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카메라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인스타360 나노로 360˚ 카메라의 ‘맛’을 본 참이었다. 당시에 참 신선하단 생각을 했지만, 촬영이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아이폰 전용이라는 확장성이 아쉬웠고,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편집의 난도와 영상을 써먹기가 어려웠다는 게 문제였다.

기술의 발전은 점차 속력을 낸다고 했던가. 2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다시 만난 360˚ 카메라. 인스타360 ONE X는 전혀 그때와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영상 꿈나무의 길을 걸으며 영상이라는 개념에 조금 눈을 뜨고 만난 인스타360 ONE X. 어땠기에 ‘액션캠을 위협할’이라는 도발적인 수식어를 달게 됐을까?

이제 쓸 만한 만듦새

2년이 지나 인스타360 나노를 돌이키면 솔직히 뛰어난 만듦새는 아니었다. 단독 촬영을 지원하긴 했지만, 제품 디자인은 다분히 아이폰과 결합하길 바라는 모양새였다. 그 와중에 같은 아이폰인데도 아이폰6 이상만 연결할 수 있는 등 기기를 탔고, 케이스를 끼우면 기기를 연결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민감한 기기였다.

인스타360 ONE X는 비슷한 크기를 갖췄으면서도 독자적인 촬영을 우선으로 한 디자인을 갖췄다. 인스타360 나노와 비교하면 시원시원한 디스플레이, 마이크로5핀 암단자를 채택해 케이블 교환으로 다양한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범용성도 갖췄다. 와이파이 또한 지원해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점도 특징.

액세서리 지원도 대폭 확대됐다. 특히 함께 구할 수 있는 인비저블 스틱은 감히 ‘신의 한 수’라고 할만 하다. 360˚ 영상에서 스틱이 사라지면서 마치 공중에 뜬 것 같은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땅에서 올라온 카메라가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카메라 같다는 소리다. 액세서리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직관적인 촬영 환경 조성

어떻게 촬영해야 할지 전전긍긍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조금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우선 촬영 UI가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전작처럼 버튼을 눌러 모드를 바꿀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 지원으로 모드를 바꾸고 촬영할 수 있다. 기기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UI의 변화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이폰과 연동하는 앱에서도, PC에서 쓸 수 있는 연동 프로그램의 UI도 대폭 달라졌다.

또한, 과거 손떨림에 전전긍긍했던 것과 달리 자체적으로 플로우스테이트(FlowState)이라는 이름의 손떨림 보정을 지원한다. 전체적인 영상 품질이 대폭 향상됐으며, 이제 ‘버릴 영상’이 거의 없어졌다.

콘텐츠 호환성도 대폭 향상됐다. 1차적인 편집은 ‘인스타360 스튜디오(Insta360 Studio)’라는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범용적인 포맷으로 변환(instv → mp4)해줘야 하지만, 영상 편집 프로그램(파이널 컷)에서 어안 뷰, 그리고 일반 뷰로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인스타360 ONE X 사용 경험 변화의 핵심이다.

영상을 찍어보자

360˚ 영상을 일반 카메라로 찍듯 일반 뷰로 편집할 수 있는 건 남은 데이터를 모두 버리는 일이기에 효율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대신 효과적인 컷 구성을 할 수 있다. 마치 드론을 띄워놓은 모습이랄까? 같은 장소에서 찍은 360˚ 화면을 역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활용도가 높다. 어안 화면으로만 써야 했던 예전과 전혀 다른 쓰임새다.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그림자를 보면 인스타360 ONE X를 쥐고 있다.

인비저블 스틱을 쓰면 활용도가 더 늘어난다. 그저 셀카봉 같은 액세서리가 ‘인비저블’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인스타360 ONE X가 인비저블 스틱을 자체적으로 숨김처리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인비저블 스틱을 쥐면 흐릿한 흔적만 남을 뿐, 영상에서 길쭉한 스틱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 마치 허공에 뜬 상태로 촬영하는 느낌이 들고, 이를 이용하면 더 다양하게 영상을 구성할 수 있다.

360˚ 촬영의 장점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카메라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찍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지향성이 있는 카메라는 순간의 움직임이 피사체를 아예 못 담아버리는 문제가 생기지만, 360˚ 카메라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각도가 살짝 벗어나면, 편집하면서 화각을 돌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

전용 액세서리를 이용해 불렛 타임(Bullet Time)이라는 형태의 영상도 찍을 수 있다 촬영자인 나를 중심으로 360˚ 화면이 도는 형태의 영상을 뜻한다. 몇 차례 시도해 봤으나 혼자서 촬영할 때 매력적인 컷을 남기기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정말 무언가를 흩뿌려주는 등 약간의 보조가 붙어야 한다는 점은 참고하자.

영상을 편집하며,

과거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는 이제 어쭙잖게 영상에 손을 댈 수 있게 됐다. 사실 내 실력의 여부보다 초보자도 쉽게 손댈 수 있는 편집 환경의 개선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전용앱을 통한 편집을 지원해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도 제법 그럴 듯한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쓰면 더 다양한 부분을 손볼 수 있다. 맥OS의 파이널 컷으로 주로 영상을 편집하는데, 360˚ 영상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원한다면 기존과 같은 어안화면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5.7K 해상도의 360˚ 동영상을 편집하는 게 보통일은 아니었다는 점을 밝힌다.

인스타360의 3K 해상도보다 대폭 늘어난 해상도는 반갑지만, 여전히 영상을 보면 군데군데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저조도 환경에서 노이즈는 센서의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아쉽다. 노이즈 패턴이 예쁘지도 않아 이를 손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결국 거금을 주고 유료 솔루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듯한 브이로그 카메라

액션캠을 비롯해 수많은 카메라가 ‘브이로그’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장에 발을 딛었다. 그중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사례를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다들 어딘가 결여된 부분이 있는 덕분이었다. 인스타360 ONE X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존에 만나봤던 이른바 ‘브이로그용 카메라’보다는 형편이 좋다.

부담없이 촬영할 수 있고, 실수하더라도 살릴 수 있는 관용도가 높다. 촬영 시 후작업을 믿고 나태해지는 실수만 피한다면 생각보다 전체 작업물의 퀄리티가 뛰어나 만족스러웠다. 외부 마이크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로 휴가지에 덜컥 가져갔으나 제법 멀쩡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점만 봐도 인스타360 ONE X의 능력을 짐작해봄 직하다. 그렇기에 감히 브이로그 영역에서 액션캠을 위협할 만하다고 평하고 싶다. 어지간한 카메라로 힘들게 담으려 할 필요 없이, 그저 촬영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니까.

장면을 잡아챈다는 게 적확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일상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인스타360 ONE X를 쓰면서 가장 매료된 점이었다.

총점