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는 ‘You are what you buy’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상에서 우리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금중혁 컨트리뷰터는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만나고자 25개국을 다녔지만, 결국 방구석에서 여전히 게임을 즐기는 중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얻게 되는 교훈도 좋지만 그는 게임을 통해 인생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기술과 문화의 총아인 게임 산업은 이제 단순히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갈취하는 분야가 아니라 최첨단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 (중 일부)는 여전히 게임을 불경(?)한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금중혁의 렛츠플레이]에서 다루는 게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통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2000년대 이후 콘솔게임 시장은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엑스박스(Xbox) 그리고 닌텐도(Nintendo)의 삼국지였다. ‘유선 컨트롤러가 무선이 되었다.’ 정도 외에는 기본 하드웨어 구조에 큰 변화가 없던 두 경쟁자와 달리 닌텐도는 언제나 변화의 상징이었다. 게임보이(Gameboy)를 필두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주도했고, 이어지는 DS에서 터치스크린과 듀얼스크린을 선보였다. 위(Wii)의 모션 인식은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최신 기종인 스위치(Swith)는 최초로 콘솔게임의 휴대화를 이뤄냈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정신에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발을 맞추고 있는 간판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그 유명한 <젤다의 전설>이다.

변화무쌍, 젤다의 전설

@zelda.com/breath-of-the-wild

녹색 고깔모자와 한 손 검을 지녔으며 흔히 “얘가 젤다 아냐?”의 얘를 맡은 소년, 링크를 주인공으로 삼는 이 시리즈는 늘 변화에 앞장섰다. 조작과 캐릭터 디자인에 과감한 변화를 주었으며 언제나 하드웨어의 성능 한계를 요구했다. 숱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역대 작품들은 명작 중의 명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최신작 <야생의 숨결>은 무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 늘 신작은 평이 좋다. 하지만 백 권짜리 만화책의 신간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한들 1권이 절판되었다면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있어서도 최초이자, 최초의 DS용 젤다의 전설 시리즈인 <몽환의 모래시계>는 집안의 정신을 진하게 계승한 작품이다. DS의 가장 큰 특징을 살리기 위해 조작 대부분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잊기 힘든 장면은 부메랑을 던지는 메커니즘이다. 터치스크린에 경로를 그리면 부메랑이 그 경로를 따라 날았다. 기존 십자키에 익숙한 수많은 유저에게는 혁신 그 자체였다(이후 유저들이 불편함을 호소함에 따라 조작키를 사용하는 패치가 추가된 건 안 비밀). 플레이어, 주인공, 제작자 모두 터치스크린이라는 새로운 무언가를 탐험해야만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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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론칭 타이틀인 <황혼의 공주>는 그야말로 혁신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걸작이었다. 플레이어가 위모콘을 휘두르면 화면 안의 링크가 마스터 소드를 휘둘렀고, 위모콘을 조준하면 활을 조준했다. 눈차크까지 더하면 낚시, 부메랑, 새총 등 게임 내 아이코닉한 동작 모두를 아우를 수 있었다. 이어지는 <스카이워드 소드>까지 두 타이틀은 그야말로 하드웨어의 특성을 120% 끌어냈다는 점에서는 시리즈의 정수였다. 이후 <링크의 사격 트레이닝>이라는, <황혼의 공주>에서 사격 메커니즘을 적출한 타이틀이 따로 발매되었을 정도니 실로 엄청난 성공이었다.

급격한 변화로 깊어지는 그리움

아이러니하게도 광폭 행보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일까? 매번 신작이 너무나 훌륭하기에 구작과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신작보다도 구작에 대한 리메이크를 바라는 마음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야말로 너무나 잘난, 그리고 잘났기에 오래 살아남은 이 시리즈의 숙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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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몇몇 구작들의 리메이크를 내놓았고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수도 많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퀄리티도 제작진의 역량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낀다. 특히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를 보고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제법 개선되었으나 3DS의 다른 타이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투박한 그래픽이었다. 과거 원작을 플레이했던 유저들은 향수에 힘입어 즐길 수 있을지 모르나 나는 기술의 갭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최초로 불을 사용했다 전해지는 호모 에렉투스에게 익힌 고기는 진미 그 자체였을 것이다. 구이라는 것이 식품공학적으로 얼마나 큰 혁신을 가져다주었을지 머리로는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수비드에 익숙해진 현대인인 나에게 반쯤 탄 맘머스 고기를 먹어보라고 한다면, 웩.

<몽환의 모래시계>도 결국 클리어 전에 중단하고 말았다. 이미 20년이 넘은 시리즈의 중간에 뉴비로 합류하자니 그 재미를 전부 느끼기 힘들었다. 플레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으나 역시나 전작을 모르니 답답한 면이 있었다. 결국 당시 시리즈 최고의 역작이 <시간의 오카리나>라는 것을 알아낸 나는 플레이를 할 방법을 알아봤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정이 떨어지는 계기가 됐다. 구닥다리 저질 폴리곤의 집합체였기 때문(리메이크 이전의 이야기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리메이크도 실망스러웠다). 그야말로 반쯤 탄 맘머스 고기 그 자체였다. 김이 샌 나는 이내 <몽환의 모래시계>도 그만두고 말았다. 아! 제대로 된 리메이크는 언제쯤이나 접해볼 수 있을까.

진정한 리메이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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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는 DS의 터치 스크린과 위의 모션 인식을 이어받았다. 판은 갖춰진 셈이다. 장편, 고전 게임은 수없이 많다. 최신의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추억 속의 조작을 융합한 최고의 리메이크를 재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미화되는 기억에 발을 맞출 수 있게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

그나저나 최근 <꿈꾸는 섬>이 스위치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어 발매됐다. 리뷰 영상을 보니 이번에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또 속고, 또 산다). 소식을 들은 김에 간만에 스위치를 꺼내볼까 싶다.

재주는 링크가 넘고 제목은 젤다가 차지한다.
금중혁
먹고 싶은 대로 자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