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서 에어팟 2세대의 가격이 10만원 초반대까지 훅훅 떨어져 이게 뭔일인가 싶었는데, 결국은 에어팟 프로라는 이름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버전이 출시됐죠. 어쨌든 상당히 반가운 제품입니다. 특히 이어폰을 이것저것 끼워보고 음악을 들어보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말이죠.

에어팟은 세미 오픈형 스타일로 만들어져 주변 소음이 거의 차단되지 않는데요. 저는 그 오픈형 특유의 시원 상쾌한 맛이 좋아서 사무실에서나 가벼운 산책을 할 때 잘 사용해왔습니다.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서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기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들어있는 소니 WF-1000XM3를 함께 사용했었죠.

에어팟 프로를 써보고 제가 느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에어팟 프로는 ‘노이즈 캔슬링’이 탑재된 ‘완전 무선 이어폰’중에서 거의 최상급으로 꼽을 수 있는 소음 차단 성능과 함께 애플 특유의 부드러운 사용성, 심플한 편의성, 그리고 전체적인 제품 경험이 무척 잘 디자인 된 녀석이라 느껴졌습니다. 제가 평소에 자주 썼던 소니 WF-1000XM3와 비교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에어팟 프로는 착용감부터 확연히 다릅니다. 귓구멍 안에 꽂히는 인이어 형태는 맞지만, 깊숙히 쑥 들어오는 WF-1000XM3와는 다르게 실리콘 팁이 귓구멍의 초입에만 부담스럽지 않게 빼꼼 들어오면서 둥그런 하우징은 입구에 살포시 걸쳐 고정되는 감촉이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커널형 특유의 답답함이 최소화된 느낌입니다. 물론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도 전혀 빠지거나 불안하지 않았고요. 거대해 보이는 하우징의 머리도 생각보다 그리 크진 않습니다.

또한 제 귀는 크기가 좀 작고 옆으로 바싹 붙어있는 희한한 형태라서 WF-1000XM3를 착용했을 때는 귓구멍에 꽂힌 이어팁의 힘만으로 유닛이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그래서 1시간 이상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귀에 피로감이 꽤 느껴졌는데, 에어팟 프로는 오랜 시간 음악을 들어도 그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착용감, 에어팟 프로 압승!

착용했을 때의 디자인도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는데요. 하우징 자체가 커다란 WF-1000XM3에 비하면 훨씬 날렵해보이고, 짧아진 하우징 바디 길이는 기존 에어팟과 비교했을 때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기존 에어팟이 뒤에서 봤을 때 하얀색 바디 끝부분이 달랑달랑 마치 귀걸이처럼 보이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던 것과 비교해 더 나아진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착용 디자인, 에어팟 프로의 승!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딱 기대했던만큼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족감은 더 높아졌습니다. WF-1000XM3을 처음 경험했을 때, 생각보다는 저역과 중역의 소음 상쇄가 자연스러웠고 자글거리는 비닐백 소리나 지하철 안내 방송 같은 날카롭고 쩌렁쩌렁한 소리는 그리 완벽히 차단하지 못했어도(얇은 벽 건너로 들리는 듯한 느낌이죠), 우렁찬 버스 엔진 소리나 웅웅거리는 지하철 역사 내 플랫폼의 공간 소음은 잘 막아줬었는데요.

에어팟 프로도 저역과 중역 위주로 소음 차단이 잘 됩니다. 전체적으로 두 제품 모두 소음이 차단되는 정도는 유사하게 느껴지는데, 에어팟 프로가 WF-1000XM3에 비하면 조금 더 저역을 잘 막아주는 느낌입니다. 반면 약간의 차이로 날카로운 고음역의 외부 소음이 더 잘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음 차단 시 노이즈 캔슬링 제품 특유의 고요한 느낌에 있어서는 에어팟 프로가 조금 더 포근하고 자연스럽게 막아 어지러움이 덜한 것 같습니다.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WF-1000XM3는 고급 흡음재가 잔뜩 붙은 벽으로 둘러싸인 방음 부스의 이미지라면, 에어팟 프로는 두꺼운 고급 카펫이 넓게 깔린 아늑한 거실 같다고 할까요? 참고로 WF-1000XM3는 실리콘 이어팁보다 차음성이 조금 더 높은 트리플 컴포트 팁을 사용했던 후기임을 말씀드립니다.

에어팟 프로에서 특히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노이즈 수용 모드(Transparency)인데요. 소음 차단의 반대 개념이며 바깥 소리를 마이크를 통해 들려주는 기능이죠. 저의 소감으로는 지금까지의 모든 와이어리스 이어폰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외부 소리를 수음하고 펼쳐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제품을 끼우지 않은 듯한 착각까지 유발한달까요? 특히, 조용한 사무실에서 이 기능을 켜면 그 진가를 알 수 있죠. 노이즈캔슬링 성능은 두 제품 무승부로 볼 수 있어도, 트랜스퍼렌시 모드는 에어팟 프로 압승!

에어팟 프로의 음질은 기존 에어팟과 유사합니다. 둥글둥글 풍만하고 매끄러우면서 자연스러운 사운드죠. 다만 대체적으로 저음역의 양이 줄어들었다는 평이 있는데요. 에어팟 프로는 센서를 통해 귀에 밀착되는 정도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EQ로 자동 변형해준다고 하는데 이 때문일까요? 그 미세한 차이를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었지만, 에어팟 프로가 기존 에어팟에 비해 대체적으로 저음역이 조금 약해졌다는 평에 저 역시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에어팟에 비해 미미한 차이였으며 오히려 노이즈 캔슬링 기능 덕분에 음악의 저음역이 더 명확하고 깨끗하게 들려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순수하게 음질만 따지자면 저는 소니 WF-1000XM3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스테이징 자체가 더 넓고 배경이 한층 적막해 사운드가 훨씬 또렷하고 힘있게 들립니다. 소니 특유의 거대하지만 쫄깃한 저음역 표현과 쨍하게 솟는 고음도 마음에 들고요. 전용 앱으로 이퀄라이저와 클리어 베이스 음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큰 메리트였죠. 아이폰 유저로서 다소 아쉽지만 음질은 간발의 차이로 소니 WF-1000XM3의 승!

통화 품질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하우징 바디의 길이가 짧아져서 혹시 통화 목소리 전달력에 변화가 있을까 우려됐었는데, ‘통화 품질은 에어팟’이라는 공식은 프로에서도 여전하죠. 목소리에 힘을 꽤 줬어야 했던 소니 제품과 비교했을 때 상대방이 에어팟 프로로 전달되는 제 목소리를 훨씬 더 문제 없이 잘 알아들었고 한층 깨끗하다는 소감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통화 품질, 에어팟 프로의 완승!

블루투스 5.0이 보편화 된 현재, 와이어리스 이어폰 제품의 연결 안정성도 상향 평준화되긴 했지만 완벽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니 WF-1000XM3의 경우 이전 제품인 WF-1000X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안정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하루 2~3시간 사용 기준 지하철에서 하루 한 번씩은 꼭 유닛끼리의 끊김 현상이 발생했었고 때로는 음악을 멋대로 멈춰버리는 일도 있었는데, 에어팟 프로의 경우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사용한지 아직 며칠 되진 않았지만 단 한 차례도 사운드가 튀거나 연결이 끊겨 당황했던 적이 없었죠. 물론 소니 이어폰과 아이폰의 궁합보다는 애플 제품끼리의 궁합이 더 좋은 건 당연한 얘기겠지만요. 연결 안정성, 에어팟 프로의 승!

에어팟 프로의 케이스는 기존 에어팟의 그것에 비해 조금 더 커지긴 했지만, 실제로 손에 쥐어보면 크게 체감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케이스와 이어버드의 무게가 스펙 상으로 보면 미세하게 무거워졌지만 실제로 사용했을 때는 기존 에어팟과 구분하기가 어려운 수준이죠. WF-1000XM3와 비교하자면, 케이스를 주머니에 넣어도 흉하게 튀어나오지 않고 훨씬 가볍습니다. 휴대성, 에어팟 프로의 승!

배터리는 스펙 표기 상으로 4시간 반인데, 2시간 사용했을 때 60%대로 하락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6시간 재생되는 WF-1000XM3에 비해서는 아쉬운 수준이죠. 기존 에어팟과 비교해서도 조금 더 체감적으로 소모가 빠른 느낌입니다. 그러나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편리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배터리는 아쉬운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배터리, WF-1000XM3의 압승!

가격은 에어팟 프로의 국내 정식 출시가가 32만9천원, 소니 제품의 정가는 29만9천원이었고 현재는 26만원대로 내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양상이네요. 가격만 보자면 소니 제품의 승리지만, 저는 에어팟 프로가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다는 데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물론 환율 때문인지 동일한 249달러 제품이었던 파워비츠 프로에 비해 국내 가격이 비싸게 변해버린 사실에는 안타깝지만요. 노이즈 캔슬링이 탑재된 와이어리스 이어폰임을 생각하면 심리적 저항선을 크게 건드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가격은 소니 WF-1000XM3의 승!

에어팟 프로의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유닛을 케이스에서 뺄 때 손가락 끝에 잡히는 부분이 미끄러워서 꺼내기 애매해진 느낌, 기존 에어팟을 케이스에 넣을 때 나던 특유의 경쾌한 철컥 소리가 에어팟 프로에서는 조금 약해졌다는 점, 그리고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면 몸 전체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는 진동에 따라서 음악도 파르르르 떨리는 현상 등입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에어팟 프로는 잘 만든 노이즈 캔슬링 와이어리스 이어폰임이 분명합니다. 특히 기존 애플 유저에게는 역시 찰떡같은 사용성을 전해주면서 상당히 괜찮은 소음 차단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랩탑보다 더 비싼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이 계속 남아있었는데, 에어팟 프로를 써보니 간만에 돈값하는 애플 제품을 만난 느낌이네요.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