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탑을 사용하면서 항상 불편했던 부분이 ‘거치’였습니다. 테이블, 침대, 무릎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쓰다보면 이내 묘하게 불편해졌습니다. 바닥에 딱 붙는 평평한 키보드로부터 느껴지는 밋밋한 타건감과 고개를 떨구게 하는 화면 각도 때문인가를 의식했을 때쯤, 휴대용 랩탑 스탠드의 존재를 알게됩니다.

이유혁 에디터가 자랑스럽게 꺼내보이던 스탠드는 랩탑 바닥면에 접착 테이프로 딱 붙여놓고 사용하는 형태였습니다. 매우 얇은 두께에 스틸 재질 그리고 높이 조절할 때 나는 챡챡 소리까지도 멋있었죠.

하지만 저는 보았습니다. 스탠드를 붙였다가 뭔가 안 맞았는지 다시 떼고 급기야 수평계까지 동원하며 또 붙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치 새로 산 아이폰에 강화 유리라도 붙이는 듯 엄청난 집중력을 쏟아 붓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각도가 높아진 키보드를 타이핑 할 때 헬스로 다져진 그의 옹골찬 팔근육이 괴로운 듯 꿈틀대는 것을 보았습니다.

때마침 제 눈에 띈 랩탑 스탠드 ‘에르고미 플랫스탠드’는 붙이는 방식이 아닙니다. 라인을 따라 살포시 접으면 자석으로 착 붙으며 살포시 상승합니다. 이는 랩탑이 기대어 쉴 수 있는 조그맣고 평온한 언덕을 만들어 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죠. 가격은 한개당 1만3천9백원이고요. 색상은 결정 장애를 불러오는 4가지가 있습니다. 사이즈는 300 x 185 x 2mm입니다. 무게는 166g인데 액세서리치고는 살짝 묵직한 편입니다. 내부 소재를 자석에 붙는 스틸로 사용했기 때문이겠죠. 100g에 일희일비하는 랩탑임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아쉽지만 15인치대의 크고 무거운 랩탑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선택된 거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에르고미 플랫스탠드는 양면의 얼굴을 가졌습니다. 한쪽은 인조 가죽이고 다른 한쪽은 실리콘을 얇게 펴바른 듯한 촉감의 논슬립 패드로 되어 있죠. 이렇게 테두리 부분이 접합된 구조로 만들어진 제품은 오래 사용하면 튿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스탠드의 만듦새는 꽤 탄탄해 보입니다.

접는 방향에 따라서 디자인 뿐만 아니라 사용성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인조 가죽이 바깥으로 나오게 접으면 멋있지만 랩탑이 잘 미끄러집니다. 반대로 논슬립 패드쪽은 멋은 없지만 마찰력이 강해 랩탑을 탄탄하게 지탱합니다.

제 경우에는 예쁜 컬러를 포기할 수 없어 미끄러움을 조금 감수하며 가죽면이 보이도록 주로 사용했습니다. 사과 마크의 버프까지

거치 높이는 3cm입니다. 구조의 한계로 인해 거치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과 화면 자체를 확 높일 수 없는 낮은 높이는 아쉽습니다. 그러나 키보드를 살짝 올려줘서 타이핑을 할 때 꽤 편안한 각도가 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작 3cm 밖에 되지 않는 높이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걸까 싶었지만 책상에서 벗어나 여러 자세로 사용해보니 꽤 유용하게 파고 들어왔습니다. 우선 무릎에 랩탑을 놓았을 때 스탠드의 넓은 면적 덕분에 거치가 안정적이었고 타이핑이 편했습니다. 제 몸에는 매우 나쁜 자세지만 침대에 엎드려서 사용할 때는 특히 만족스러웠는데요. 폭신한 이불 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이 생긴다는 점, 그리고 저의 주력 랩탑인 맥북 12인치의 경우 밑면에 발열이 심한데 여기에 공기가 통하게 되면서 발열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흡족했습니다.

랩탑에 붙이지 않는 방식으로 인한 장단점이 극명하게 느껴지는 건 휴대할 때입니다. 파우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조금 귀찮아지지만 그래도 저의 소중한 맥북을 더럽히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감수할 만했습니다.

사실 제 사무실 책상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랩탑 전용 스탠드를 이미 쓰고 있는데요. 그래서 사무실 내에서는 에르고미 플랫스탠드를 마우스 패드로 활용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었습니다. 스탠드 주제에 오히려 매직 마우스와 의외로 좋은 궁합 표면이 가죽 재질이기 때문에 가볍고 적당한 마찰력과 기분 좋은 묵직함이 조화되어 마우스를 통해 전해져 옵니다. 스무스한 무빙은 아닙니다. 그리고 마우스 패드치고는 디자인도 꽤 고급스럽고 말이죠.

정보를 좀 찾아보니 에르고미 플랫스탠드는 아마존에서 꽤 쏠쏠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녀석이더군요. 그럴 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랩탑용 스탠드로써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는 건 아니지만 부담 없이 갖고 다니며 이리저리 활용하기에 괜찮은 포인트가 제 생활에 충분히 녹아들었으니까요. 별 거 아닌 듯하면서도 쓰다가 안 쓰면 그 허전함이 바로 느껴지는 그런 녀석입니다. 

FOR YOU
– 가방을 불룩하게 만들지 않는 랩탑용 서브 스탠드를 생각하고 있다면
– 가죽 느낌의 디자인과 재질을 좋아한다면

NOT FOR YOU
– 높이 조절이 가능한 스탠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 160g은 커녕 100g, 60g의 추가적인 무게도 용납할 수 없다면

총점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