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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스파르탄’과 비슷하지만 살짝 다른 단어인 ‘스파르타’부터 알아보자. 스파르타(Σπάρτα)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300’이라는 영화로 깊은 각인을 준 근육질 병사들이 떠오를 것이다. 헬레시즘 시대 전까지 강건한 병사국가의 형상을 세계사에 남겼다.  스파르타 시민중에서도 10퍼센트 이하의 소수인 핵심계급이 있었는데, 이들은 혹독한 교육을 거쳐 강인한 세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후세에서는 이들 시민을 스파르탄이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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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 윈도우 10 과 더불어 개발중인 새로운 웹브라우저의 코드네임을 프로젝트 ‘스파르탄’으로 밝혔다. 만약 이 코드네임이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에서 비롯됐다면 새로 탄생될 스파르탄은 강력하고 강인한 웹브라우저를 뜻할 것이다.
한편, 디지털 게임문화의 팬들에게도 스파르탄은 매우 친숙한 초인부대의 명칭이다. 콘솔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를 통해 새로운 시리즈가 출시될때마다 사상 최대의 판매기록을 경신중인 게임 ‘헤일로’의 주인공들이 스파르탄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헤일로 사랑은 끝이 없다. 윈도우폰 8을 통해 앞서 발표한 음성 인식 서비스인 ‘코타나’ 또한 헤일로 게임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캐릭터이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파르탄과 헤일로를 윈도우10의 기본 기능으로 포함될 것임을 천명했다.

 

인터넷 문화를 대중적으로 바꿔준 도구, 웹브라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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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컨버전스 연설을 통해 “윈도우10을 위한 새 브라우저로 새로운 브랜드, 새 이름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단종을 예고했다. 20년간 우리 곁에 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대해서 잠깐 돌이켜 보도록 하자.

1973년 네트워킹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두된 ‘모든 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시킨다’ 는 의도로 고안된 인터넷은 그 뒤 20년간, 즉 1990년대 중반까지 일반인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컴퓨터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그 때까지 전자우편은 이메일, 자료 전송은 FTP, 소식과 의견 교환은 유즈넷을 통해 이뤄졌다. 이 서비스들은 사실 인터넷 기술 기반의 서비스였지만 대중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였다. 따라서 학습이 필요했고, 학습 후에도 커다랗고 무거운 모니터의 흑백화면에 키보드로 열심히 내용을 두드려 넣어야 하는 공통적인 모양새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의 공학자 ‘팀 버너스 리’는 글과 그림과 소리를 개별 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통일된 전송 기술로 구성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고안한다. 월드 와이드 웹 – WWW, 줄여서 웹(Web) – 이라고 불리는 인터넷의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웹이라는 공간은 탄생했으나 도구는 없었다. 물론 시간 문제였다. 1993년 ‘마크 안데르센’이 내놓은 웹 전용 열람 도구, 즉 ‘웹브라우저’는 인터넷과 인류를 진화시키게 되었다.

 

인터넷을 대신하려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꿈, 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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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중반 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윈도우는 거의 모든 컴퓨터의 운영체제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웹이 대중화되면서 운영체제가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마크 안데르센’이 만든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설치해 썼으며,  윈도우는 어느새 넷스케이프 같은 웹브라우저를 굴리기 위한 단순한 플랫폼으로 전락해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만들어 자신들의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우 95 안에 포함시키기까지 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마우스로 실행하지는 않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사실 일반 웹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슨 사정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웹기술을 이용하되 개방적인 인터넷을 같이 쓰기보다 MSN이라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따로 출범시켜 웹도 독점하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MSN 을 충실하게 이용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결과는 뻔했다. 윈도우 사용자조차 MSN 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한꺼번에 외면한채 웹을 위해서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선택했고 그렇게 MSN의 거대한 기획은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넷스케이프 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거대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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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1.0 ⓒ 위키피디아

 

MSN 기획이 실패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MSN을 인터넷에 버금가는 네트워크로 만들려던 꿈을 접어야 했다. 인터넷을 만만하게 보다 크게 쓴 맛을 본 마이크로소프트는 웹 인터넷을 지배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고 그렇게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대전이 시작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1, 2 는  윈도우 사용자가 MSN 을 이용하기 위한 도구였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 3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로고 디자인과 아이콘부터 새롭게 바꿨고, 매킨토시 버전까지 동시에 발표하는 등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개방성을 내세웠다. 또, 자바 기술과 CSS 의 매끈한 구현으로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에서만 잘 보여지던 웹사이트들을 제대로 보여줬고 후일 많은 논란거리가 되는 액티브 엑스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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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익스플로러 3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지켜 보던 넷스케이프 진영은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터(이하 넷스케이프) 4 로 응수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점유율과 자본을 이기기는 불가능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4 는 넷스케이프 보다 훨씬 좋은 렌더링 성능을 보였고, 윈도우 98 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4를 기본 포함시키자 게임은 끝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XP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6를 탑재하면서 오랜 시간 웹브라우저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미 전세계 인터넷인구의 95퍼센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6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구글과 웹브라우저 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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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익스플로러 6 이후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위상은 5년 만에 내놓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7부터 흔들렸다.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만을 위한 웹 브라우저라는 느낌이 강했고, 게다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윈도우 비스타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운영체제의 실패와 함께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분야는 운영체제나 웹브라우저가 아닌 검색 엔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넷스케이프에게서 얻은 승리에 취해있던 시절, 구글은 단순해 보이는 웹사이트이자 검색엔진 하나로 인터넷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검색엔진 ‘빙’에 총력을 기울여 나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선을 돌린 구글은 한 술 더 떠 크롬이라는 웹브라우저를 내놓으며 양공법을 썼다. 크롬은 놀랍도록 빠르고 가벼웠으며 웹의 표준을 지키면서도 불편한 툴바를 걷어치우고 웹의 주소창 개념을 바꾸기 시작했다. 어디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할지 답을 찾지 못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방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웹브라우저는 어느새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크롬이 되었으며 이제는 윈도우가 아닌 크롬 기반의 웹 운영체제가 시험판에 오르고 있었다.

 

1995년 그리고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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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초기의 잘못된 모든 기획과 욕심을 버리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3를 통해 웹시대에 맞춰 변신했고, 다행히 승리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한번 그들이 잃어버리고 허물어뜨린 많은 것들을 다시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윈도우10 과 더불어 발표된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임이 이제 밝혀졌다. 20년간을 버텨온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브랜드가 모바일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일 것이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은 기존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는 전혀 다른 웹 렌더링 엔진을 채택했으면서도 기존의 웹엔진은 듀얼 엔진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내장했다. 웹브라우저를 바꾸더라도 기존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호환이 가능하여 웹 개발자들과 운영자를 안심시킨다는 의미다. 그와 동시에 웹 표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판을 받아 온 과거를 불식시키겠다는 이중포석이다. 또, 모바일 시대에 맞게 스파르탄은 데스크탑용에만 국한되지 않고 윈도우 10 로고가 붙어있는 모든 기기에서 호환이 되도록 개발한다고 한다.

드러난 홍보정책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이후의 로드맵에 대한 약속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파르탄이 앞으로도 보다 개방적이면서도 호환성이 높은 표준을 따르면서 동시에 웹 모바일을 선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약속은 100% 신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이 저력과 자본력, 신임 CEO의 의지와 여러 행보를 미루어 짐작하건데 다시 한번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신화를 재현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편집 : 김정철 / 본 컬럼은 얼리어답터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