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도, 컴퓨터에도, 버스정류장 전광판에도, 어디서든 쉽게 시간을 볼 수 있음에도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착용한다는 건 단 하나의 이유, ‘멋짐’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원래 장신구가 거슬려서 잘 착용하지 않다가, 애플워치를 사용했던 후부터는 팔찌도 곧잘 차고 다닙니다. 이에 따라 아날로그적인 멋을 낼 수 있는 일반적인 손목시계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죠.

그렇게 만난 몇 가지의 시계 중에서 노드그린 파이오니어(Nordgreen Pioneer)는 외관 디자인부터 내면에 지닌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까지 딱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는 손목시계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노드그린 제품의 디자인 이미지는 정말 깔끔하고 심플하며 모던한 느낌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드그린은 북유럽 덴마크에서 시작한 시계 브랜드이며 뱅앤올룹슨으로도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 야콥 바그너(Jakob Wagner)가 제품 디자인에 참여했기 때문일 겁니다. 북유럽 특유의 여유롭고 군더더기 없는 ‘비움의 미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제가 며칠 착용해본 노드그린 파이오니어는 노드그린의 첫 번째 크로노그래프 모델인데요. 워치 페이스 안에 또 다른 계기판이 들어가 자칫 복잡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데 이 녀석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극한의 ‘덜어냄’으로 미니멀하면서도 절제된, 완성도 높은 디자인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죠.

파이오니어라는 이름은 개척자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를 향해 가는 포인트, 친환경 기술을 토대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시계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겠네요.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 할 내용인데 노드그린은 친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브랜드입니다.

패키지는 종이 박스로 되어 있는데 오픈 방식이나 내부의 패브릭이 꽤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노드그린의 감사 인사 메시지가 담긴 쪽지도 감성적으로 다가오죠.

시침과 분침, 그리고 작은 초침 외에 빨간 팁으로 표시되어 있는 바늘은 스톱워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요리를 할 때 스톱워치를 자주 사용합니다. 물을 끓이거나 음식을 익히는 등의 상황에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용두 위쪽의 스위치로 스톱워치를 시작하고 종료할 수 있고 아래쪽 스위치를 누르면 리셋됩니다. 리셋 시에는 스톱워치 초침이 워치 페이스를 둥글게 훑으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걸 보면 마음까지 정돈되는 느낌이 듭니다.

말끔한 인상의 다이얼에 스톱워치의 끝 부분에 있는 빨간색의 팁은 깨끗한 환경 위에 풍력발전기의 빨간 날개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 된 거라고 합니다. 덴마크는 1890년 최초로 풍력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고 현재는 해상풍력의 강국이라 불리고 있기도 한데요. 파이오니어의 디자인은 노드그린의 친환경 스탠스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죠.

11.9mm의 두께를 가진 노드그린 파이오니어는 손목에 착용했을 때 두껍고 묵직한 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손목에서 항상 존재감을 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손목이 가느다란 편인 저에게 42mm 크기의 워치페이스는 좀 크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착용하고 나니 보기 좋게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16L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단단한 느낌의 케이스는 일반적인 제품보다 강한 내구성을 보여주며 둥그런 돔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와도 상당히 조화롭게 느껴집니다.

또한 노드그린 파이오니어는 일본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고 5기압 방수가 가능하며 스트랩도 손쉽게 교체가 가능합니다.

스마트워치의 알림 기능이나 운동량 측정과 같은 편리한 기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날로그 손목시계는 그 특유의 고급스럽고 진득한 맛이 있습니다. 노드그린 파이오니어는 존재 자체로 묵직한 포스를 조용하게 뿜어내는데요. 제가 이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다니며 가장 크게 느꼈던 감상은 모자르지도 과하지도 않은 디자인적 완성도와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서 오는 든든한 만족감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드그린이 분배와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노드그린의 제품들을 구매하면 기빙백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NGO 단체와 함께 환경, 교육, 산림보호 분야에 기부하게 되죠. 이런 의미 있는 캠페인은 마치 애플의 프로덕트 레드 제품을 구입했을 때의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그것과도 비슷합니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모던한 손목시계, 노드그린 파이오니어. 가격은 30만원대인데요, 정갈한 느낌의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시작해보고 싶거나 무게감 있는 선물을 고르고 있다면 적합한 제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