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서 이길 수록 강해지는 사이어인 같은 기계식 키보드.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해서 많은 인기를 얻어 후속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키크론(Keychron)의 ‘K2’가 이제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K2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키보드였던 지난 K1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높이의 키캡에 화려한 LED와 듬직한 디자인을 갖춘 텐키리스 형태의 84키 무선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키크론 K2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습니다. 스위치에 따라 청축/갈축/적축, 그리고 LED에 따라 화이트 또는 RGB 버전, 두 가지 그레이 톤의 키캡, 블랙과 알루미늄의 프레임 컬러 등이 있죠. 제가 택한 키보드는 적축에 RGB LED가 내장된 버전입니다.

LED는 눈에 확 띌 정도로 화려하거나 하지 않고, 조용히 살짝쿵 분위기를 돋워주는 정도였습니다. 우측 최상단에 LED 키가 아예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FN키와 함께 켜고 끄거나 18가지의 여러 패턴 중에 쉽게 고를 수 있죠.

국내에 출시되는 만큼 한글 각인도 되어 있습니다. 폰트 크기가 앙증맞고 산세리프 모양으로 한층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키캡은 ABS로 만들어졌는데 번들거림이 심하지 않고 쉽게 닦여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편했습니다.

구성품으로는 키보드 본체와 리무버, USB-C 케이블, 그리고 윈도우용 키캡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충분히 혜자스럽지만 한 가지 작은 욕심이 생기는 게 있다면… 키보드 커버 하나쯤 들어있었다면 더할나위 없었을 것 같습니다.

게이트론 스위치를 탑재한 키크론 K2 적축의 타건감은 부드러우면서 깊숙하고 묵직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오른쪽 Shift키를 침범해 딱 붙어 있는 방향키들과 희한한 위치의 Del키, 일렬로 쭉 서 있는 Page Up/Down, Home, End 키에 대한 적응은 약간 필요했으나 제 경우는 적응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플랫한 키캡의 지난 버전 K1보다 타건하기 훨씬 편했고 타이핑하는 손맛이 좋아서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느낌이었죠.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사용하는 캡쳐키도 쏠쏠했습니다.

그러나 키의 전체적인 완성도만 보자면 기계식 키보드의 종결이라 일컬어지는 다른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2% 정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키에 따라 미세하게 짤깍인다거나 하는 등 균일한 느낌이 살짝 부족하죠. 그래도 키크론의 제품들은 키의 퀄리티 말고도 유/무선 전환 사용의 편리함, 윈도우/맥/iOS/안드로이드 사이의 완벽한 호환, 유용한 멀티미디어 키, 대용량 내장 배터리와 같이 사용성에서 무척 큰 만족감을 준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각 분야의 능력치가 전부 평균 수치 이상인 ‘올라운드형’이라 보면 맞을 것 같네요.

저는 숫자 키패드까지 전부 있는 풀 사이즈 키보드를 선호하긴 하지만 키크론 K2를 사용하면서 좁은 폭으로 마우스의 무빙을 더 수월하게 도와주는 텐키리스 키보드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컴팩트한 매력이 바로 이런 거죠.

왼쪽 측면에는 USB-C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와 배터리 LED 인디케이터, 윈도우와 맥 전환 스위치, 그리고 블루투스와 케이블을 전환할 수 있는 스위치가 정갈하게 들어있습니다.

테두리에 전체적으로 둘러져 있는 깔끔한 프레임은 엄지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K2에는 이전 모델과 달리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다리가 새로 생겼습니다. 쫀쫀하고 단단하게 흔들림 없이 본체를 고정해주죠.

키보드 자체의 높이가 높은 편이라 팜레스트 하나쯤 들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훨씬 손목이 편해집니다.

플랫 버전과는 다르게 K2에는 스텝 스컬쳐 2가 적용되어 키의 열에 따라 손가락의 이동이 자연스러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FN키와 1, 2, 3 숫자키로 최대 3개의 기기까지 블루투스 페어링 전환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합니다. 배터리는 4,000mAh 용량을 내장하고 있어서 아주 든든합니다. LED를 켜놓고 사용해도 10시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죠. 10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슬립 모드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키크론 K2와 며칠을 함께 했습니다. 맥북으로 업무를 할 때는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오타율 제로에 수렴하는 수준으로 업무를 해냈고 윈도우 데스크탑으로 게임을 즐길 때는 케이블을 연결해 손맛의 쾌감과 함께 행복을 맛봤습니다. 마음에 쏙 들었다는 소립니다.

키크론 K2는 또 한번 진화에 성공한 키보드라 하고 싶습니다. 고가의 키보드들과 (굳이) 비교하자면 조금씩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퀄리티를 비롯해 편의성과 전체적인 사용성을 종합해본다면 에이스 자리를 꿰찰 만한 올라운드형 무선 기계식 키보드라 생각됩니다. 10만원 초반대의 예산으로 키보드를 알아보고 있다면 반드시 리스트에 넣길 권합니다.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