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사랑하는 오디오 브랜드

저는 음악 듣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어쩌다보니 이제는 얼리어답터에서 오디오 제품을 줄기차게 리뷰하고 있네요. 비록 일이지만 행복합니다 정말입니다 네… 매번 이어폰 리뷰를 작성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수많은 브랜드마다의 음색과 특징을 비교하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전보다 얼마나 좋아진 제품을 만들었는지를 느껴보는 경험도요. 저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준 오디오 브랜드들⏤소니, 보스, 젠하이저, 코원, 애플(?!)⏤에는 이제 ‘소니캐스트’가 추가됐습니다. ‘디락(dirac)’ 시리즈를 만든 그 브랜드 말이죠. 

나는 자랑스러운 디락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디락 마니아. 바로 접니다. 출시됐던 디락 시리즈 4개를 전부 사용해봤고 그 중 2개는 직접 구매도 했습니다. 가격이 5만원 언저리라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었기도 했죠. 제품별 특징을 잠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디락 오리지널: 높은 해상력에 마스킹 없는 풍부한 저음역으로 가성비 이어폰임을 제대로 각인시킨 첫번째 제품.
• 디락플러스: 한층 플랫하고 담백한 음색에 발군의 해상력을 보여줬던 제품.
디락 MK2: 디락의 다이내믹한 음색을 정돈시키고 내구성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인 제품.
디락플러스 MK2: 디락플러스의 해상력과 음색 성향은 유지하면서 디자인 변경과 품질 개선을 꾀한 제품.

그렇게 발전을 거듭했던 디락 시리즈가 이제 ‘디렘(direm)’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무선 이어폰으로 탄생했습니다. ‘디렘 HT1’입니다. 가격은 무려 5만9천원. 밀려오는 감동…

디렘 HT1 감동의 포인트

왼쪽이 QCY-T1, 오른쪽이 디렘 HT1

포인트1. QCY와의 콜라보

디렘 HT1은 음질을 지켜내면서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QCY와의 협업을 진행했는데요. QCY는 2018년의 메가히트 가성비 이어폰 ‘QCY-T1’을 만든 중국 브랜드죠. QCY의 안정적인 무선 품질과 저렴한 가격 정책에 소니캐스트의 음질 기술과 통화 품질을 퓨전시키는 걸 목표로 했다네요. 두 브랜드를 모두 경험해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저로서는 매우 기대되는 일이었습니다. 손오공과 베지터가 퓨전해서 베지트로 변신하는 느낌?!

포인트2. 통화 품질

디렘 HT1은 QCY의 약점이었던 통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바디가 에어팟처럼 길쭉한 형태로 만들어져 통화 품질을 높인 제품이 많아지고 있는데, 디렘 HT1의 외관은 평범하지만 통화 시에 고음 감도를 향상시켜 목소리를 좀 더 또렷하게 전달합니다. 주위가 너무 시끄러울 때는 오른쪽 이어버드를 귀에서 빼고 입에 가까이 가져와서 통화했습니다. 이렇게 마이크가 입과 가까우면 소리가 깨질 우려가 있지만 디렘 HT1은 저음 감도를 줄여 소리가 깨지는 걸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제가 말한 뒤에 상대방이 재차 되묻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구조적이고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상의 통화 품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포인트3. 음질

디렘 HT1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음질입니다. 이신렬 박사님이 개발해 디락 시리즈에 탑재했던 SF 드라이버의 소형화 버전인 HF 드라이버가 들어있는데요. 크기는 더 작게 하면서도 특유의 쨍한 음질을 지켜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처음 들으면 우선 해상력이 감탄스럽습니다. 마치 FHD 모니터로 유튜브만 보다가 4K 모니터로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작게 바스라지며 쪼개지는 세밀한 사운드까지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귀 안에 넣어줍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담백한 쌀밥을 먹는 듯한 무자극의 음색이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센 듯 세지 않은 저음역 위에 미려하게 펼쳐지는 비단길 같은 중음역과 매끄러운 옥구슬이 구르듯 말끔하게 뻗는 고음역. 전체적으로 기존 디락플러스와 흡사한 느낌인데 미세한 차이로 음선이 굵어진 듯한 인상입니다. 마른 근육을 가진 훈남이 근육 운동으로 살짝 벌크업한다면 이런 느낌? QCY-T1과 비교하면 디렘 HT1이 극저음과 고음에서 자극이 조금 덜하고 한층 자연스러웠습니다.

디렘 HT1 음질 평가

이러한 디렘 HT1의 음색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게 바로 ‘하만 타겟에 부합한다’는 말입니다. 그 뜻은 음향 브랜드 하만이 제시한 평탄한 주파수 그래프에 최대한 가깝다는 건데요. 왜곡이나 착색 없이 플랫한 음색으로 듣기 좋은 명료한 사운드를 낸다는 뜻이죠. 다시 말해 사람이 듣기 좋은 기준이 되는 가장 교과서적인 음색이라는 겁니다.

디렘 HT1은 이렇게나 저렴한 가격에 게다가 무선 이어폰인 주제에 하만 타겟에 99% 일치하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교과서 위주로 복습과 예습을 성실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모범생 같습니다. 베이스부터 목소리와 심벌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밀도 높고 하이파이스러운 음색을 가졌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양념과 착색에 익숙해진 귀에는 다소 심심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건데 그럼에도 특유의 쨍한 해상력으로 표현되는 음악의 곳곳에서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코덱의 경우 SBC와 AAC를 지원합니다. 저는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AAC 코덱을 지원한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스럽긴 했지만 아무래도 Apt-X와 같이 압축률이 좋은 코덱도 지원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자잘한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제 생각에 이 부분은 현실적인 가격대를 위한 타협으로 여기거나 혹은 보완된 제품이 나중에 출시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는 것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결론

왜 하필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나게 된 거야. 어?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맬 때는 없더니. 어디서 무얼 했어! 디렘 HT1은 QCY-T1의 한국형 풀파워 업그레이드 버전을 넘어 가히 완전 무선 이어폰의 교과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질이나 만듦새 디자인 자체가 아주 고급스럽진 않지만 디자인적 감성 대신 음질과 실용성에 중점을 둔 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음질 외에도 무선 충전이 가능해진 케이스와 오래 가는 배터리, 블루투스 5.0 기반의 매우 안정적인 연결성도 디렘 HT1을 사용하면서 감동적인 부분이었죠.

누군가 저에게 완전 무선 이어폰 살 건데 뭐 사? 라고 물어본다면 일말의 주저 없이 디렘 HT1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에디터 선정 2019년 상반기 무조건 사야 하는 제품 1위로 임명합니다. 땅땅땅.

FOR YOU
– 지금까지의 디락 시리즈 품질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면
– 과한 저음이나 착색된 고음 등 왜곡된 음색이 싫었다면

NOT FOR YOU
– 커널형 이어폰은 이물감 때문에 도저히 못 쓰겠다면
– 유튜브 감상 시 조금의 싱크 딜레이도 참지 못한다면

Specs

  • 드라이버: 5.8mm HF-Driver
  • 주파수 응답: 5Hz – 38,000Hz
  • 블루투스: 5.0
  • 코덱: SBC, AAC
  • 배터리: 이어버드 4시간, 배터리 케이스 8회 추가 충전 가능 (총 36시간 사용)
  • 무선 충전: 지원 (Qi 규격)
  • 가격: 5만9천원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