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는 ‘You are what you buy’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상에서 우리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전소현 컨트리뷰터는 다이빙을 취미로 하던 통역사에서 아예 사람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는 전문 다이버가 됐다. 실제로 그를 만나면 쉴새없이 바다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나 역시도 그를 통해 바다를 알게 됐고 다이빙을 배우게 됐으며 결국 자격증까지 따게 됐다. 그의 마법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반대로 제안을 했다. 그가 다이버로서 지내며 경험한 다양한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줄 수 없겠냐고. 처음에는 도망갔고, 거절했지만 삼고초려만에 허락을 받은 그의 바다 안과 밖의 이야기.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설레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

EDITOR IN CHIEF 신영웅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나는 당시 일본어 통번역을 주로 하는 마케팅팀의 주임이였다. 회사는 승승장구성장하고 있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나 역시도 인정을 받던 직원 중 한 명 이였다. 저녁에 세미나 등 행사가 많기는 했지만 9 to 6가 잘 보장되는 근무 시간과 퇴근을 하는데 그다지 눈치를 보는 분위기도 아닌, 괜찮은 문화를 가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통역을 하며 목이 아픈 날이 많아졌다. 세미나에서 통역을 하면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일주일에 반 이상은 이런 스케줄로 움직였다. 참다 못해 병원을 갔는데 성대 근처에 혹이 생겨 수술을 해야한단다. 성대결절 수준의 증상이었다. 담당 간호사가 나에게 직업이 무엇이냐 물었다. “통역해요.”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아, 가수 준비생이신 줄 알았어요. 보통 노래하시는 분들이 많이 그러거든요.”라고 말하더라.

수술 후 밥도 먹지 못하고 말도 잘 하지 못하는 2주의 시기가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지출했던 금액을 계산해 보니 300만원 정도였다. ‘아직 30대 초반인데 병원에 이렇게 돈을 쏟아가며 일을 해야 하나? 이 돈이면 여행을 한번 더 가겠다. 아프면 돈이고 뭐고 필요 없어!’ 누구나 회사원이면 한번쯤 생각해본 그 이유로 별다른 대책없이 나는 퇴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좋아하는 게 있었다. 바로 바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난 대단할 정도로 휴일에 열정적이였다. 주말에는 대부분 외출을 했다. 거의 매주 새벽 3~4시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양양으로 서핑과 캠핑을 하러 다녔고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바다로 여행을 가기에 바빴다.

가만히 앉아 파도 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날씨가 좋은 날엔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온 세상이 파랗게 보이는 풍경도 좋았다. 바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에 뒤엉키는 것조차 행복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바다는 그렇게 힐링을 하는 공간이었다.

2015년 5월 세부로 떠났다. 여행과 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게 지인들이 추천해준 곳이었다. “일주일 간 김에 다이빙 한번 해봐, 넌 왠지 좋아할 것 같아.” 그렇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이빙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이게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그동안의 바다가 멀찍이 바라 보기만 하면서 힐링하는 짝사랑의 공간 같았다면 다이빙을 경험하고 난 후에는 바다와 진짜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바닷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그 기분은 들어가보지 않으면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다. 보고 느끼는 차원을 넘어 내가 지구의 일부분이 된 것만 같았다. 여전히 좋은 취미가 생겼다고만 생각했지 직업이 되리란 생각은 여전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렬했던 첫 다이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당연히 다시 이직을 준비했는데, 그 때 중요하게 고려한 회사의 조건은 1) 휴가에 관대할 것 2) 전공인 일본어를 살릴 것 3)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었다. 이런 이야길 주위에 하고 다녔다. 그랬더니 친구가 자신이 다니던 한국의 다이빙 샵을 소개해줬다. 여행을 기획하고 만들면서 다이빙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란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운명처럼 다이빙 강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일과 여가의 경계가 없는 다이빙 강사는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다이빙 강사의 주된 업무는 다이빙 교육과 여행이다. 아무리 좋아도 이것 또한 일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이를 바다에 풀 수도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바다만 들어가면 물 위에서의 스트레스는 그냥 날아가버린다. 바다가 나의 오피스라고 생각해보자. 생각만해도 멋지지 않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한다는 것,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시간을 좋아하는 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라디오에서 이런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고된 어느 가족의 딸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기로 결심을 한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런데 돈을 많이 벌고 난 후 그 돈으로 무엇을 사면 좋을까 생각해 보니 바로 시간이었다고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시간, 젊음, 건강이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무언가를 이루려 노력하고 이루고 나서부터 원하는 것 또는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서곤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이루려는 삶(즐거운 것으로 가득 채운 삶)과 원하는 것(여행, 바다)을 동시에 하게 된 것이다.

단 한번 사는 삶인 만큼 완벽할 순 없어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삶을 산다면 이것이야말로 후회 없는 인생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는 다이버로서 바다에서 지내며 만난 다양한 사람과 제품, 그리고 에피소드를 하나씩 전하고자 한다.

전소현
좋아하는 것들로 인생을 채워요. 그래서 전 바다를 따라 언제나 여행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