타본 어택’으로 라인업이 갖춰져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CSV(Closed System Vaporizer)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량은 1% 언저리인데요. 비타본 어택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CSV 대비 1/100~1/1000 수준의 니코틴이 들어 있습니다. 니코틴이 아주 극소량 포함되었기에 담배 대체재로 활용하기 좋은데요.


제품에 따라 비타민 함유량은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주로 써본 비타본 메디는 비타민 A 1 IU(=0.3mcg), 비타민 B1 100mcg, 비타민 C 100mcg, 비타민 E 1 IU(=0.45mg), CoQ10 4mcg이 포함된 제품인데요. 여기에 프로폴리스 2,000mcg, 페퍼민트 500mcg이 더해졌다고 하죠. 그래서 얼마나 많이 들어간 거냐고요?

인터넷을 조금 뒤져봤습니다. 각종 영양 성분이 포함됐다고는 하나, 일일 섭취량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더군요. 영양제의 기능을 제대로 할지는 솔직히 알 길이 없는데요. 프로폴리스의 효능으로 항생제와 항균 작용, 면역력 향상, 혈당과 혈압 조절, 입 냄새 제거, 잇몸 강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거론되지만요. 역시나 그 모든 효과를 얻기에는 적은 함량입니다.


뭐… 이거 피운다고 없던 기운이 쑥쑥 솟아나거나, 면역력이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냥 니코틴 욕구를 잠재우고, 비타민과 영양 성분을 어느 정도 채운다는 느낌으로 사용해 보는 게 좋을 듯하네요. 특히 비타본 시리즈에는 타르를 포함한 유해물질이 아예 없다고 하죠. 0%라고 하니 적어도 담배보단 낫다는 생각으로 피우는 게 좋겠습니다.



풍성한 연무량이 돋보이는 비타본

제품 구성은 심플합니다. 박스를 열면, 원통형 케이스가 들어 있죠. 비타본 메디는 이 속에 있습니다. 플룸테크와 비슷한 얇디얇은 원형 막대기 디자인인데요. 크기는 가로 12㎝, 지름 0.9㎝, 무게는 27g입니다. 아주 얇고 가볍죠?

설명서 같은 건 없습니다. 복잡한 기능이 없고 사용법이 간단하기 때문인데요. 통에서 꺼내고, 피우고, 사용 후 버리면 그만입니다.

안에는 280mAh 배터리가 포함되어 있어요. 충전식은 아니고요. 일회용입니다. 액상은 충전 없이 500회까지 흡입할 수 있다는데요. 얼마나 깊게 흡입하느냐 따라 회수는 조금 달라집니다. 매번 깊게 많이 들이마시면 그만큼 회수가 줄어들죠.


흡연 시 하단에 불빛이 들어와서 작동되고 있음을 알려주는데요. 액상 소진 시에는 10회 깜빡입니다. 더는 연기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피우다 분리수거함에 버려주면 되죠.


며칠 피우면서 느낀 건 사용하기 정말 편하다는 거예요. 우선 크기가 작아서 보관이 쉬웠습니다. 가방이든 파우치든 주머니든 어디든 쏙 들어갔죠. 스테인리스 소재라 쉽게 부서지거나 망가지지도 않았습니다. 충전 없이 쓰다가 버리는 것도 편했는데요. 물론 왠지 모를 죄책감은 덤으로 느껴졌죠. 자연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 소재인 데다가, 2~3일에 하나꼴로 버렸으니까요.


맛과 경험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타격감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비타본 메디는 니코틴 0.01% 제품으로 타격감은 없었습니다. 비타본 오리지날도 타격감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고요. 대신 연무량이 풍성해서 흡연했을 때와 유사한 경험을 주었죠. 벌꿀 향과 페퍼민트 향도 은은하게 느껴졌습니다.


가향 담배처럼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향은 아니었고요. 한방 의약품 향이 나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냄새를 맡아본 동료 에디터는 갑자기 시상이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짓더니, ‘시골집 장롱’이란 단어를 내뱉더군요.

좋게 말해 건강해질 듯한 풍미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건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이네요. 분명한 건 자꾸자꾸 맡고 싶은 그런 향은 아니었습니다. 프로폴리스도 들어 있고, 각종 비타민도 들어 있다고 하니, 담배보단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꾸준히 피웠습니다.


한편, 비타본 센스나 어택은 타격감을 살린 제품이라고 하는데요. 목을 치는 듯한 느낌을 조금 선호한다면 이 제품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흡연 욕구을 통제할 수 있을까?

13년 차 애연가는 과연 이걸로 금연할 수 있을까요? 어떤 제품인지 파악했다면 이제 시험대에 올려볼 차례죠. 이틀 동안 담배 대체재로 비타본 메디를 써봤습니다. 흡연 욕구가 가장 심한 네 가지 상황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을지도 도전해 봤죠.


참을 수 없는 유혹, 그것은 식후땡

개인적으로 흡연욕이 극심할 때는 밥 먹은 직후입니다. 역시나 비타본 메디로는 충족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피우면서도 목을 치고 넘어가는 연초의 유혹에 가장 많이 시달렸죠.

그나마 다행인 건 비타본 메디가 연초에 버금가는 연무량을 보여줬다는 건데요. 흡연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위안 삼았습니다. 한 가지 좋았던 건 페퍼민트 향 덕분인지 사용 후 입안이 상쾌해졌다는 거예요. 연초 특유의 텁텁함을 느끼지 않고도 흡연욕을 살짝이나마 채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하는 중간중간

일하는 중간중간 우리는 적게든 크게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때마다 강해지는 게 흡연 욕구인데요. 비타본 메디로 만족스럽게 해결되진 않았지만요. 그럼에도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이 녀석으로 흡연욕을 대강 잠재운 뒤 집중해서 일하면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더군요. 달콤한 듯하면서 상쾌한 향이 엔도르핀을 돌게 해 스트레스를 줄여주진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효과는 없었습니다.


게임 한 판 전후

담배를 가장 자주 피우는 상황이 술자리 또는 게임을 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보통 게임 시작하기 전에 한 대 피우고요. 게임이 끝나고 다음 게임을 기다리며 한 대 피우죠. 100이면 100 공감할 거예요.

그런데 이게 습관성 흡연인 경우가 많아요. 보통 게임 시작 전후로 몇 분씩 대기하는데요. 그 시간을 때우고자 습관적으로 흡연하는 거죠. 몸에서 니코틴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비타본 메디는 이런 습관성 흡연을 잡는 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풍성한 연무량으로 담배 피우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주기에 불필요한 흡연을 막을 수 있었죠. 연초의 유혹도 덜 느꼈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술 마시며

담배는 피우지만, 술은 아예 먹지 않는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어요. 제게도 ‘안 좋은 건 하나만 해야 한다’는 삶의 철칙이란 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때보다, 술 마실 때 흡연 욕구가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몸소 체험해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반 잔을 비우니 담배 한 대가 눈에서 아른거렸습니다. 맥주 한 잔에 연초 한 모금이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을 텐데…

유혹을 참고 비타본 메디를 손에 들었습니다. 특유의 향, 풍성한 연무량… 아!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이 헛헛한 기분은 뭘까요. 역시 담배를 끊으려면 술도 끊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거면 정말 금연할 수 있을까요? 이제 결론을 정리할 차례군요. 사실대로 말하면 저는 다시 연초를 피우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비타본 메디가 흡연 보조 도구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제게 금연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죠. 흡연자들은 공감할 겁니다. 세상 그 어떤 금연 보조 도구를 들이밀어도 애초에 의지가 없다면 절대 금연할 수 없다는 사실을요. 그만큼 의지는 금연의 필수 요소인데요. 금연을 두고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는 말도 하잖아요.


저는 애연가이고, 당장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기에 비타본 메디를 사용한 후에도 연초를 피웁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언젠가는 담배를 끊을 생각이고요. 그때는 망설임 없이 비타본과 함께 할 것 같다는 거죠.

부족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흡연 욕구를 잠재워 주고요. 각종 비타민과 건강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장점도 있죠. 타르를 포함한 유해 물질도 전혀 없는데다가 특유의 향으로 색다른 흡연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요. 담배 찌든 냄새로부터 해방시켜 주기까지 하니까요. 이 정도면 금연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총점
금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지입니다.
이유혁
도전하는 사람들과 도전적인 아이템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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