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집 한 채가 있습니다. 지상 4층, 지하 1층의 5층 규모지만, 건물 정면의 가로길이는 1m 남짓이라 이름마저도 ‘얇디얇은 집’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Hanul Lee

얇디얇은 집이 지어진 이곳은 원래 경부고속도로 옆에 완충녹지를 만들고 남은 서울시 소유의 자투리땅이었습니다. 폭 2.5m, 길이 4.3m의 작지 않은 크기였지만 길이만 길쭉해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근 땅값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경매에 나온 이 땅을 한 사업가가 주택을 짓고자 낙찰 받았다가 공사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다시 내놨고, 결국 지금의 건축주인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부에게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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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설계와 건축은 건축설계 사무소 에이앤엘스튜디오(AnLstudio)의 신민재 소장과 안기현 한양대 교수가 담당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건축사무소들이 집을 짓기엔 불가능한 땅이라 단정했었지만 그들은 가능성과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하죠. 기성복에 맞지 않는 체형이라고 해서 잘못됐다거나 옷을 못 입는 것이 아니듯, 대지의 조건을 그대로 바라보고 그에 맞는 설계를 하면 된다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 생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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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성된 ‘얇디얇은 집’은 특이한 겉모습과 달리 평범한 가정집의 내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워낙 폭이 좁아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제약이 많으니까요. 집 현관을 제외한 1층과 지하 1층은 영상 촬영 및 편집 일을 하는 남편의 작업실로, 2층은 부엌과 거실로, 3층은 세탁실, 욕실, 안방, 아이 방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그 기능은 분리되지 않고 거주자의 이동에 따라 연속적인 공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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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속도로 주변인 만큼 방음과 채광에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집 주변에 조성된 녹지의 장점을 살려 상시 이를 조망할 수 있는 커다란 통창을 내고 건물 외벽은 나무 및 녹지와 잘 어울리는 코르크를 사용해 독특함을 더했습니다. 결국 이곳은 2018년 서초구가 주최한 ‘서초건축상’을 받고 많은 동네 주민들의 관심도 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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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울 도심 단독주택치고는 작지 않은 편이라 해도 폭이 좁고 긴 집은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데요. 다행히 건축주 가족은 집 내부에 소파나 화장대, 서랍장 등의 가구 하나 없는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즐기고 있어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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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크고 좋은 집보다 좁은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작은 집이라도 풍요롭게 사는 것에 가치를 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협소주택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얇디얇은 집’은 아무리 작은 땅이라도 불가능은 없다는 희망을 열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 집 마련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