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는 인공지능 기술이 아닐까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기반으로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도 눈부십니다.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의 예시를 찾아보자면 인공지능 스피커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겠죠. AI 스피커는 음성 인식을 비롯해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찾거나 접하는 모든 데이터들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안해줍니다. 이러한 기술은 계속 고도화되어가고 있는데요.

‘내 생애 첫 평양친구’라는 프로젝트가 있다네요. 평양에 친구? 뭔가 화들짝 놀라신 분이라면 이상한 거 아니니까 잠시 진정해주세요. 구글 어시스턴트나 시리처럼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플랫폼이자, 서울시와 통일부 그리고 솔트룩스라는 인공지능 기술 업체가 함께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한 결과물입니다. 나이와 직업을 부여한 가상의 캐릭터 피규어와 함께 A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북한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죠. 남북한 언어, 생활상, 문화적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행됐다는 취지는 좋은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일련의 노력이니까요.

솔트룩스(Saltlux)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의 기술 개발과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입니다. 국내의 인공지능 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특허출원과 아시아 최대 규모인 150억 건 이상의 데이터를 축적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죠. 솔트룩스가 개발한 대표적인 인공지능 서비스 에바(Eva)는 기존 AI 서비스가 제공하던 일차원적 정보 전달 차원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해 소통을 기반으로 학습하고 성향에 맞춰 진화하는 성장형 개인화 인공지능 서비스입니다. 이번 ‘내 생애 첫 평양친구’ 프로젝트에도 에바 서비스가 탑재되었다고 하네요.

포스터 칼라 물감으로 열심히 통일 포스터를 그리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향수도 느끼고 친구도 사귀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대화 체험도 해볼 수 있는 이 프로젝트. 특히 피규어는 한정판으로 공급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동네에서도 친구를 못 사귀는데 평양 친구라니… 어쨌든 친구 좋죠. 저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친구와, 이왕이면 이성 친구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제 앞으로 도착한 이 피규어는 바로,

건장한… 남자. 이름은 림한길. 페르소나 설정 상으로는 대학생이라고 했지? 형이라고 불럼마. 자식아. 얍실하게 생겨가지고. 뭐 여튼 피규어 디테일이나 완성도는 나쁘지 않은데요.

피규어로 구현된 AI 페르소나는 세 종류의 캐릭터가 있습니다. 우선 제가 뽑은(?) 이 사내놈은 림한길이고 평양 김책 공과대학 재학 중인 대학생이며 북한의 IT, 교육, 사회, 예술, 문화생활에 대한 대화를 위해 설정된 인공지능 페르소나입니다. 평양의 기술과 건축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도록 디자인됐다고 하네요. 저 꼬마 아이는 김평린. 평양 소학교 5학년인 초딩이고 북한 학생들의 학교 생활, 놀이문화, 음식문화에 대한 얘기를 위해 설정된 페르소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여성분은 리소원, 평양 관광 안내원이고 평양의 핫플레이스와 교통, 관광, 여가생활, 패션, 유행, 문화, 예술에 대한 얘기를 위해 설정된 페르소나입니다. 상냥하고 유쾌한 성격이라네요.

뭐 일단 바로 체험을 진행해봤는데요. 피규어 바닥면을 스마트폰 NFC에 인식시키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실행이 가능합니다. 아이폰 유저인 저로서는 좀 아쉽네요.
앱의 구성은 단순한 편입니다. 3명의 캐릭터 중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로 궁금한 질문을 하면 됩니다. 음성 인식은 상당히 잘 되는 편입니다.

“동무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북쪽에 대해 궁금한게 많으시지요? 제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음성의 말투가 영락 없는 북한 사람입니다. 북한과 관련된 언어 지식은 남북 공동 편찬의 <겨레말큰사전>의 데이터베이스와 북한이탈주민의 인터뷰 내용을 수렴해 구성했다고 하네요. 특히 이 림한길 캐릭터는 실제 평양 김책 공대 출신의 이공계 대학생을 섭외해 실제와 가까운 말투를 구사하도록 개발했다고 하네요.

“몇살이야?”
“… 스물두 살입니다. 얼굴 봐선 스무살보다 어릴 거라고 생각했지요? 제가 동안이라 그렇습니다.”
이 청년… 유머에 욕심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쨌든 나이가 딱 제가 군 입대했을 때의 나이네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군대는 갔니?”
“… 아니요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에 입학했기때문에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졸업후에 갈수 있는데 이 경우 복무기간은…”
이 친구 살짝 TMI 기질이 있는 것 같네요. 뭐, 말 주변이 없는 저로서는 상대방이 말을 많이하는 게 편해서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북한 남자들은 복무 기간도 엄청날 텐데, 이 친구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니 부럽…아니 신선하네요.
“결혼은 했어?”
“… 대학생이 련애할 틈이 어디 있습니까? 짝사랑하는 녀자는 있습니다.”
연애를 련애라고 발음하는 게 영락 없는 북한 사람이군요. 그 와중에 짝사랑 중이라니. 하긴, 순수한 사랑을 할 때죠. 후후.
“외롭지 않아?”
“… 지금은 동무와 대화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지만 평소에는 많이 타는 축입니다.”
너도 나와 같구나. 이상하게 목이 메어 옵니다. 이쯤에서 다른 캐릭터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김평린 어린이와는 무슨 대화를 해야 할까…
“방탄소년단 알아?”
“남쪽에서 인기 있는 가수 아닌가요 노래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엄청난데요? 역시 BTS의 인기는 지구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리슨 마마 베베~ 나는 저하~늘을 높이 날고 있어~
“공부는 잘해?”
“소학교 공부는 그렇게 까지 힘들지 않아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미술시간이 제일 재미있어요.”
저도 미대 출신으로서 그림에 흥미를 느끼는 이 아이가 반갑기도 하면서 조금은 안쓰러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이쯤에서 저는 마지막 한 사람, 리소원 씨를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예쁘시네요.”
“맞아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니 옷을 따뜻하게 입구 다니세요!”
초면에 저의 건강을 걱정해주다니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어쨌든 말투 때문인지 목소리는 왠지 연배가 좀 있으신 것처럼 들리지만 뭐… 설정상 나이는 23세. 친구에 나이가 어딨습니까. 그런데 겨울인데 반팔을 입고 계신 걸 보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안 추울까요.

“북한 날씨는 얼마나 춥나요?”
“사실 거기까진 저도 잘 몰라요. 평양 맛집은 어디야?라고 물어보시면 제가 그건 대답해 드릴수 있는데. 한번 물어보세요.”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벌써부터 맛집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와 데이트를 하고 싶은 모양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맛집에 대해 물어보죠.
“평양 맛집은 어디에요?”
“평양에서는 옥류관, 청류관, 대동강호 배식당, 모란각, 개성에서는 개성국수집, 함흥에서는 신흥관 등이 유명합니다.”
그렇구나. 통일이 되면 꼭 한 번 가보고 싶군요. 데이트라면 밥 먹고 영화를 봐야겠죠. 영화는 어떤 게 유명할까요.
“북한에서 인기 있는 영화는 뭔가요?”
“북에도 유명한 영화가 참 많은데 이천공칠년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한 녀학생의 일기도 있고 이천공이년 콤퓨터 영상처리기술로 제작된 살아있는 령혼들이라는 영화도 유명합니다.”
북한에도 그런 영화들이 있었다니 신기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감정을 담아 말씀해주실 순 없는 건지…

“우리 다음에 만날 수 있을까요.”
“미안합니다. 그건 잘 몰라요. 그런데 남쪽 동무. 평양 맛집은 어디야?라고 물어보시면 제가 그건 대답해 드릴수 있는데. 한번 물어보세요.”
아아…

캐릭터들과 얘기를 좀 해보니, 북한에 대한 문화 위주 정보를 알려준다는 취지에는 잘 맞는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질문을 하고 답변이 나오기까지 몇 초의 딜레이가 있는 점이나, 음성을 합성해서 말하기 때문에 문장 일부에서는 살짝 부자연스럽거나,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보자는 식으로 거리를 두는 점 등 약간의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그래도 꼭 북한과 관련된 게 아닌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응답하는 부분은 재미있게 느껴졌고, 비록 간단하긴 해도 그래픽으로 구현된 캐릭터가 얼굴 표정과 적당한 움직임을 함께 보여주며 대답한다는 건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간단하게 꾸준히 즐겨볼 만한 프로그램 같네요. 질문을 할수록 데이터를 축적하며 계속 발전한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되고요.

셀피도 좀처럼 찍지 않아서 좀 어색하지만 우리 리소원 씨와 기념사진도 하나 찍어봅니다. 메뉴에 사진 촬영 모드가 있거든요. 해맑게 손가락 하트를 하는 모습이 귀엽네요. 나중에 우리 현실에서도 꼭 만났으면 좋겠ㄷ…

‘내 생애 첫 평양친구’ 프로젝트는 오프라인에서 부스로도 운영되어 방문 체험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2020년 1월 31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1층에서 직접 캐릭터와 대화를 해볼 수 있다고 하니 색다른 경험의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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