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는 ‘You are what you buy’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상에서 우리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임약사의 삐약삐약(B藥B藥): B급 약사가 들려주는 B급 약 이야기>는 약도 일종의 제품이라는 명제 아래 약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스스로를 B급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약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친절하고 꼼꼼한 성격 탓에 이미 동네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약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약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 EDITOR IN CHIEF 신영웅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필자는 약국이라는 필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약사다. 방송국에서 찾아와서 인터뷰도 하는 저명한(?) 약사다.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별의별 인간군상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만병통치약이나 불로초를 찾는 부류이다.

“유산균 중에 제일 좋은 건 뭐예요?”
“피로회복제 중에 제일 좋은 거 주세요.”
“비아그라가 거시기 중에 제일 좋은 거 맞제?”

약국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응당 마진이 높은 제품을 권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필자에게도 약사로서 자부심과 국민 건강에 기여해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 그리고 좋은 약과 제품의 선택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전문직으로서의 소명이 있기에 마진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고객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대뜸 약을 달라는 손님에게 “어디가 불편해서 그 제품을 찾으세요?” 혹은 “어떤 증상을 개선하고 싶어서 그러세요?”라고 질문을 하면 마치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통장 비밀번호 정보를 수집하는 보이스피싱 업자를 만난 것처럼 불쾌한 눈빛을 발사하며 “약사가 그것도 몰라요? 뭐가 제일 좋냐니까요..?” 라며 대답을 듣기도 전에 등을 돌려버린다.
‘예의 없는 손님 같으니……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 같은 건 없는데.’ 라고 속으로만 삼킬 뿐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약은 당신의 몸 상태를 추측해 부족할 것 같은 영양소를 보충하고 불편함을 덜어 줄 영양제가 있을 뿐이다. 만약 누구에게나 권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이 있다면, 다른 제품은 경쟁에서 도태되어 이미 시장에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이해가 가기 쉽게 예를 들어볼까?

“제일 좋은 콘돔 주세요.” (이제야 슬슬 흥미가 동하는가?)

생생한 촉감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는 자에게는 사가미 익스트림 같은 초박형 제품이 제일 좋은 콘돔일 수 있고, 특별한 밤을 기대하는 누군가에게는 머리 끝부분이 형광에 멜론 향이 나는 콘돔이 인생 콘돔일 수도 있고, 타인을 더 배려하는 누군가에게는 울퉁불퉁 도깨비방망이 같은 콘돔이 제일 좋은 콘돔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콘돔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혈압약, 당뇨약, 감기약, 유산균, 오메가3, 정력제, 피로회복제, 숙취해소제 등 우리가 건강을 위해 처방받고 구매하는 모든 제품이 당신에게 잘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이것은 마치 열쇠와 자물쇠의 개념 같은 건데, 몸의 불편한 상황을 꽉 잠겨있는 자물쇠라고 생각한다면 그 불편함을 열어줄 수 있는 열쇠가 자물쇠마다 모두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니 제발 지인이 추천하는 피로회복제, 친구가 추천하는 숙취해소제, 옆집 아줌마가 좋다는 영양제 등에 혹하지 말길 바란다. (이 약들이 무조건 당신에게 잘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당신이라는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찾아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약사들은 생각보다 많으며 부디 마음을 열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길 바란다.

서론을 마치며

필자는 약사가 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좋은 제품을 잘 고를 수 있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약사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사명이라 생각한다. 사실 약사라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며 다가간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별로 없더라.

그러다 마침 얼리어답터라는 좋은 인연을 만나 이런 내용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신의 몸에 더 잘 맞는 약을 고르는 방법과 현명하게 ‘약’을 소비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물론 필자의 생각이 진리는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약사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니 많은 응원과 기대해 주시길.

#2 당신만을 위한 숙취해소제

내 말이 다 맞는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 맞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