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느낌 위주로 풀어낸 볼보 크로스 컨트리 시승기 2편 입니다.

1편은 볼보 트로스 컨트리 시승기 1편 –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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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크로스 컨트리를 타고 부산에 다녀왔다.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라는 이름답게 나라를 가로질러보고 싶었다. 시작은 부담스러웠다. 문제는 장거리 주행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 달린 루프박스가 걱정이었다. 루프박스는 고속 주행의 적이다. 공기와 미친듯이 부딪히며 가속력을 떨어뜨린다. 타력주행도 방해한다. 꽁무니에 낙하산을 펼친 것처럼 속도를 쭉쭉 떨어뜨린다. 게다가 소음도 크다. 대개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리면 지붕에서 만들어진 바람 소리가 실내를 채운다. 말그대로 스트레스 유발 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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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정은 걱정과 달랐다. 지붕에 덩어리를 매단 크로스 컨트리와의 부산 왕복은 의외로 쾌적했다. 낙하산 효과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시원하게 가속할 수 있고, 속도 유지도 수월했다. 바람소리가 조금 나긴 했지만 옆사람과 대화할 정도는 됐다. 기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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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왕복 다음 날 찍은 계기판 사진. 총 921km를 달렸고, 평균속도는 68km/h였으며, 평균 연비는 16.2km/l를 기록했다

연비도 마찬가지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웃돌았다. 왕복 900km 넘게 달리며 기록된 연비는 16.2km/l였다. 주행은 경제운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을 빠져나가며 끔찍한 정체에 시달렸고, 교통 체증으로 악명높은 부산 시내도 관통했다. 고속도로에선 흐름에 맞춰 달렸다. 막히면 속도를 낮추고 뚫리면 내질렀다.

루프박스도 경제운전 방해물이었다. 필요할 땐 높이 펼치고 필요 없을 땐 접어서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했도 공기 저항을 높이는 물체다. 연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짐이 없는 나에겐 전혀 쓸모 없는 150만 원짜리 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평균 연비가 16km/l를 웃돌았다는 사실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부산 왕복 기름값으로 대략 8만 원 정도 사용했다. 톨게이트 비용이 약 3만 5천원 정도 들었으니, 약 12만 원으로 부산을 왕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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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을 아끼는 데엔 엔진도 한몫 했다. 크로스 컨트리에 들어간 2리터 디젤 엔진은 토크가 높은 편이다. 1,750~2,500rpm 사이에서 40.8kg.m를 낸다. 일상적인 고속주행 영역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덕분에 루프박스가 만들어내는 저항에도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가속도 거뜬했다. 힘 세고 오래 달릴 수 있는 엔진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엔진의 지구력이 그저 그랬다. 3,500rpm을 넘어가면서부터 힘이 티나게 빠진다. 달리기용 엔진이라기 보단, 일상주행에 초점을 맞춘 힘 세고 효율 좋은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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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탄탄하다.  크로스 컨트리의 기본이 된 해치백 모델, 볼보 ‘V40’보다도 조금 거친 느낌이다. 18인치 휠에 끼워져 있는 고성능 타이어가 한몫 했을 거다. 나긋나긋한 폭스바겐 골프의 승차감이 잠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차의 진가는 주행 후에 나타났다.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을 왕복하고 나니 피로감이 급격히 몰려왔다. 정신이 몸을 빠져나가는 속도가 LTE 급이었다. 아득해지는 정신부터 부여잡기 위해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잠시 잠깐의 휴식으로 몸이 꽤 가벼워졌다. 의외였다. 다른 차와 같은 일정, 같은 코스를 함께 했을 땐 잠이 필요했다. 픽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하지만 크로스 컨트리로 왕복한 이번에는 컨디션이 괜찮았다. 집중해서 일한 평일 하루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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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이 적었던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탄탄한 승차감. 서스펜션이 탄탄할수록 고속주행에 좋다. 낮은 속도로 달릴 땐 통통 튄다고 느껴지지만, 고속에서는 바닥에 착 붙으며 간결하게 움직인다. 덕분에 안정감이 높다. 아우토반에서 숙성된 독일 차들의 서스펜션이 탄탄한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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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시트다. 볼보 시트가 편하다는 얘기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크로스 컨트리의 시트도 편했다. 하지만 피로감 낮은 게 단순히 시트 때문 만은 아니었다. 크로스 컨트리는 시트 포지션이 높다. 해치백이나 세단보다 높고 소형 SUV보다 살짝 낮다. 반면 차체의 무게 중심은 SUV보다 낮다. 일반 해치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오묘한 구성이 장거리 주행에 유효했다. 승객이 느끼는 답답함은 덜 했고, 몸은 덜 흔들렸다. 또한 도로 저 멀리까지 보인다. SUV 만큼은 아니지만 도로 흐름 살피는 데 유리하다. 덕분에 운전도 도로 흐름을 따라 유연해졌다. 부드러운 가감속은 피로감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내 앞에 차 있는 꼴을 못 보는 성질급한 운전자에겐 해당되지 않는 얘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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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컨트리의 핵심은 바로 이런 거였다.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고 피로감 적은 차, 오랜 시간 먼 거리를 타도 다음날이 걱정되지 않는 차다. 차체 바닥을 높여 오프로드도 편하게 다닐 수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는 말은 아니다. 해치백 차체 바닥을 고작 1cm 높였다고 SUV급 험로 주행 능력이 생길까? 글쎄다.

크로스 컨트리는 매력적인 차다. 디자인 깔끔하고, 공간 활용도 높으며, 피로감도 적다.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가격이다. 크로스 컨트리의 가격은 4610만 원이다. 이 값이면 폭스바겐 티구안의 중간 모델(4,570만 원)을 살 수 있고, 조금 더 보태 메르세데스-벤츠 GLA 200 CDI(4,860만 원)를 살 수도 있다. “해치백이랑 다른 게 뭐”냐는 친구의 물음에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고 나면 “그 값이면 그냥 해치백 사겠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반박할 수 없었다. 매력적인 크로스 컨트리의 아쉬운 단 한 가지였다. 사실 모든 차가 저렴할수록 좋은 건 마찬가지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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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컨트리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용 레이더 센서

마지막으로 꼭 찬양하고 넘어갈 게 하나 있다. 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볼보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말 깔끔하다. 차간 거리 유지를 잘 하고, 끼어드는 차에 대한 방어력도 좋다. 확실하지만 부드럽게 속도를 줄인다. 운전자를 포함한 승객들이 불안해 하지 않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조작 버튼. 기능이 활성화 된 상태로 정차했을 때, 맨 위 왼쪽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모양 버튼을 누르면 차가 알아서 출발한다. 출퇴근시 유용하게 쓰이는 버튼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조작 버튼. 기능이 활성화 된 상태로 정차했을 때, 맨 위 왼쪽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모양 버튼을 누르면 차가 알아서 출발하며 속도와 거리를 맞춘다. 출퇴근시 유용하게 쓰이는 버튼이다

그런데 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의외로 출퇴근용으로 최고의 옵션이다. 완전히 멈춰 서는게 가능하고, 복귀버튼만 눌러주면 차분하게 재출발 한다. 막히고 흐름 느린 도로에서도 끼어드는 차를 잘 파악해 속도를 줄인다. 가끔 앞차가 빠져나간 공간으로 속도를 훅 높일 땐 움찔하게 되지만, 적응하면 이내 믿게 된다. 자율주행차를 타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똑똑하게 움직인다. 마음에 쏙 들었다. 내가 볼보를 산다면 꼭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 모델을 고를 거다.

 

1편은 볼보 트로스 컨트리 시승기 1편 – 첫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