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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공간을 가른다.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에비에어 R10을 켰다. 아주 잠깐 강한 바람이 윙!하고 돌더니 이내 1단의 은은한 바람으로 돌아간다. 성질있다, 너? 이만큼이나 강력한 바람을 낼 수 있다고 재촉하는 듯하다. 내친김에 세기 버튼을 눌러 터보 모드를 켠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음과 풍압이 느껴진다. 이만하면 정말 20m가 농담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1, 2, 3, 터보의 4단계 구분은 적당한 수준이다. 앞서 살펴본 터보 모드는 ‘정말 강력한 서큘레이터’를 보는 느낌이라면, 1단계는 조금 개인화된 선풍기의 느낌이랄까? 시중에는 ‘서큘레이터라면 이래야지!’하는 제품도 있다.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가끔 공기로 때려맞는 느낌이 들 정도. 그런데, 이런 제품은 범용성이 떨어진다.

내가 집에 서큘레이터를 둘 때, 서큘레이터로만 쓸 제품을 찾을 것인지, 선풍기의 역할을 어느 정도 겸했으면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지금 우리 집에선 머리 말리는 용도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긴 머리를 바람으로 빠르게 말릴 수 있다나? 이런 용도로 쓴다면 ‘공기를 때려맞는’ 서큘레이터는 피해야 할 것이다.

소음, 전혀 없진 않다. 에비에어가 밝힌 1단계의 소음은 39dB. 도서관이나 낮의 주택가에서 들리는 소음을 40dB라고 하니 신경 쓰기 전까진 들리지 않는 생활 소음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소음의 올라가는 단계는 적은 편이지만, 터보 모드에서는 우렁찬 소리를 내놓는다. 터보라는 뜻처럼 잠깐잠깐 강력하게 틀어야 할 상황에서만 틀면, 일상 생활에선 큰 문제는 없다.

소음은 모터의 소음도 있지만, 팬이 돌면서 생기는 풍절음도 있다. 에비에어의 풍절음은 상당히 적은 편인데, 팬의 형태, 날개의 수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맹렬하게 도는 5장의 날개는 많은 실험 끝에 나온 결과물인 것. ‘어쩌면 이렇게 밸런스를 잘 잡았을까’ 하면서도 에비에어가 본디 항공기 공조장치를 만드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걸 떠올리면서 그럴 수도 있겠노라 싶었다.

진동은 확실히 잡았는데, 들자마자 ‘어 제법 무거운데?’라고 생각한 무게 덕분이 아닐까 싶다. 서큘레이터에서 휴대성이 얼마나 필요하겠는가. 가끔 방에서 배치 정도만 바꾸면 되지. 적당한 무게로 안정적인 성능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에비에어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청소하기

서큘레이터는 공기를 옮기는 기기다 보니 필연적으로 부유하는 먼지의 습격을 받기 좋은 기기다. 전면, 후면 망(?)에 먼지가 끼면 그때그때 물티슈로 닦아줬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밤이 가고 서큘레이터를 가동하는 시간이 점차 줄면서 가을이나 겨울에는 간헐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때는 아무래도 서큘레이터 청소에 신경을 써야 깨끗한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다.

쓰기 전부터 쫀쫀한 조립상태에 ‘청소하기가 쉽진 않겠다’는 생각은 했다. 실제로도 쉽진 않다. 에비에어 R10 설명서에 분리하는 방법이 따로 적혀있을 정도. 철심이 200mm 이상되는 드라이버를 이용해 뒷면에 있는 나사를 풀어준 후, 펜치나 플라이어를 이용해 팬 고정 부분을 풀어줘야 한다.

안정적이면서도 청소가 쉽고 간편했으면 좋겠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쉽게 분리할 수 있다는 요소는 안정적이라는 요소와 상충하는 감이 있다. 이 역시 에비에어가 선택한 바겠지. 평소에 보기 찾기 힘든 드라이버를 가져와 나사를 끙끙 풀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쫀쫀하게 조여있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건 덤.

왜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고 하는 걸까?

서큘레이터는 기본적으로 공기를 멀리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단순한 기능이 다른 기능과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낸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에어컨의 보완재. 에어컨에서 나온 차가운 공기를 원하는 곳으로 직접 보낼 수 있다.

이건 꽤 중요한 이야기인데, 우리가 에어컨을 켠다고 해서 원하는 곳을 제때 시원하게 할 수는 없다. 에어컨 방향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효율적이지 않기에 찬 공기가 공간을 채울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게다가 집은 에어컨을 대상으로 설계한 곳이 아니므로 이러한 불편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덥다고 에어컨을 켜자마자 그 앞으로 옹기종기 달려가야 하는 게 그 증거. 하지만 서큘레이터를 이용하면 찬 공기를 원하는 곳으로 쏘아보낼 수 있다.

에어컨이 없어도 공간을 시원하게 바꿀 수 있다. 환기의 원리를 이용해서다. 언젠가 기사에서 공기가 흐를 수 있도록 창문을 열고 창 바깥으로 공기가 나가게 선풍기를 켜면 집 안이 시원해진다는 팁을 본 적이 있다. 이걸 서큘레이터로 바꾸면 정말 ‘기막히게’ 효과가 좋다. 바깥 공기가 집안으로 ‘쏟아지듯’ 들어와 집안이 쾌적해진다. 냄새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전기세의 부담도 덜하다. 같은 효과를 낼 때, 에어컨 2대보다 에어컨 1대와 서큘레이터 1대의 조합이 훨씬 우수하다. 공기의 직진성을 활용하면 되니, 서큘레이터 하나를 더 더하면 공기를 반으로 나눠 보내거나 더 먼거리, 혹은 각도를 꺾어 보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쉽게 고장조차 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 그러니 좋은 제품 한번 구매하면 오래고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번만 쓰고 말리가 없다는 소리다.

만족스러운 집안 공기

결론을 내자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집 안에 서큘레이터를 하나 더 들인 후 시간을 내 에어컨의 필터도 닦아주고 더위와 싸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더운 여름이 호락호락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쾌적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새로 들이 에비에어 R10을 쓰다듬으며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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