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각종 건강 저널에 따르면 포옹을 했을 때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줄어들고 자존감이 개선되며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져 신체/정서적 불편함을 해소해주는데다가 심혈관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제가 요즘 별 것 아닌 일에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폭식을 하고 살이 찌고 월급이 안 오르고 출근이 하기 싫고 그런 게 다~ 포옹을 못…아니 안 해서 생긴 일이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포옹을 해야죠. 누구와 할까…

죽부인을 만났습니다. 조씨부인 온열 죽부인 넌 이제 나의 부인. 라임이 대단하죠? 그레이와 핑크의 두 가지 컬러가 있죠. 둘 다 들였습니다.

크기가 꽤나 큼직합니다. 길이는 110cm쯤 되고 지름은 22cm 정도네요. 무게는 1.1kg입니다. 가뿐합니다.

커버 감촉이 정말 부드럽습니다. 극세사 천을 매만지는 것 같은 촉감입니다. 만지고 만져도 또 만지고 싶습니다. 자꾸만 손이 갑니다.

지퍼를 스스륵 열어서 커버를 벗길 수 있습니다. 커버만 별도로 세탁할 수 있다는 뜻이죠. 커버를 벗기니 열선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네요. 저 열선이 바로 저의 몸을 데워줄 온열 기술입니다. 저는 지금 기술을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온열 죽부인은 전기장판처럼 케이블을 연결한 채로 작동시켜야 합니다. 온도를 7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케이블 중간쯤에 달려 있습니다. 한 번 켜면 8시간 후에는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니 안심할 수 있습니다. 꼬물꼬물 스위치를 돌려서 죽부인의 몸을 달궈줍니다.

온열 죽부인의 몸이 금방 뜨거워지며 어느새 회색에서 핑크빛으로 변해버린…건 아니고 이건 핑크색입니다. 약간 밝은 톤의 핑크인데 나름 귀여운 매력이 있죠.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껴안기 딱 좋은 크기와 굵기입니다. 케이블이 생각보다 그렇게 거슬리진 않았습니다. 전자파 관련해서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전기매트나 전기요 제품들이 받는다는 EMF 인증을 받았으니까요. 걱정 말고 그저 껴안으면 됩니다. 오로지 제 팔에 안겨 있는 이 따땃한 천 기둥에 몸을 맡깁니다. 제 다리가 절로 배배 꼬입니다.

온열 죽부인을 데리고 침대로 왔습니다. 종아리를 올려놓고 다리의 피로를 풀어봅니다. 젤리처럼 폭신폭신한 이 느낌. 온기가 알이 배긴 제 다리를 어루만지는 듯 녹여줍니다. 두 다리가 마치 하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을 수 없어 죽부인을 거칠게 끌어 안고 이불 속으로 돌진합니다. 죽부인의 열기가 저의 몸을 휘감아 옵니다. 맨들맨들 보드라운 이 감촉, 팔과 가슴과 배를 지나 오장육부까지 깊숙이 전해져오는 이 뜨수운 기운. 이미 밀착되어 있지만 더 밀착하고 싶어집니다. 둘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이런 게… 사랑일까요?

이것은 눈물이 아닙니다. 온열 죽부인 덕분에 몸이 너무 따스해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진 나머지 체내에 있는 수분이 저도 모르게 눈을 통해 배출되는 것입니다. 진한 포옹의 긴 여운. 앞으로 8시간 동안 허락된 저만의 프라이빗하고 핫한 시간. 배배 꼬인 제 다리는 풀릴 줄 모르고 부둥켜 안은 두 팔에는 손가락 끝까지 힘이 가득 들어갑니다. 이 긴 밤도 이렇게 깊어가네요. 오늘도, 내일도, 이번 크리스마스도, 올 겨울도 춥지 않겠어요. 저는 괜찮아요…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