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프로젝트 오디오, 테크닉스, 레가까지
턴테이블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의 초기 모델들을 되짚어보는 여행을 떠나보자.

첫술에 배부른 법이 없다는 말이 있다. 예컨대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작품은 망작 ‘레프리콘’(1993)이었으며 록 밴드 블러의 멤버인 데이먼 알반은 밴드의 최초 앨범인 ‘Leisure’를 ‘끔찍하다’라고 폄하했다.

영화 레프리콘 중 (출처: yousense)

하지만 첫 시도를 통해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보완하고 발전해나가는 경우도 있다. 턴테이블 제작사를 예로 들어보자. 턴테이블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들은 초기작에서 선보인 요소를 오늘날까지도 계승해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사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턴테이블 초기 모델들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어떤 모델은 제작사의 기술력을 부각시켰고 어떤 모델은 혁신적인 방식을 제시했으며 또 다른 모델은 해당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면서 시장에서 자리매김했다.

Rega Planet (1973)

1973년 레가를 설립한 로이 갠디(Roy Gandy)는 구조적으로 튼튼한 턴테이블을 지향했다. 레가의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당시 레가에서는 음질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았다.

갠디는 똑 부러지는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이면서도 독특한 턴테이블을 만들고자 했다. 제작 동기는 이런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왜 턴테이블에는 회전식 삼각 아웃 트리거 포인트가 없는거지? 그게 없으니까 유저들은 대충 깎아 허접하게 조각한 소모품을 따로 구입해야 하지 않는가?”

다행스럽게도 이 질문에 대한 결과가 나쁘지 않아 이는 그 즉시 동사의 기술적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을 능력 있는 제작업체와 협력해 만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레가의 플래닛 모델로서 삼각 모양의 철재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플래터 그리고 아코스 러스터(Acos Lustre) 톤암을 적용한 모델이다.

Linn LP12 (1973)

최초 발표한 시기로부터 4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턴테이블은 Trigger’s Broom(시트콤의 등장인물 이름-역주)이 ‘Only Fools and Horses’(영국의 장수 시트콤 제목-역주)에 출연한 횟수보다 더 많은 기술적 보완 및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동사의 최초 모델은 린의 설립자인 아이버 티펜브룬(Ivor Tiefenbrun, 그는 어떤 오디오 시스템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제나 재생소스라고 주장한다)가 설계를 맡았는데, LP12는 아직도 유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턴테이블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에 글라스고 외곽 지역에 위치한 본사를 방문해 LP12의 제작과 관련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로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초기 버전은 플린스가 없는 상태로 판매되었는데 이는 곧 보완되었다고 한다. LP12 턴테이블은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가장 우수한 하이파이 기기 중 하나로 남아 있다.

Michell GyroDec Reference Electronic (1977)

1982년에 선보인 자이로덱은 동사의 시그니처 모델이지만 시초가 된 것은 레퍼런스 일렉트로닉 모델이었다. 이 턴테이블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인 ‘Clockwork Orange’에 나온 것으로 유명한 트랜스크립터 사의 하이드랄릭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1960년대 후반 미셸 자이로덱의 설립자인 존 미셸(John Michell)은 트랜스크립터 사의 턴테이블용 부품을 제작해 공급하는 사업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이 턴테이블의 제작 라이선스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1977년에 이 두 회사가 결별하면서 미셸은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컬러 유리 마감 또는 대리석 소재 플린스 사양의 레퍼런스 일렉트로닉 모델이 탄생했다.

Wilson Benesch Turntable (1989)

불과 30여 년 전에 소자본으로 시작한 이 회사가 지금은 억대 가격의 스피커를 만들고 있으니 아이러니할지도 모르겠다.

윌슨 베네시는 설립 첫해에는 연구 개발에 시간을 쏟았으며 그 결과가 바로 윌슨 베네시 턴테이블이었고, 브랜드 이름보다는 설계의 참신성이 돋보였다.

이 턴테이블은 2개의 세계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카본 파이버로 제작한 서브 섀시이며 다른 하나는 카본 파이버 소재의 톤암인데 카본 파이버 소재는 섀시의 강성과 진동을 억제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 소재는 현재 자사의 브랜드를 정의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모든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턴테이블의 성공에 힘입어 윌슨 베네시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재투자하게 되었고 그 결과 스피커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 초석을 다지게 되었다.

Pro-Ject 1 (1991)

프로-젝트 1 턴테이블은 동사의 역사 전반에 걸쳐 지금까지도 흠결 없는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모델이다. 1 모델은 테슬라 NC-500을 개선한 버전으로 원래 통일 전 동독 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모델로 선보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프로-젝트 모델을 만든 하인츠 리히테네거는 비엔나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판매하기 위해 모델을 개선했다. 이 모델이 시장에서 돈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체코에 있던 생산라인을 다시 가동하게 되었다. 이 공장은 현재 생산되고 있는 프로젝트 오디오의 턴테이블이 생산되고 있는 바로 그 공장이며 지금까지도 오리지널 테슬라 모델이 생산 중이다.

1 모델 라인업은 지금도 생산 중으로 1 엑스프레션 카본이 가장 최신 모델이다. 화려한 과거 이력 덕택에 동사는 아직도 모든 1 모델의 오리지널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

VPI HW-19 (1980)

정숙함을 자랑하는 서브섀시와 하판에 납덩어리가 달려 있는 알루미늄 플래터로 무장한 HW-19는 VPI의 공동설립자인 해리 바이스펠트(Harry Weisfeld)의 초기작이며 미국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이 코너에서 소개한다.

초기 모델을 선보인 후 약 20년간 3가지 버전의 모델이 나왔는데 이 시기에 플래터는 아크릴 소재로, 서브섀시는 아크릴과 스테인리스 소재를 혼합한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런 디자인은 매우 심미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지향하는 요즘 출시되고 있는 동사의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HW-19는 더 이상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업그레이드 서비스는 아직도 가능하다고 한다.

Technics SP-10 (1970)

‘동사 역사상 최고급 프리미엄 턴테이블’이라는 문구를 달고 있는 테크닉스의 SP-10R은 사실상 동사에서 최초로 선보인 턴테이블을 새롭게 해석한 최신 모델이다. 1970년에 만들어진 SP-10은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모델로 이후 수많은 명기 모델들의 원조 모델이다.

모터가 레코드와 같은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속도 조절을 위한(벨트 같은) 메커니즘과 기계적 진동이 근본적으로 없다. 쉽게 말해 다이렉트 드라이브는 강한 토크와 빠른 스타트, 최고의 정확성을 의미한다.

NAD 5120 (1983)

최초의 NAD 턴테이블은 1981 모델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면밀히 조사해보니 벨트 드라이브 방식인 5120 모델이 동사 최초의 턴테이블임을 알게 되었다.

단단한 유닛에 고무발을 이용해 외부 진동으로부터 턴테이블을 격리하는 방식 대신에 NAD는 플래터와 톤암을 스프링으로 공중 부양한 별도의 서브섀시에 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5120은 본래 일자형 톤암이 기본으로 제공되었으나 얼마 후 일반적인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다.

NAD 5120은 톤암의 교환이 가능한 구조로 유명한데, 하나 이상의 카트리지나 톤암 장착이 가능하며 동일한 주파수로 진동해 공진을 억제하는 카운터 웨이트가 장착되어 있다. “외관이 볼품없기는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이 턴테이블은 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보여줍니다”라고 왓하이파이 리뷰에서 평가했다.

Pioneer PLA-1 (1955)

파이오니아라는 브랜드는 DJ용 턴테이블로 인식되어 있지만 동사 최초의 턴테이블은 DJ가 유행하기 몇 해 전에 이미 출시되었다.

출시 당시에는 이 턴테이블은 ‘인덕션 림 드라이브’(아이들러 휠 드라이브) 방식의 턴테이블로 불렸는데, 이는 턴테이블 플래터의 주변부에 모터 샤프트와 고무 휠을 연결한 구조이다. 이 드라이브 방식은 나중에 벨트 드라이브 방식과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PLA-1은 3가지 스피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무게는 13kg, 가격은 2만9900엔(약 190파운드)이었다.

Garrard 301 (1954)

18세기 세공사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거리계를 만드는 군수업체, 그 후에 턴테이블 제작업체로 변신한 스윈든 지역 소재의 가라드 엔지니어링 & 매뉴팩처링 컴퍼니에는 여러 사연이 있다.

동사의 첫 모델인 가라드 301턴테이블은 오일 및 구리스 주입 방식이며 BBC 라디오 방송국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뒤를 이어 1965년에 선보인 401 모델은 외관을 새롭게 디자인했으며 더욱 강력한 모터와 브레이크 속도로 차별화했다.

1979년에 가라드는 브라질의 그라디에네테(Gradienete) 사에 매각되었으며 생산라인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영국계의 회사인 로리크래프트(Loricraft) 사가 301과 401의 제작 및 리스토어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

Oracle AC (1979)

오라클의 초기 턴테이블 모델은 ‘오라클 AC’라는 간략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듬해에 선보인 스테디셀러 라인업인 델피 제품군의 일부분으로 많은 사람은 인식하고 있다. 이 제품군은 전부 통틀어 여섯 개의 모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1995년에 발표된 MkⅤ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제품이다.

이 벨트 드라이브 방식의 턴테이블은 800달러대의 제품군에서 린의 LP12와 경쟁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 두 모델은 가격이 거의 같지만 오라클은 듀얼 플래터를 쓰지 않았다. 대신에 벨트는 플래터 하부에 있는 걸림쇠를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회전 속도를 수동으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오라클의 서브섀시는 스프링 방식의 3점 지지대가 장착되어 있어 플래터의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하며 무게중심이 지지대 높이까지 낮아졌다. 또 한 가지 특징으로는 LP판을 매트에 단단히 밀착되도록 스크루를 고정하는 클램핑 기능도 가지고 있다.

Roksan Xerxes (1985)

제품 이름은 페르시아 왕의 이름에서 따왔으나 크세르크세스(Xerxes)라는 이름이 1980년대에 나온 제품 이름 가운데 가장 유별난 이름은 아니었다. 가장 튀는 이름은 같은 시대에 나온 ‘핫케이크스(Hotcakes)’라는 스피커였다.

크세르크세스 턴테이블은 적용된 여러 가지 참신한 기술로 유명했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스핀들이 꽈배기식으로 되어 있으며 스프링 대신 고무 볼을 이용해 플래터와 서브 플래터의 제진 장치에 사용한 아이디어는 영리한 발상이었다. 또한 관성을 최대치로 높이기 위해 플래터는 가볍게 만들었지만 바깥쪽 부분을 무겁게 만들었다.

록산은 미셸 자이로덱과 린 LP12로 득세한 턴테이블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으나 선점한 브랜드들과 비교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라는 사실을 시장에서는 애초부터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Clearaudio Reference (1993)

클리어오디오라는 이름은 여러 차례의 수상경력이 있는 매력적인 디자인에 매트블랙 색상의 아우라를 연상할지 모르겠으나 이 독일 브랜드가 턴테이블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시기는 미려한 디자인의 레퍼런스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그보다 몇 년 더 앞선 시기였다.

레퍼런스 모델의 본체는 일반적인 서브섀시 구조보다 공진 제어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아크릴과 브라스 소재로 만든 금속부품(이후 스테인리스로 바뀜)을 사용했으며 안정적인 받침발, 묵직한 암 지지대와 공진 제어용 무게추 등 레퍼런스 모델은 소재와 기하학 이론을 총동원한 결과물이다.

1년 후에 더욱 진화한 클리어오디오 마스터 레퍼런스는 개선된 전원부와 톤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개선점을 가지고 선보이게 되었다.


출처: WHAT Hi-Fi 2018-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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