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재미는 예전 학창 시절에 카세트 플레이어나 CDP를 쓰던 때가 더 좋았어요. 가방 안에 여분의 테이프 혹은 CD 케이스를 항상 휴대하면서 앨범 하나를 다 들으면 다른 음반으로 바꿔가며 또 듣곤 했죠. 이 모든 행위를 귀찮아지게 만들어버린 건 바로 스마트폰 스트리밍인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도 편하지만 음악 듣는 재미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테이프나 LP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죠. 최근에 듀오(DUO)라는 턴테이블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바이닐 문화를 좋아하는 HYM이라는 젊은 브랜드에서 만든 감각적인 턴테이블인데 수개월 전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던 제품이죠.

디자인은 처음 봤을 때 조금은 장난감 같은 느낌이었지만 금세 눈에 익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직선 위주의 감각적인 디자인입니다. 전체적인 만듦새도 훌륭합니다. 발랄한 톤의 컬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좀 더 채도가 낮았다면 훨씬 고급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래도 이 녀석을 보고 있으면 공간 분위기도 한층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죠. 컬러는 네온 옐로우와 바이브런트 오렌지 그리고 중후한 제트 블랙의 3가지가 있습니다.

부피가 작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LP 대신 테이프와 CD를 주로 들어왔었습니다. 그래서인지 LP에 대한 아날로그적 로망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그래서 종종 지름신이 강림하려는 때가 오면 턴테이블을 하나 사볼까 하다가도 시커멓고 넙데데한 디자인때문에 쉽게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듀오 턴테이블은 부피가 작으니 거치나 보관하기에도 좋고 예쁘기도 하니까 LP를 틀고 있지 않을 때도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아래 바닥면에는 폭신한 공기층이 빗금 무늬로 들어가 있는 실리콘으로 덮여있습니다. LP 재생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바로 회전에 의한 진동을 최소화하고 묵직하게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그런 측면에 있어서는 이 작은 부피의 본체에 최선의 결과가 담겨진 것 같습니다. 크기에 비해 안정적인 약 2.5kg의 무게에 손으로 끌어도 잘 미끄러지지 않고, LP 회전 작동 시에도 진동을 잘 잡아줍니다.

듀오 턴테이블의 조작은 간단합니다. 스피커의 전원을 켜고, LP를 올려 놓고, 33 1/3이나 45RPM에 맞춰 노브를 돌린 후 바늘을 끝에 조심스럽게 올려주면 됩니다. 저는 바늘을 올리는 그 순간이 가장 설렜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공들이는 것 같은 이 행동을 통해 음악이 나오니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음질적 측면으로 접근하자면 듀오 턴테이블은 엄밀히 말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형태입니다. 그 이유로는 LP 자체의 음질도 그렇거니와 본체의 크기에서 오는 한계도 있고 스피커 자체의 성능적 한계 등이 있죠.

듀오의 스피커에는 2개의 풀레인지 드라이버와 1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탑재되었습니다. 저음과 중음이 도톰하게 깔리는 가운데 고음이 거슬리지 않게 쓱 펼쳐집니다. 해상력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상쾌하게 밖으로 터져 나오는 듯 시원하고 화사한 음색과는 약간 거리가 있죠. 하지만 최대 10W의 출력으로 상당히 출중한 파워 사운드를 들려주는 점은 좋았습니다. 넓은 사무실에서도 우렁차게 공간을 메워줍니다.

음질만을 따지자면 저에게 조금은 아쉬운 면이 느껴졌으나, 이마저도 LP 특유의 지글거리며 이따끔씩 펍펍 튀는 노이즈와는 꽤 좋은 궁합이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돈되지 않아 오히려 어딘가 인간적인 음선에 몽글거리는 베이스, 이따금씩 들리는 보컬 치찰음이 어우러지는데 이게 바로 ‘감성’ 보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감성으로 음질을 충분히 커버하고 조금 더 넉넉히 남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스피커는 떼어낼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 4.2의 무선 스피커가 되는 거죠. 스마트폰에 페어링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분리되는 블루투스 스피커 부분은 개인적으로 이 제품에서 가장 좋은 아이디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LP와 함께 차분히 음악을 감상하고, 휴대할 일이 있을 때는 간편하게 분리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활용하면 되니까요. 참고로 듀오가 두 대 있다면 무선 스테레오 구성도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보너스 같은 기능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듀오 턴테이블을 사용해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음질을 떠나 음악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만족감이었습니다. 풀 렝스 앨범을 걸어놓고 바늘을 조심히 옮기며 듣는 첫 트랙, 차분히 집중하며 듣다가 A면이 끝나면 다시 B면으로 바꿔주는 과정을 포함해 앨범 자켓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며 음악에 빠져들고 있다는 행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음악이 끝나고 정리를 해주면 인테리어 소품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멋진 디자인. 휴대용 스피커가 필요할 때면 쓱 분리하면 되는 간편함까지. 턴테이블 제품 중에서 단연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녀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저는 LP를 모으러 회현동으로 가볼까 합니다.

FOR YOU
– 음악을 듣는 일이 시시하고 재미 없게 느껴진다면
– LP 음반 수집욕구를 통한 새로운 지름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 턴테이블 환경을 구축하려는데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졌었다면
– 넓적하고 못생긴 턴테이블이 보기 싫다면

NOT FOR YOU
– 감성이고 뭐고 무조건 음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하이파이 리스너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