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스피커라고 하니 놀랐나?」

「내 소개를 하지.
이름은 그라바스타(Gravastar). 블루투스 스피커다.
인디고고 크라우드 펀딩 3800% 펀딩 달성률을 자랑하던 몸이시다, 이 말이야.」

「스피커인줄 몰랐다고? 그럴 수 있지.
이 몸이 워낙 유니크한 디자인이라.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단 말씀이야.
그나저나 보고있지만 말고 나좀 꺼내라. 나무에 끼어서 못 움직이겠다. 삐빅-」

「근데 꼭 이런 식으로 들어야 되나?
기분이 좀 이상하지만, 됐어.
강인한 아연 합금으로 만들어진 1.6kg의 이 몸이 꽤 무거울 텐데 손 힘이 쎈가보다 휴먼?」

「이봐, 그렇다고 또 이런 식인가?
내 금속 다리가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그렇게 들지 말라고.
크라우드 펀딩 3800% 달성률을 자랑하는 이 몸을 존중하란 말이다. 삐빅-」

「휴. 역시 바닥이 제일 편안하구만.
바른 자세를 하고 있는 나를 보아라.
발바닥에 단단한 실리콘 패킹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우직하게 설 수 있다.
그런데 저기, 뒤에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나한테 집중 좀 해주지 않겠나?」

「이걸 봐.
내 다리는 90도 정도 접었다가 펼칠 수 있다.
놀랍지? 멋있지?
뭐라고? 변신은 안 되냐고?
내가 무슨 사이보그 로봇인줄 아나.
이 정도의 다리 움직임도 대단한 거다!
이 무거운 몸을 지탱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한 설계와 디테일한 제조 과정을 거친 건데.
게다가 이 은은하게 발광하는 불빛을 보라고.
군데 군데 숨막힐 듯 디테일한 디자인에
회색빛 바디 그리고 녹색 라이트의 조화.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이게 바로 메카니컬 아트지.
디자인으로는 가히 독보적인 매력 아니겠나?!
뭐? 공상 과학 만화에서 가장 약한 적군으로 나타나 주인공이 쏘는 레이저총 한 방 맞고 터질 것 같이 생겼다고?
…방금 그 말 후회하게 해주겠다. 삐빅-」

「우렁찬 사운드 공격이다!
어떠냐? 엄청 시끄러울 거다.
블루투스 5.0에 SBC, AAC 코덱을 지원해서 탄탄한 기본기도 갖췄고.
70mm 풀레인지 드라이버로 무려 20W의 고출력 사운드빔을 뿜어낸다, 이 말이야.
음량을 조심하지 않으면 층간소음으로 신고 당할 수도 있을 거다?」

「최소 볼륨인데 소리가 너무 크다고?
괜찮다. 블루투스 대신 AUX 케이블로 연결하면 더 작은 소리도 낼 수 있다.
여기 내 급소에 3.5mm AUX 단자와 USB-C 충전 단자가 있다.
참고로 배터리는 2500mAh가 4개나 들어있고 20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다!」

「그리고 내 뒤통수에 있는 이 우퍼.
80mm 라디에이터로 아주 딴딴하고 깊고 풍성하고 강력한 저음을 쭉 뿜어낸다.
다른 소리를 묻어버릴 만큼의 무식한 저음역은 절대 아니니 안심해라.
가장 도드라지게 앞으로 치고 나오는 단단한 중음역의 보컬
그리고 고음역의 심벌 소리와 잔향감까지 세밀하게 구현하지.
파괴력 있는 메탈 장르도 묵직하니 좋지만
어쿠스틱 기타 나오는 노래 하나 틀어봐라.
왜 그런 거 있잖나, 제이슨 므라즈 아임 유어스.
나는 이런 장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뭐? 생긴 거랑 다르게 섬세한 음색이라고?
…말 조심해라 휴먼. 삐빅-」

「버튼은 세 개.
전원 겸 재생/정지, 블루투스 페어링, 그리고 그린라이트 온오프다.
심플 이즈 베스트다!」

「볼륨 조절은 어떻게 하냐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라.
그래 거기… 좀 더 부드럽게.」

「이제야 이 몸의 진가를 알아본 모양이구만 그래.」

「좋아 잘 하고 있다.
이 몸의 추종 세력이 되는 걸 허락한다.」

「항상 지켜보고 있다.
이제 이 몸과 휴먼은 떨어질 수 없다, 이 말이야. 삐빅-」

FOR YOU
「흔해 빠진 모양의 스피커가 질릴 대로 질렸다면 이 몸을 데려가라.」
「넓은 실내도 쩌렁쩌렁 울려주는 고출력이 필요할 때도 물론이다.」

NOT FOR YOU
「변신도 하고 LED 컬러도 바뀌고 RC 조종도 가능한 로봇 스피커를 기대했나? 그런 건 세상에 없다!」
「가볍게 달랑달랑 휴대하고 싶다고? 그럼 그냥 스마트폰 스피커로 들어라!」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